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지음 《우리 시대, 인문학의 쓸모》

[한국대학신문 조영은 기자] 최근 들어 출판, 티비 프로그램 등 미디어에서 인문학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강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실용과 취업 등의 이유를 들어 인문학과에 진학하는 것을 주저한다.

특히 빅데이터, AI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는 것들이 모두 과학기술이다 보니 인문학에 대한 두려움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는 대학의 인문학이 시민을 성장시키고 사회의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인문학의 필요성을 말한다.

저자는 인문학의 필요성에 대해 ‘시민의 책임’을 들어 이야기한다. 그는 우리 사회는 그동안 시민의 권리를 찾는 데 몰두해 왔지만 민주사회에서는 권리만큼이나 책임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현실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아는 것이 시민으로서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라고 한다.

저자는 이런 책임의 중요성과는 반대로 사람들이 시민의 책임을 쉽게 내버린다고 주장한다. 그 예시로 만연하는 가짜 뉴스, 거짓 정보가 있다.

저자는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 삶의 위기를 인식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말하며 여기에 대학 교양 교육, 인문학 수업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시민들은 인문학을 통해 ‘아직 작은 나에서 큰 뜻을 품은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한 대학도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내는 담론을 형성하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만큼 대학 교육에서의 교양 교육이 녹록지 않다는 것도 인지한다. 대학 자체가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인데, 저자는 이런 대학의 현실을 오히려 거침없이 비판한다.

겉은 화려하나 열악한 복지, 자치권을 잃고 획일화 된 모습, 학교 간 과도한 경쟁과 이로 인한 상업화 및 사유화 등을 비판한다.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대학 인문학은 자리를 잃게 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이런 대학의 현실을 직시하면서 다시 한 번 인문학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주장해나간다. 정 교수는 독일의 인문학적 상상력이 가져온 사회 변화를 예로 들며 우리 사회 전체가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는 인문학이 되기를 강조한다.

저자 정현백 교수는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 교수로 여성가족부 장관을 역임했다. 서울대 역사교육과, 서양사학과를 거쳐 독일 보훔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 대표, 참여연대 공동 대표 등을 지냈다. (창비/1만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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