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자율성을 주지 못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 대비 어려워
지속가능한 대학경영 실마리 모색, 한‧일 고등직업교육 방향성 가늠

[한국대학신문 김준환·김의진·박대호 기자] 2018 UCN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 5차 컨퍼런스에서는 10월 29일부터 3박 4일간 일본에서 진행된 프레지던트 서밋 2018 도쿄 콘퍼런스에 대한 평가와 의견 교환이 있었다. 전문대학 총장단은 일본의 선진 고등직업교육체계를 배울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총장단 일행은 일본의 전문학교와 산업시설 등을 방문하면서 지속가능한 대학경영에 대한 해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이와 함께 한‧일 고등직업교육 방향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됐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변화하는 일본의 평가기준, 정부와의 신뢰관계 배워야” = “이번 일본 서밋에서 느낀 점은 변화가 굉장하다는 점이다. 일자리를 비롯해 여러 현상들을 볼 때 잃어버린 20년을 종식하고 새롭게 깨어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교육계에서 55년 만에 드디어 나온 개혁도 인상적이다. 우리나라도 교육혁신이라는 틀 안에서 일찍이 과감한 절차를 밟았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 전문학교들이 전문직 대학으로 변하려는 이유는 국제적 통용성과 재정지원에 있다. 제도적으로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도 전문직대학처럼 되려면 특성화 수준을 더 높이고, 교육의 질도 높여야 한다. 17개 대학이 지원해 1개 대학만 선정된 전문직 대학의 설립기준을 상세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는지 전문대 발전방향에 참고했으면 한다. 대학과 정부의 관계는 바꿔 나가야 한다. 일본 대학의 자율성은 우리보다 높다. 법인 이사장과 총장을 겸임할 수 있으며, 참의원까지 겸임하는 사례도 있다. 운영경비도 상당부분 지원 받는다. 이런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신뢰관계가 형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전문대는 정부가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나가고, 정부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반재정지원 예산 자율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정상직 우송정보대학 총장
정상직 우송정보대학 총장

■ 정상직 우송정보대학 총장 “日 산업현장과 연계한 직업교육 과정의 ‘자율성 부여’ 인상 깊어” = “우리 대학은 실용음악과, 뷰티디자인과, 사회복지과를 20여 년 전에 만들면서 일본에 무수히 많은 음악‧미용‧복지학교를 다녔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왜 우리가 이 같은 전문학교를 가서 봐야 할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성공한 모델이기 때문에 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학과를 만들어 운영하다 보면 부딪히는 문제들이 많다. 자율성에 관한 부분이 그렇다. 직업교육은 산업현장과 연계된 교육을 해야 하는데 우리가 가진 교‧강사 풀 가지고선 계속 변화하고 있는 기술을 받아서 가르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 일본은 이런 부분이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이번 일본 서밋에 참여하면서 느낀 부분은 전문학교들이 정말 당당하다는 것이었다. 2년이라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전문기술을 확실히 가르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즉, 산업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창의성, 조직적응성, 협업능력 등을 바탕으로 4년제로 가겠다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능력중심 사회구조, 대학 자율경영 일본, 부럽다” = “일본 서밋을 통해 느낀 부러운 점이 두 가지 있다. 우선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 사회구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전수학교를 나오더라도 기업에서 아무런 차별 없이 받아준다. 반대로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와 전수학교를 가기도 한다. 또 다른 부러운 점은 자율경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등록금과 입학금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는 일본 전문학교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취업률 산정, 자격증 취득 국가지원 방식 개선 필요” = “이번 일본 서밋을 통해 느낀 점 가운데 하나는 취업률 산정 문제다. 일본 HAL전문학교는 희망자의 경우 100% 취업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취업률 산정에 있어 희망자를 기준으로 하지 않는다. 우리도 대상자가 아닌 희망자만 모수로 하는 방식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농업계통은 공업계통에 비해 1인 사업자가 많다. 4대보험 가입자 등의 방식으로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유연하게 전문대를 평가했으면 한다. 전문대 특성을 교육수요자들에게 홍보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다. 또 하나는 자격증 취득 수요에 대한 국가지원이다. 일본은 자격증 취득을 목적으로 전문학교에 지원하는 경우 국가 지원이 이뤄진다. 우리나라도 귀농 등에는 70% 가량 지원이 이뤄지고 있지만, 부족한 분야가 많다. 능력개발을 원하는 잠재자원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진다면 학령인구 감소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최용섭 UCN 프레지던트 서밋 사무총장
최용섭 UCN 프레지던트 서밋 사무총장

■ 최용섭 UCN 프레지던트 서밋 사무총장 “문제제기, 우리가 빨랐지만… 대만‧일본 할 동안 당국 무얼 했나” = “전공심화과정은 교육부에서 인정하는 학사학위라는 점이 핵심이다. 일본 전문학교가 주는 고도전문사는 하나의 칭호일 뿐이다. 일종의 자격인 셈이다. 우리가 주는 것은 제대로 된 학위다. 이를 외국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면 정부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당국은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느낌이다. 이번에 일본에 가서 총장단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왜 일본에서는 이 시점에 전문직대학을 만들었는가’ ‘직업교육을 왜 일반교육과 같은 반열에 올려놨는가’ 하는 부분이다. 이를 두고 일본 문부과학성의 의지를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1990년대부터 OECD 국가들은 직업교육에 상당한 신경을 쏟아왔다. 우리보다 대만이 먼저 고등직업교육 개혁을 단행했다. 이번에는 일본이다. 문제제기는 우리나라가 더 빨랐는데 말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당국은 이해관계자가 합의하면 한다는 식으로 소극적으로만 접근했다. 가까운 일본에서 하는 일도 먼 산 보듯이 하면, 어렵다.”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전문직대학, 직업교육 학위의 국제 통용성 갖추려는 목적” = “일본은 학문중심대학과 직업중심대학으로 나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직업교육을 하는 곳은 2~3년 과정, 학문을 가르치는 곳은 4년부터 박사까지 연한에 따라 대학을 나누지 않는다. 직업교육을 전문학교에서 가르치는데 학위가 없고 해외에서 인정이 안 되니 전문직대학이라는 제도권으로 들어가자는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변화의 핵심은 ‘창의력’ ‘실천력’… 교육부 한 발짝 변화된 자세로” = “총장단이 일본에 다녀왔는데, 결국은 연구중심과 직업교육중심의 ‘투 트랙’에 대한 고민이다. 그 고민의 근본적인 바탕은 ‘변화’다. 변화에 어떻게 잘 적응할 것이냐 하는 것. 적응하는 과정에서 변화에 잘 대처하려고 하면 이에 맞는 문제해결능력이 있어야 한다. 통상 창의력이라고 표현한다. 또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한다.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는 것은 강한 실천력, 결국 창의력과 강한 실천력이 전문직대학이라는 변화가 가지고 있는 핵심이다. 일본은 전문직대학과 전문직단기대학 제도를 실행에 옮기면서 대학의 신청을 받아 17개교 중 유일하게 1개 대학만 통과시켰다. 신중하게 접근하자는 뜻이다. 정책 실패를 가져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면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 제도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냐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변화를 수용하고, 적극 대응하는 모습이다. 이제는 직업교육에 대한 몸부림을 전 세계가 다 같이 하지 않으면 안 될 때가 됐다. 능력중심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정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 이제까지 해왔던 자세에서 한 발짝 변화된 자세로, 적극적으로 가야 한다.”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직업 창출‧산업체 발전’ 일본, 우리와 대조적… 자존심 상하지만 배울 건 배우자” = “우리나라와 일본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고, 다르다는 것도 이번 일본 서밋을 계기로 보고, 배울 수 있었다.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취업은 심각한 상황이다. 취업률이 낮다.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한다. 정부에서도 많이 애를 쓰고 있지만, 옆 나라 일본에서는 구인을 못해 난리를 치는 것을 보며 자존심도 조금 상한다. 여러 직업을 창출하고, 산업체를 발전시키고 있는 일본을 보면서, 그저 또 우리는 일본 시장에 대비해 보낼 수밖에 없나 하는 점에서 착잡한 마음이다. 하지만 좋은 것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일본 ‘선택과 집중’ 특성화… 우리도 더 노력해야” = “일본에서 세 군데의 전문학교를 보면서 제도적ㆍ환경적으로 굉장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잘하고 있는 전문학교를 방문했으니 더욱 그러했겠지만 수업이나 인테리어, 교‧강사 자원 부분에서 특히 본받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반성도 많이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성화를 한 부분이 감명 깊었다. 기자재나 시설, 도서관까지 전공에 특화된 모습을 보며 더 큰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선순 수성대학교 총장
김선순 수성대학교 총장

■ 김선순 수성대학교 총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춘 고등직업교육 혁신 이뤄내야” = “우리의 교원확보율을 보면 인건비가 보통 60%를 넘어가지만 일본은 25% 수준이다. 일본 현지에서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하냐고 물어보니 기업에 있는 분들이 와서 봉사하는 거라고 하더라. 우리로 치면 겸임교수들이다. 이들은 직장이 있으니까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교수라는 자부심 하나로 강의를 한다. 우리나라보다 더 많은 등록금을 받는데 교수들은 적은 상황이다. 이참에 정부에 건의를 드리고 싶은 게 있다. 일본 고등직업 변화상을 참고해 교육부도 여기에 맞는 개혁과 혁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최근 일본은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전문직대학이라는 고등교육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래전부터 우리 전문대학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끔 수업 연한 다양화, 고등기술대학 등 미래에 대비해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일본 전문직대학‧직업교육 사례 참고해 국내 직업교육 내실화 이룰 것” = “교육부 입장에서도 전문대를 어떻게 발전시켜나가는 게 좋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이런 일환으로 일본 전문직대학도 협의회와 같이 지난 7월에 출장을 다녀왔다. 전문대교협과도 함께 갔다. 일본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정확히 봐야 우리의 방향을 찾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좀 더 내용을 확인하면서 일본이 꼭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인지는 고민해 봐야한다. 한편 교부금, 재정지원 확대 부분은 일본 직업교육 사례를 참고해 대학의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일본 서밋에 다녀온 사례를 말씀해주셨으니, 이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 직업교육 내실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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