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대병원 임직원 친인척, 비정규직에서 정규직 전환
사립대 이사장·설립자 친인척 법인·대학 근무
대학가도 고용세습 의혹 근절 대책 마련 시급

[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공공기관 고용세습 후폭풍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대학가도 예외가 아니다. 국립대병원 임직원의 친인척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또 사립대 이사장·설립자 친인척이 법인과 대학에 근무하고 있다. 정식 채용 절차를 거쳤는지, 채용 특혜가 있었는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 대학가의 고용세습 의혹도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공기관 고용세습은 누구보다 대학생들에게 좌절과 상처를 주고 있다.
공공기관 고용세습은 누구보다 대학생들에게 좌절과 상처를 주고 있다.

■ 국립대병원 임직원 친인척 직원 채용, 서울대병원 최다 =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립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올해 10월까지 서울대병원, 경북대병원, 부산대병원, 전남대병원, 강원대병원, 충남대병원에 채용된 직원 가운데 110명이 해당 국립대병원 임직원과 친인척 관계였다.

서울대병원이 33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대병원(21명), 충남대병원(16명), 강원대병원 (14명), 경북대병원·부산대병원(각 13명) 순이었다. 특히 부산대병원 13명, 서울대병원 7명, 강원대병원 7명, 전남대병원 5명, 경북대병원·충남대병원 각 3명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국립대병원의 고용세습 의혹 실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임상강사, 겸직교수 등 10명이 정기공채를 통해 채용됐다. 그러나 이들은 서울대 교수의 자녀이거나 배우자로 밝혀졌다. 재직자의 친인척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사례는 7명. 7명 가운데 4명은 노조 가입 직원의 자녀이거나 배우자였다.

부산대병원은 지난해 11월 노사 합의(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가 이뤄진 뒤 재직자의 친인척 2명이 1월 1일 입사했다. 이어 4개월 만에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전남대병원은 교수, 간부급(2급·3급) 재직자 자녀 5명이 기간제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경북대병원은 재직자의 친인척 3명이 기간제에서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충남대병원은 노조 가입 3급 간호사 자녀가 계약직 간호사로 채용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곽상도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와 금융공기업에 이어 대학병원까지 친인척 채용비리와 고용세습이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면서 “국정조사를 통해 청년들의 일자리를 도둑질하는 고용세습 실태를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립대 이사장·설립자 친인척 수두룩 = #1. 지방 소재 A사립대는 B이사장이 학교를 인수한 뒤 B이사장의 매제가 총장을, B이사장의 동생이 법인 이사를 맡았다. B이사장은 아들이 총장으로 취임하자 물러났다. 그러나 B이사장의 동생이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 서울 소재 C사립대는 D설립자의 아들이 이사장, 법인이사, 총장 자리를 싹쓸이했다. 또한 D설립자의 외손녀는 C사립대의 교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국립대병원뿐 아니라 사립대도 의혹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립대 이사장·설립자의 친인척이 법인과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립대법인 친인척 근무현황’에 따르면 총 448명(법인 144명, 대학 304명)이 사립대 이사장·설립자의 친인척으로 드러났다.

사립대 법인의 경우 149개교 가운데 64개교(42.95%)에서, 사립대학원 법인의 경우 39개교 가운데 11개교(28.20%)에서 각각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친인척이 근무하고 있다. 전문대학 법인의 경우 87개교 가운데 74개교(85.05%)에서 이사장이나 설립자의 친인척이 근무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법인 이사회를 제외하고 사립대에 근무하는 설립자·이사장의 친인척은 총 127명, 사립대학원대학교와 사립전문대학에서 근무하는 친인척은 각각 15명과 162명으로 집계됐다.

박찬대 의원은 “설립자 친인척 관련 부정과 비리로 인해 일부 사립대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친인척 근무 관련 채용 절차 기준이 투명하게 확립돼야 한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적법한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대학가 고용세습 의혹 근절 시급 = 국립대병원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과 사립대 이사장·설립자 친인척의 법인·대학 근무를 고용세습으로 단정 지을 수 없다. 체용 절차가 정당하고 투명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립대병원 임직원 친인척 채용에서 ‘비정규직 채용 → 정규직 전환’ 코스는 공공기관 고용세습 파문과 판박이다. 또 사립대 이사장·설립자 친인척 채용 과정에서는 특혜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교육부가 5월 발표한 ‘수도권 사립대 1개교 대상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E상임이사는 총장 재임 시 아들이 교원 임용에 지원하자 면접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몇 년 뒤 딸이 교원 임용에 지원하자 아들과 함께 면접심사위원으로 참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E상임이사의 친인척 2명은 서류심사만으로 채용됐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파문과 맞물려 국립대병원 임직원 친인척 채용과 사립대 이사장·설립자의 친인척 근무에 사회적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 고용세습 파문으로 누구보다 대학생들이 상처받고 있다. 그런데 대학가가 오히려 대학생들에게 상처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대학가, 특히 사립대 고용세습 의혹의 원인을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학교를 개인 소유물로 본다. 운영권 유지 방편으로 자기 사람을 심는다”면서 “우리나라 사학은 법인이 학교를 운영하니까 법인 이사회를 잡아야 전체를 잡는 구조다. 이사회만 잡으면 대학은 물론 초ㆍ중ㆍ고 관리 운영까지 잡는 것이라서 이사회를 자기 사람으로 배치한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실장은 “고용세습, 채용비리를 문제 삼기 전에 최대 문제는 법이나 규정이 없다. 교원은 신분 보장, 임금, 채용 규정이 명시돼 있지만 직원에 대한 규정은 사학법에 딱 한 줄 있다. 이마저도 정관으로 정한다고 돼 있다. 나머지는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라며 “교직원들은 대학 행정을 담당하며 교육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기에 중요하다. 이들에 대한 신분 보장이 명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소유권을 경영권으로 생각한다. 대학은 영리기관이 아닌데도 그렇게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소유권과 경영권, 의결권은 다르다”고 말했다.

홍 위원장은 “(고용세습 의혹을 없애기 위해) 견제 구조가 바로잡혀야 한다. 단 총장과 이사장이 견제 구조가 될 수 없다. 교수, 직원 등 제3의 견제구조가 필요하다”며 “(이사장 인사권 등 사립대의) 자율성은 헌법 31조에서 말하는 교육 법률주의를 위반하면 안 된다. 즉 교육의 공공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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