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 총장단-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간담회…‘즉석답변’으로 궁금증 해소
재정지원확대, 전담부서 설치, 학사제도 마련 등 요청
현장 문제점 전달…강사법·전공심화과정·등록금덤핑·취업률산정 등

8일 ‘2018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은 전문대 총장들이 교육부에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앞줄 왼쪽부터 홍남석 UCN원장,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이인원 한국대학신문 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가운뎃줄 왼쪽부터 백기엽 한국관광대학교 총장,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이걸우 동원대학교 총장,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 이채영 대경대학교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김선순 수성대학교 총장,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진인주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 뒷줄 왼쪽부터 홍준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박두한 삼육보건대학교 총장, 유광섭 동서울대학교 총장, 김홍용 서정대학교 총장,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윤준호 여주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한석수 KERIS 원장, 정상직 우송정보대학교 총장, 김천영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발행인. 사진=한명섭 기자
8일 ‘2018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은 전문대 총장들이 교육부에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앞줄 왼쪽부터 홍남석 UCN원장,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이인원 한국대학신문 회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가운뎃줄 왼쪽부터 백기엽 한국관광대학교 총장,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이걸우 동원대학교 총장,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 이채영 대경대학교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김선순 수성대학교 총장, 육근열 연암대학교 총장, 진인주 인하공업전문대학 총장, 뒷줄 왼쪽부터 홍준 한국대학신문 대표이사, 박두한 삼육보건대학교 총장, 유광섭 동서울대학교 총장, 김홍용 서정대학교 총장,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윤준호 여주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한석수 KERIS 원장, 정상직 우송정보대학교 총장, 김천영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최용섭 한국대학신문 발행인.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박대호·김의진 기자] 8일 서울클럽 한라산홀에서 열린 ‘2018 전문대 프레지던트 서밋’은 전문대 총장들이 교육부에 현장 목소리를 전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전문대 총장 23명은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과 간담회를 갖고 전문대 현안에 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간담회에 참석한 김영곤 직업교육정책관은 간담회 모두발언을 통해 전문대에 대한 교육부의 관심을 먼저 알렸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취임 이후 외부에서 한 가장 큰 행사가 전문대와 함께한 진로체험박람회다. 전문대 총장들과 오찬을 나누며 전문대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이번 국회 교육위원회에서도 위원장뿐만 아니라 여러 의원들이 어느 교육위보다도 전문대에 대한 관심과 지원표명을 많이 했다. 이기우 총장을 비롯해 여러 총장들이 그동안 많이 노력하고 지지를 부탁해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산 부족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는 반면, 현장 의견 경청 의지는 확고히 했다. “교육위에서 예산 부분이 아직까지는 좀 부족한 게 사실이다. 교육부에서 전문대를 담당하는 국장으로서 죄송스럽다. 하지만 전문대 우수인재 장학금 등 필요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현장에서 필요한 제도개선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듣고 발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많이 듣고 전문대가 직업고등교육기관으로서 발전하고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후 김 정책관은 총장들이 낸 의견을 경청했다. 답변이 가능한 일부 주제에 대해서는 즉석에서 교육부의 생각과 방침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문대와 일반대 중심 ‘투 트랙 고등교육체제’로 개편 필요>
현재 일반대 중심으로 짜여진 고등교육체계를 일반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하는 ‘투 트랙’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데 총장단은 의견을 같이 했다. 미래 사회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인재 양성에 방점이 찍힌 직업교육중심대학의 역할과 비중이 더 커져야 하기 때문이다. 

윤준호 여주대학교 총장
윤준호 여주대학교 총장

■윤준호 여주대학교 총장 “전문대와 일반대 동등한 위치로…제도적 개선 필요” = “총장이 되기 전 일반대와 전문대는 서로의 존재가 경쟁이자 싸워서 이겨야 하는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같은 생각이 변하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여주대는 군특성화 대학이다. 군대에 가보면 부사관의 위치가 많이 상향됐음을 느낀다. 옛날에는 사단장 사진 밑에 부사단장과 참모들 사진이 있었다. 요즘은 사단장 옆에 주임원사 사진이 붙는다. 이는 군대 문화도 직업군으로 바뀌었다는 방증이다. 장교 밑에 부사관이 아니라 장교직업군과 부사관직업군이 평등하게 나뉘어 있다. 이와 같이 우리 전문대도 일반대를 무조건 경쟁상대로 삼을 것이 아니라 공존하는 기회로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전문대가 일반대와 동등한 위치에서 같이 일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확실히 차별화된 교육과정…전문대학이 답 될 것” = “세계적 수준의 전문대학(WCC) 총장협의회 회장으로서 전국에 있는 대학을 대상으로 ‘동반성장 컨설팅’을 했다. 30여 대학이 신청했고, 컨설팅 위원을 선정해 전문대가 같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만들기 위해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컨설팅을 했다. 대학들이 실질적인 면에서 많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말로 전문대학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일반대와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전문대가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준 한국대학신문에 고맙게 생각한다. 교육과정과 교수학습 문제 등에 대해 우리가 많이 논의해, 전문대가 일반대와 확실히 차별화된 교육과정을 가지면, 학생과 기업 등이 자연히 전문대를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원재희 강원관광대학교 총장 “일반대와 차별화 전문대, 예산 편성에도 고려돼야” = “최근 진행된 한 토론에 다녀왔다. 시대는 정말 무서울 정도로 변화하는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고민을 또 한 번 했다. 그 곳에서 이기우 회장이 전문대와 일반대는 차별화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취업률과 학력 U턴 현상 등 실제 예를 가지고 설명했다. 전문대에 대한 지원금이 일반대인 연세대 하나 만큼도 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이야기 해 많은 청중들의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전문대 총장으로서 정말 많은 긍지를 가지게 됐다. 교육부에서도 앞으로 예산 문제에 더 애써줄 것으로 믿는다. 전문대학이 대학별 특성화가 잘 되고, 취업률을 더욱 높여 국가가 지향하는 일자리 창출에 힘을 더 냈으면 좋겠다.”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 “학문·연구와 직업교육 확실히 분리해야” = “학문·연구 중심 대학과 직업교육 중심 대학을 확실히 구분해야 전문대 위상을 높일 수 있다. 이 두 유형에 차이가 없다 보니 일반대를 못 가는 경우 전문대를 가는 형태가 돼 버렸다. 독일은 이 부분을 잘 분리한 결과 직업교육을 받는 데 대한 열등감이 없고, 사회에 빨리 진출해 장인이 될 수 있다는 자부심이 크다. 

<대학 자율성 확대 ‘절실’…재정여건 심각>
대학의 자율성을 확대해 달라는 요청도 했다.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 재정여건이 심각한 수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재정압박은 좋은 교육여건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필히 해결돼야 할 과제였다. 우리대학의 해외 진출 문제도 자율성 확대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맥락에서 교육부가 재정지원에 관한 자율성을 높여 달라는 요구도 뒤따랐다.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자율성 확대 필요…교육 환경과도 연관” =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자율성 확대다. 일본 직업전문학교는 정부 지원 없이도 산업 환경과 동일한 실습 환경을 갖추고 있다. 300만여 원의 입학금, 1500만여 원의 등록금을 자유롭게 받을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10년 가량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이런 부분을 해결해 준다면 우리 전문대도 좋은 환경을 갖출 수 있다고 자부한다. 실습 위주 교육과정인 일본 직업전문학교와 달리 우리 전문대는 다소 이론에 치우쳐 있다. 자율성이 확대되면 이 부분도 개선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채영 대경대학교 총장
이채영 대경대학교 총장

■이채영 대경대학교 총장 “교육영토 확장…좋은 콘텐츠 언제까지 한국 안에서만?” = “학령인구가 줄어들면서, 정원을 대학 자체적으로 몇 %씩 줄이고 있는데 교육적 영토를 넓혀야 할 때다.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쪽에 직업교육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싶어하는 학교가 많다. 현재의 ‘2+2’ ‘3+1’ 제도로는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 많다. 나라 간 교육 커리큘럼이 다르기 때문이다. 국내 전문대학이 조금 더 해외진출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동남아시아에서 국내 전문대학의 ‘조리과’ ‘문화예술 계열’ ‘공업 계열’ 쪽으로 많은 학생들이 오고 있지만, 여전히 비자 발급에서 어려운 부분이 많다. 이 때문에 대학이 직접 외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 ‘One University, Multi Campus’는 본교 정원을 줄이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 전문대학의 좋은 콘텐츠를 국내에서만 머물게 하지 말고, 외국으로 자연스럽게 전파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줬으면 한다. 대학 자체가 발 벗고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한영수 전주비전대학교 총장 “정부와 신뢰관계 필요…일반재정지원 자율성부터” = “대학과 정부의 관계부터 바꿔 나가야 한다. 일본 대학의 자율성은 우리보다 높다. 법인 이사장과 총장을 겸임할 수 있으며, 참의원까지 겸임하는 사례도 있다. 운영경비도 상당부분 지원 받는다. 이런 관계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신뢰관계가 형성돼야 가능한 일이다. 전문대는 정부가 믿을 수 있도록 신뢰를 쌓아나가고, 정부는 대학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일반재정지원 예산 자율성을 높이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일본 사례 참고해 혁신 이룰 수 있도록” = “교부금, 재정지원 확대 부분은 일본 직업교육 사례를 참고해 대학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일본 서밋에 다녀온 사례를 통해 직업교육 내실화를 이룰 수 있도록 방안을 만들어나가겠다.”

<전공심화과정, 국제적 학사학위 인정 필요>
전문대에 마련된 전공심화과정도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에서는 학사학위로 인정받 는 전공심화과정이 정작 해외에서 학사학위로 인정받지 못해 해외유학을 나가거나, 유학생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크기 때문이다. 전공심화과정에 유동성이 커 학사학위 인정이 더욱 어려운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김천영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김천영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김천영 한국승강기대학교 총장 “전공심화과정 국제적 인정 필요” = “해외에서 전공심화과정을 인정하지 않는다. 전문기술인이 되고자 하는 수요를 지닌 나라들이 있다. 하지만 인정이 되지 않아 유학을 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심화과정이 학사 과정에 걸맞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이번 기회에 우리 총장단이 교육부에 건의해 외국에서도 전공심화과정을 학사과정으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전문대 심화과정 불인정…유학생 유치에 어려움” = “전문대 심화과정이 학사학위로 국제적 인정을 못 받는 것은 해결해야 할 문제다. 몇 년 전부터 주한 중국대사관과 베이징 소재 학력인증센터 등에 협의회 차원에서 건의하고 있다. 답변은 일괄적인 학력인증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대 심화과정은 해마다 과정이 달라질 수 있고, 학과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우리 대학은 현재 심화과정 이수 시 학사학위를 인정받고 있다. 개별 대학에 대해서는 대사관 차원에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측 입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유학생들을 유치할 때마다 학사학위 인정 여부를 확인해야 하니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남성희 대구보건대학교 총장 “교육부, 전공심화 줬다, 뺏었다…국제 인정 못 받는 원인” = “우리나라는 교육부의 관리감독 하에서 직업교육을 하고 있지만, 학제는 2~3년 등으로 짧아서 해외에서 잘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 중점이다. 전공심화과정을 통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게 됐지만, 대학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전공심화과정을 채우지 못하는 학과가 있을 경우 철회된다. 유동성이 있다는 말이다. 전공심화과정을 통한 학사학위는 인정할 수 없다는 게 해외의 시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자율에 맡길 때가 됐다. 학생을 가르쳐 그 분야에서 학사학위를 줄 자신이 있다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2~3년만 하게 하자는 말이다. 멋대로 바꾸자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기준을 정해 심사‧평가를 통과하면 할 수 있도록 하자. 전공심화과정 정원을 교육부에서 줬다가 뺏었다가 하면, 학위를 주는 대학으로 국제적 인정을 받기 어렵다. 자율성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전공심화과정 문제에 공감, 문제 풀어나갈 것” = “지난해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간담회에서도 전공심화과정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문제점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전공심화과정을 운영해 4년제 학사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문의가 많다. 주한 중국대사관, 참사관 등도 불명확하게 알고 있고 답하기 곤란해 우리에게 문의하기도 한다. 제도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총장단과 같이 논의해 풀어가도록 하겠다.”  

<강사법 발의 시 겸임·초빙교수 제도 ‘고사’>
국회에 제출돼 있는 강사법이 전문대 교육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겸임·초빙교수 관련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제기도 이뤄졌다. 교원 확보율 등의 지표에서도 기준이 다른 만큼 일반대와는 다른 방안을 마련, 전문대 교육의 내실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 “강사법, 전문대 산업현장 겸임‧초빙 특수성 전혀 반영 안 돼” = “강사법이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 대표 발의로 제출됐다. 발의안에 대해 큰 문제점을 지적하려고 한다. 현재 대학 적립금은 강사법 개정 후속조치 목적으로 쓸 수 없다. 2~3년 뒤 대학에 어려움이 닥쳤을 때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이를 들은 이찬열 위원장이 격노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우리가 요구한 내용을 담을 수 없었다. 속수무책이었다.
전문대학이 산업현장에 계시는 분을 겸임‧초빙교수로 활용한 덕분에 인력-수요 미스매치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 산업현장의 생생한 변화를 학생에게 지도한다는 점이 겸임교원이 가지는 장점이다. 전문대가 70%를 상회하는 취업률을 갖는 것도 이 덕분이다.
강사법에서 이러한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모두 강사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겸임교원의 경우 산업현장에 재직하기 때문에 강사법에서 요구하는 임용절차나, 4대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교원확보율의 경우 일반대와 전문대는 기준이 다르다. 일반대는 전임교원 확보율, 전문대는 교원 확보율을 본다. 이런 부분이 간과된 채 강사법이 마무리됐다. 이대로라면 해당 분야 최고의 자원이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고, 산업현장으로 데리고 가는 연결이 끊기게 될 것이다. 대학 정책에서 큰 붕괴점이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전문대 겸임‧초빙 교원은 입법 과정에서 제외한다든지, 강사법에서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정부가 손을 맞잡고 해결책을 강구해 한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내부 보고 통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 “강사법 관련해서 나온 문제제기에 동의한다. 전문대 교육은 겸임교원을 충실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적으로 보고해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지역격차 문제 해소 ‘절실’>
환경적 여건이 좋지 못한 지역들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정책 입안 과정에서 이를 안배해야 한다는 요청도 간담회를 통해 나왔다.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박소경 호산대학교 총장 “지역격차 문제 인식 필요” = “서울에만 계시는 분들은 지방 사정을 잘 모른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뒤떨어져 있는지 말이다. 우리나라는 원래 계층사회가 아니다. 하지만 대학이 계층을 만들고 있다. 국민들은 SKY 등 대학이 계층을 만드는 것으로 안다. 시민의식을 높이고 밑바탕부터 지적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곳이 전문대가 아니겠는가. 수도권에서 먼 지방대학일수록 상황이 너무 어렵다. 정책을 만들고 입안하는 분들이 이와 같이 지역 격차가 크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인식해주셨으면 좋겠다.” 

■이민숙 동강대학교 총장 “지역 안배 절실…전문대 위상과 연관” = “지역적인 안배를 부탁드린다. 지방 소재 전문대는 재정 문제를 비롯해 여러 면에서 열악하다. 산업체가 많이 없어 취업이 힘든 지역도 있다. 지역 안배를 통해 지방 전문대를 활성화시키면 전체 전문대 위상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지방대 성장 필요하다는 데 동의” = “지방대학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지방대에 연락없이 가보기도 한다. 어떨 때는 안타까운 생각도 들고, 나름대로 지역에서 잘하는 것 같아 뿌듯하기도 하다. 지역에서 대학이 없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공동체가 무너지는 것이다. 반드시 지역에는 대학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도 그런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창업자 취업률 배제…취업 열기 꺾는 것>
현 취업률 산정에 창업자들이 배제돼 있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문제였다. 창업을 권장하면서도 취업자로 보지 않는 탓에 창업 열기를 꺾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김병묵 신성대학교 총장 “창업자의 취업률 포함 필요하다” = “창업자들을 취업률에 포함하는 방안을 교육부가 고려해 줬으면 한다. 전문대 졸업생 중 창업을 하는 졸업생과 졸업예정자들의 경우 취업률에 포함되지 않는다. 일정 수익을 올려야 취업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하고 바로 수익이 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금처럼 수익을 취업의 기준으로 보는 것은 창업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꺾는 일이다. 취업률에 포함시키는 등의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더해 사소한 것들까지 대학에 협조를 요청해 업무량만 늘리는 것은 지양해 주길 바란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창업 취업률 포함 검토” =“창업이 취업률에 포함이 안 된다고 지적한 부분에 공감한다. 창업이 금방 되는 게 아니고 사업등록까지 가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수익까지 나는 것은 요원하다. 이런 점을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다.”

<간호학과 편입학, 정부 설명 미비>
간호학과 편입학과 관련해 정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었다. 교육부는 이에 대해 정원 외 편입인 만큼 대학 부담을 없애는 데 집중하겠다과 답변했다.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이은직 경북보건대학교 총장 “간호학과 편입, 각 대학 준비 방향성 교육부 설명 필요” = “전문대학도 열심히 노력을 하겠지만 결국 교육부가 직업교육 중심대학으로 역할을 정립할 수 있도록 확실히 도와줘야 한다. 그래야 활성화되지 않을까. 한 가지 건의하고 싶은 것은 간호학과 편입과 관련해 각 대학이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대학의 경우 간호학과의 규모가 커서 확충을 해야 하는데, 교수나 인증평가 면에서 하자는 없는지, 방향성에 대한 교육부의 설명을 부탁드린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정원외 편입, 대학에 부담 없도록 할 것” = “간호학과 편입에 대한 기준 등을 개인적으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않다. 정원 외로 편입을 허용한 부분이니 되도록 대학에 부담 없게 하려는 게 기본 방향이다. 담당 부서에서 별도답변 드리도록 하겠다.”

<유학생 등록금 덜 받는 ‘덤핑’ 횡행>
유학생 등록금이 국내 학생들보다 낮은 ‘덤핑’ 문제도 지적 대상이었다. 유학생 ‘유치’만 우선하다 보니 등록금을 낮추고 있다는 것. 이는 오히려 유학생에게 등록금을 더 받는 해외 현실과 비교했을 때 더 처참하게 다가온다는 평가다.

■유재원 한국영상대학교 총장 “유학생 등록금 ‘덤핑’, 정책일관성 부재 등 해결해야” = “전문대가 어려움을 겪는 문제 중 하나가 유학생 등록금 ‘덤핑’이다. 학생 수가 줄자 일부 대학이 등록금을 대폭 낮춰 유학생을 유치하고 있다. 다른 나라는 유학생에게 더 많은 등록금을 받는데 유독 한국만 등록금을 내리는 처참한 현실이다. 교육부가 이 부분을 좌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문제의 근본 원인은 지출만 늘어나는 구조에 있다. 등록금을 줄이고 입학금을 없애는 것도 모자라 강사법까지 나와 대학의 지출은 늘어만 간다. 이렇게 해서는 살아남기 어렵다. 늘어나는 지출만큼 정부의 재정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유학생 덤핑 방지 지침 강화 필요” = “유재원 총장이 얘기한 유학생 덤핑은 이뤄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제국장 시절 내국인과 외국인 학비를 차등해 받을 수 있는데 대학들이 못하고 있는 것을 보고 지침을 만들어 대학에 내리기도 했다. 앞으로 그런 부분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유학생 비자 문제…현실화 필요>
외국인 유학생에게 국내 비자를 부여하는 제도가 현실성이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반대와 동일 기준을 두다 보니 전문대는 실질적으로 이용할 수 없는 제도라는 것이다.

■허정석 울산과학대학교 총장 “외국인 유학생 비자…점수제 환영, 실질적 보완 필요” = “학령인구가 감소하면 결국 전문대학은 정원 외 입학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외국 유학생 분야의 문제가 대두된다. 법무부는 외국인 유학생이 공부를 마치면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비자를 줄 수 있도록 했다. 이제까지는 꽤나 까다로웠었다. 최근 전향적으로 바꿔, 점수제를 도입했다. 기준 이상의 점수면 비자가 나오게 바뀌었다. 하지만 내가 검토한 바로는 실질적으로 법무부가 요구하는 점수를 딸 수 없게 돼 있다. 물론 전향적으로 점수제를 도입한 것은 긍정적이나, 학생이 실질적으로 딸 수 있는 점수로 변경돼야 한다. 교육부가 이에 대해 도움을 줬으면 한다. 방탄소년단의 활약으로 한국을 찾는 세계 학생들이 실제로 늘어나고 있다. 유학생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졸업과 취업 알선 등 대학에서는 확실하게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비해 비자에 필요한 점수는 너무 어렵다. 이에 대한 도움을 요청한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비자문제, 현실적 조정 필요” = “비자 문제의 경우 저희도 법무부와 전문대교협과 같이 협의하겠다. 일반대와 같이 기준을 맞추면서 그렇게 높아진 것 같은데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잦은 평가에 ‘피로감’ 호소>
잦은 평가로 인해 피로감을 호소하는 의견도 있었다. 대학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교육부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기획재정부 등을 함께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해 보인다. 

■정영선 오산대학교 총장 “잦은 평가에 ‘노이로제’” = “잦은 평가를 간소화시켜야 할 필요도 있다. 역량진단평가에 대학이 모든 역량을 쏟아 부었지만, 또 다시 자율개선대학과 역량강화대학을 향한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 평가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교수·학습에 관심 가져야 할 대학이 평가 대비하느라 하루를 보내고 있다. 간소화를 통해 대학의 부담을 덜어주기 바란다.” 

■김영곤 교육부 직업교육정책관 “기재부 설득 과정 필요” = 평가 관련해선 부담스럽다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 역량강화대학이나 자율개선대학들은 평가 부담이 없게 하려고 일반대와 맞춰 준비하고 있다. 기재부는 재정지원이 들어가면 평가를 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사항은 대학들과 함께 기재부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울러 평가 양을 줄이는 부분도 명심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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