기업은 ‘소통·협력’ 인재, 대학은 ‘창의’, ‘글로벌’ 인재
대한상공회의소 100대 기업 인재상 조사, ‘소통·협력’ 1순위
본지, 전국 주요 15개 대학 인재상 조사 ··· ‘창의 인재’ 최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기업은 ‘소통·협력’ 인재를 원하지만 대학은 ‘창의’· ‘글로벌’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인재상 엇박자로 대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기업의 인재상 1순위가 2008년 ‘창의성’에서 2018년 ‘소통·협력’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대학은 창의와 글로벌을 인재상으로 강조한다. 기업은 ‘소통·협력’ 인재를 원하지만 대학은 ‘창의’· ‘글로벌’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인재상 엇박자로 대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대학들이 기업의 인재상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 100대 기업 인재상, ‘창의성’ 지고 ‘소통·협력’ 뜨고 = 대한상공회의소는 2008년부터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의 인재상(홈페이지 공표)을 분석, 발표하고 있다. 2008년에는 창의성이 1순위를 기록했다. 이어 △전문성 △도전정신 △원칙·신뢰 △소통·협력 △글로벌역량 △열정 △주인의식 △실행력 순이었다.

2013년에는 도전정신이 1순위를 기록했다. 주인의식이 2순위였다. 전문성, 창의성, 원칙·신뢰, 열정, 소통·협력, 글로벌역량, 실행력이 뒤를 이었다. 2018년에는 소통·협력이 1순위로 올라섰다. 전문성, 원칙·신뢰, 도전정신, 주인의식, 창의성, 열정, 글로벌역량, 실행력이 2순위부터 9순위를 차지했다.

인재상의 순위 변화가 주목된다. 특히 창의성(2008년 1순위→2013년 4순위→2018년 6순위)과 도전정신(2013년 1순위→2018년 4순위)의 순위가 대폭 떨어졌다. 반면 소통·협력은 2008년 5순위, 2013년 7순위를 기록했지만 2018년 1순위로 껑충 뛰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직원은 상사를 꼰대로 인식하고, 상사는 직원을 자기 것만 챙기는 ‘요즘 애들’로 치부하는 경향이 심해지는 등 기업 내 소통과정에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최근 기업들이 직원을 채용하거나 양성하는 데 있어 소통과 협력을 주요 역량으로 꼽는 이유”라고 말했다.

■ 전국 주요 15개 대학 인재상 ‘창의 인재’ 최다 = 그렇다면 2018년 현재 대학의 인재상은 어떨까? 본지는 전국 주요 15개 대학의 홈페이지를 통해 인재상을 분석했다. 건국대는 ‘WE人인재(실천적 사회인, 창의적 전문인, 선도적 세계인)’를 양성한다. 경희대는 책임 있는 ‘문화인’, 평화를 추구하는 ‘세계인’, 융·복합 분야를 개척하는 ‘창조인’을 추구한다. 고려대의 인재상은 주어진 환경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키도록 노력하는 자세를 갖춘 ‘개척하는 지성’이다. 서강대는 ‘지성·인성·영성을 겸비한 융·복합 창의 인재’를 양성한다.

서울대는 성낙인 전 총장 시절 △창의적 역량과 굳건한 의지로 무장한 ‘선한 인재’ △탈경계형 통합적 지성을 함양한 인재 △세계시민으로서 품성을 갖춘 인재를 인재상으로 제시했다. 서울시립대는 ‘미래사회를 이끌어갈 인재’ ‘끊임없이 혁신하는 창의적 인재’ ‘배려하고 소통하는 인재’를 양성한다. 성균관대는 ‘글로벌 창의 리더’를, 숙명여대는 ‘지덕체를 갖춘 미래형 글로벌 인재’를 각각 양성한다.

숭실대의 인재상은 ‘창조적 지식인’ ‘조화로운 교양인’ ‘도전적 세계인’이다. 아주대는 ‘세계인’ ‘문화인’ ‘창조인’ ‘전문인’,‘협동인’을 추구한다. 연세대는 개방·공유·융합연구를 통해 창의적 인재를 양성한다. 이화여대의 인재상은 ‘주도하는 인재’ ‘지혜로운 인재’ ‘실천하는 인재’다. 중앙대는 ‘인류사회에 기여하는 창의 인재’를, 한국외대는 ‘미래지향적 글로벌 융·복합 전문가’를 양성한다. 한양대의 인재상은 ‘창의 인재’ ‘글로벌 인재’다.

■ 기업 인재상, 대학 인재상 ‘엇박자’ = 전국 주요 15개 대학의 인재상을 분석한 결과 ‘창의(창조 포함)’가 가장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100대 기업의 인재상 순위에서 창의성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기업은 당연히 창의 인재를 원한다. 창의성은 생산성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다만 기업들은 단순 창의 인재가 아닌, 소통·협력할 줄 아는 창의 인재를 선호한다. 또 대학들은 인재상에서 ‘창의’ 못지않게 ‘글로벌’을 내세운다. 하지만 기업 인재상 순위에서 보듯이 글로벌역량은 항상 하위권(2008년 6순위, 2013년 8순위, 2018년 8순위)에 위치하고 있다.    

결국 기업의 인재상과 대학의 인재상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기업과 대학의 인재상이 일치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대학생들은 기업에 지원하고 기업은 대학생들의 역량을 평가한다. 기업의 인재상과 일치할수록 채용 확률이 높아진다. 대학들도 학생부종합전형을 통해 인재상에 적합한 학생들을 선발한다. 따라서 대학들이 기업의 인재상 변화를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인재상과 동떨어진 인재를 양성, 배출하면 대학생들이 취업 시장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 

전인식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많은 기업들이 기업문화를 개선하고 조직역량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취업 희망 기업의 인재상을 꼼꼼히 파악하고 그에 맞춰 강점을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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