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200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등록금을 동결했고, 설상가상으로 입학금 폐지 및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 개정까지 추진함으로써 대학의 재정압박은 전례 없이 심각한 실정이다. 재정압박에 따른 대학의 긴축 재정 운용으로 인해 교육의 부실, 대학경쟁력 저하,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대학이 겪고 있지만 국고 재정지원 수혜여부, 등록금 수준, 대학의 규모 등 대학의 유형에 따라 재정압박 정도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일반대에 비해 국고 재정지원이 적고 등록금 수준이 낮아 재정압박이 더욱 심각한 전문대학에 대해 대학 유형별 긴축 재정 운용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①전문대학의 재정운용 실태와 문제점
②반값등록금 정책의 목적과 취지, 추진현황,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③강사법 개정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④전문대학의 국고 재정지원 규모는 적절한가
⑤전문대학 기본역량진단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⑥선진 외국의 재정지원 현황과 시사점
⑦전문대학 재정 확보 방안
⑧전문가 좌담회

전문대학은 직업 교육을 통해 전문 직업인 양성을 주요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고등교육 단계의 직업 교육 혁신이 매우 중요한 시기로 전문대학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전문대학의 재정 여건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 입학금 점진적 폐지, 대학 구조개혁에 따른 입학정원의 감소 등 전문대학의 재정 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대학의 재정 악화는 교육 환경과 교육 품질 저하로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10년간 전문대학의 재정 실태를 알아보고 교육투자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전문대학의 10년간 재정 실태

전문대학의 2017회계연도 총 재정 규모(자금계산서 기준)는 4조7640억원으로 2008회계연도와 비교해 총 5634억원, 13.4% 증가 됐는데 과거 10년간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실질 재정 규모의 증가폭은 크지 않다. 특히 일반대학의 경우 2017회계연도 18조8606억원으로 10년 간 27.4%가 증가한 것을 볼 때 전문대학의 재정 규모 증가폭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 운영의 주요 수입 재원인 등록금, 전입‧기부금의 세부내용을 살펴 보면, 최근 전문대학의 학생수 감소와 정부의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 등으로 인해 등록금 수입은 2017회계연도 2조6327억원으로 10년 전에 비해 10.2% 감소 했으며, 운영수입 대비 등록금 의존율도 2008회계연도 68.2%에서 2017회계연도 53.7%로 14.5%p 감소했다.

다만, 2012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정부의 국가 장학금 지원 등 국고보조금의 확대가 등록금 수입 감소폭을 일부 상쇄하고 있으나, 국고보조금은 사용 목적이 정해져 있고 장기적인 재정수급의 안정성 측면에서 볼 때 전문대학의 재정 수입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대학의 안정적인 재원 조달과 연관된 법인 전입금과 기부금을 살펴보면 전문대학의 재정적 문제가 여실히 나타난다.

법인의 대학에 대한 재정기여도를 나타내는 전입금 비율은 2017회계연도 0.9%로 미비한 수준이며, 2008회계연도 1.2%와 비교해도 하락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전문대학 법인의 열악한 재정 구조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전문대학 법인 수익용 기본재산 수익률이 연 0.7% 수준(2018년 4월 1일 기준)에 불과한 것을 보면 전문대학 법인의 재정 운용의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또한 기부금 수입을 보면 전체 수입대비 0.6% 수준이며, 과거 10년간 큰 변동이 없다. 특히 일반대학의 기부금 비율은 2.3%인 것을 감안하면 전문대학의 수입 재원의 다양화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열악한 수입구조와 함께 주요 지출 항목을 살펴보면 전문대학의 어려운 재정상황을 알 수 있다.

먼저, 운영 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정비 성격인 보수와 관리운영비는 물가 상승률 등으로 인해 상승했으며, 보수 및 관리운영비 비율도 2008회계연도 42.3%에서 2017회계연도 45.4%로 3.1%p 상승했다.

연구학생경비는 불안정한 수입 구조에도 불구하고 대학기본역량진단, 대학인증평가, 각종 재정지원평가 등에서 주요한 판단 지표로 활용됨에 따라 최근 10년간 157% 증가하는 등 대학에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차기이월자금은 2017회계연도 3423억원으로 10년간 4444억원, 56.5% 감소했으며, 이월금 비율은 2008회계연도 18.7%에서 2017회계연도 7.2%로 감소했다. 특히 예비비 성격의 기타 이월금은 지난 5년간 3191억원, 7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교육부의 사립대학 이월금 처리 기준에 따른 이월금 최소화 기조에 기인한 면도 있겠으나, 전문대학의 열악한 수입 재정과 고정적인 비용 확대에 따른 필연적인 부분이라고 하겠다.

전문대학의 적립금 운영 실태

앞서 살펴본 전문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황에 따라 미래 경영환경 변화에 대비해 쌓아두고 있는 적립금의 경우에도 최근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적립금은 대학이 특정한 경영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치하는 자금으로 세부적인 적립 목적에 따라 연구, 건축, 장학, 퇴직 적립금과 특정목적(기타)적립금으로 구성돼 있다.

누적적립금은 2017회계연도 기준 2조4339억원으로 10년 전과 비교해 24.7% 증가했으나, 타 적립금 대비 기금 인출에 유연성이 있는 기타 적립금의 경우 2013회계연도 5950억원에서 2017회계연도 3902억원으로 최근 5년간 34.4%가 감소했다.

이는 열악한 전문대학 재정 구조에 따른 기타 적립금의 인출 증가가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며, 2016년 12월 사립학교법 개정으로 불분명한 목적의 기타 적립금 적립 제한으로 향후 지속적으로 감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대학의 교육환경 투자의 감소

전문대학의 열악한 재정 상황은 결국 전문대학의 긴축 재정 운용으로 이어지며 이는 교육 투자 감소, 즉 교육 품질이 저하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 투자를 측정하는 대표 지표인 1인당 교육비(총교육비/재학생수)와 교육비 환원율(총교육비/등록금수입)의 최근 5년간 수치를 살펴보면,

전문대학의 1인당 교육비는 2017회계연도 기준으로 1019만5000원(2013회계연도 864만3000원), 교육비 환원률은 169.7%(2013회계연도 143.2%)로 단순 수치적인 면에서는 교육 투자가 매년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교육비의 주요 구성요소인 보수, 관리운영비는 고정비성으로 매년 상승하고 있고 연구학생경비와 산학협력단 회계 규모도 정부의 국가장학금 지원과 재정지원 확대로 매년 증가를 보이고 있다.

결국 대학의 실질적인 교육 투자 여부를 측정할 수 있는 것은 도서구입비와 기계기구매입비 그리고 건축비이나 해당 지표는 최근 5년간 꾸준히 감소하거나 변화가 없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학생수 감소에 따른 대학의 H/W 투자 축소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교육 시설 및 기자재의 노후화 등에 따라 일정 시설 투자가 유지돼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교육 환경의 저하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문대학에 대한 정부 지원 확대 필요

정부는 최근까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 규모를 OECD 평균(GDP 대비 1.1%) 수준으로 확대 하는 것을 목표로 매년 대학의 국고보조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 대학재정알리미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사립대학의 정부 재정지원(국가장학금 제외)은 총 3조 423억원(교육부 1조5647억원)으로, 정부의 고등교육 재정지원 현황 집계를 시작한 2011년 대비 약 9139억 원(교육부 1070억원) 증가했다.

그러나 전체 정부지원금의 80% 이상이 4년제 대학으로 지원돼, 전체 사립대학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전문대학으로의 지원은 상당히 미비한 수준이다.

특히, 정부지원금은 연구개발을 위한 지원이 인력양성에 비해 높은 편인데. 2011년 정부지원금의 76.3%가 연구개발 지원금이었고 2017년에는 54.9%로 감소했음에도 여전히 인력양성에 비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연구개발에 주력하기 어려운 전문대학에 더욱 불리한 환경조건으로 작용한다. 그 결과 2017년 전문대학의 연구개발비는 전체 전문대학 지원액의 3.9%에 머물러, 66.6%에 달하는 4년제 대학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재정지원의 수혜를 받게 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따라서, 우수 전문 기술자 양성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전문대학생 국가장학금 신설 등 전문대학에 특화된 국가 재정지원 확대와 등록금 책정 현실화 등 전문대학의 재정 건전성 제고를 위한 근본적인 국가차원의 지원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