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생각] 김진 울산대 교수, 30년간 칸트 연구 성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사람과 생각] 김진 울산대 교수, 30년간 칸트 연구 성과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 울산대 교수
김진 울산대 교수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을 역임한 김진 울산대 교수(철학과)는 한국칸트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칸트 연구에 오롯이 헌신해온 학자로 꼽힌다. 최근 김 교수는 《칸트와 종교(752쪽‧세창출판사)》를 출간했다. 이 책은 독일 루어대학에 제출한 《칸트의 요청이론》 이후 30년 동안의 칸트에 관한 연구 성과들을 집약했다. 몇 십 년 동안 연구했던 내용을 담은 만큼 분량도 만만찮다. 무려 750페이지가 넘는다. 김 교수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이유는 뭘까. 

“칸트가 종교에 대해 했던 이야기들을 모두 정리해보려고 했어요. 칸트의 초기 저작들과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비판>으로 유명한 비판기 저술들 그리고 ‘종교이성비판’으로 유명한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를 거쳐서 <학부들의 논쟁>을 비롯한 후기저술들과 <유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종교사상의 전개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했어요.”

김 교수는 이 책에서 칸트의 종교 이해를 전체적으로 소개하려는 시도를 했다. 칸트가 자신의 철학적 사유 체계를 확립해가는 추이와 맥락을 살펴보고, 그가 서구의 대표적인 신앙유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독교의 교의체계를 넘어서서 어떻게 종교 일반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전개하는지를 다뤘다. 그와 같은 새로운 이성신앙은 현대 종교다원주의를 비롯한 종교철학의 방법론 등에 어떤 의미로 독해될 수 있는가를 살펴봤다. 

“칸트의 종교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을 당시 칸트가 그의 시대에서 직면했던 문제들을 무모순적으로 해결하려는 철학적 숙고들의 성과였던 ‘요청’ 개념에 있다고 봤어요"

 칸트의 요청 개념이 이성의 한계와 도덕적 요구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러면서 칸트의 ‘철학적 종교론’ 작품인 <이성의 오롯한 한계 안의 종교>를 종교이성에 대한 비판적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저술 활동에도 적극적인 김 교수는 《칸트와 종교》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출간했다. “소책자들과 공저 그리고 번역서들까지 해서 67권 정도 책을 썼어요. 대표작으로 여길 만한 것으로는 박사논문 《칸트의 요청이론(1988)》과 이번에 나온 《칸트와 종교》를 꼽을 수 있겠네요. 그밖에 애정이 가는 책들로는 《칼 마르크스와 희랍철학》 《칸트와 생태주의적 사유》 《칸트와 불교》 《콜버그의 도덕발달》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등이 있어요.”

김 교수의 경력 가운데 한국연구재단 인문학단장(2014~2016) 경력이 눈에 띈다. 당시 김 교수는 폐기될 처지에 놓인 3건의 인문법 상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인문특위에서 1년 이상을 다뤘던 사안들 모두가 폐기될뻔 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청신호가 켜졌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과 교문수석까지 인문학계의 요구에 부응했으며 인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제는 트렌드로 자리 잡은 인문학의 대중화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인문학 대중화 사업의 규모 확대는 일단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해요. 비정규직 강사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더 늘어나기 때문이죠. 하지만 무분별한 사업확장은 인문학의 위기와 몰락을 촉발할 수 있어요. 인기몰이식 강좌의 폐단은 인문학의 퇴행을 부추길 수 있거든요.”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전문가가 참여하는 심층적인 소규모 강좌나 토론회를 늘려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사실 인문학은 변질되기 쉬운 학문이라는 특성을 가졌다. 사람의 흔적과 자취를 다루는 인문학의 특성상 국책지원 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김 교수의 얘기를 들어보면, 문명단위로 주요국가의 인문지리 사회문화를 전문적으로 특화한 인문국가연구에 일차적인 예산을 투입해 지역전문가들을 양성하고 국가교수로 활용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울산에서 민간 독서운동 단체의 지도교수로서 무료 강의와 자문에 응해왔으나, 최근에 옳은 방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그 직을 사임하고 대학원생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콜로키움을 운영하고 있어요.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인문학자들의 도덕성 수준도 콜버그의 2, 3단계에 고착돼 있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잘못된 인문교육은 2, 3단계 수준의 사람들을 양산할 수 있으며 인문학의 퇴행을 부추길 수밖에 없어요.”

김 교수는 남은 임기 동안 연구자로서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30여 년 동안 교육 연구의 성과들을 정리하는 것이 우선 목표죠. 그 다음 목표로 현재진행 중인 한국연구재단의 우수학자 과제 ‘희망철학연구’에 몰두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칸트와 블로흐와 셰플러에 이르는 희망사유의 길에서 한국적 희망의 자리를 찾기 위해서도 노력할 거예요. 비단 인문학자들만이 아닌 아산 정주영의 삶과 사유에서 희망철학의 자취를 찾는 것도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