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엽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회장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

이종엽 회장
이종엽 회장

올여름은 40여 년 만의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무더위가 오랫동안 지속됐다. 과연 언제 더위가 끝나려나 하는 걱정 속에 있었던 것이 불과 얼마 지나지 않은 가을 아침이다. 그 무더웠던 여름도 결국은 자연의 섭리라는 거대한 흐름에 밀려 가을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시간의 흐름인 세월은 계절을 바꾼다. 하지만 그 숱한 시간이 흘러갔어도 우리 사회에서 변하지 않고 있는 것은 교육제도 및 본질에 관한 사고들이다.

현재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하면서 교육에 관한 사고는 구시대적인 관념과 인식체계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교육에서 변하지 않는 구시대적 인식의 첫 번째는 아직도 상위 1% 엘리트 지향적 교육체계와 인식구조이다. 누군가는 사회는 1%의 핵심 엘리트들이 꾸려나간다고 하지만 교육은 그렇지 않다. 전체 국민 모두에게 공정한 교육이어야 한다. 교육만큼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이루어지면 안 된다는 논리다. 아직도 우리사회는 경제뿐만이 아니라, 교육부문까지도 무한경쟁의 장이나 약육강식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불우한 경제사정으로, 흙수저 출신이라서, 어려서부터 교육적 약자에 해당되는 이들에게도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성장과 자립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교육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변하지 않는 것은 직업교육에 대한 가치절하 인식이다. 직업교육은 아마도 조선시대 사농공상의 인식구조에서부터 시작돼 지금껏 유지되고 있는 잘못된 인식구조라고 본다.

이런 인식이 전체 국민과 학부모에게도 일반계고와 전문계고 및 마이스터고 간의 차별, 일반대학과 전문대학 간의 차별을 낳고 있다. 다양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실제로 필요한 것은 다양한 직업교육과 실제적인 실무교육이다.

실제 진학주체인 학생들의 생각과 판단,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인문계고와 일반대학으로 진학해야 한다는 변하지 않는 사회전반적인 분위기와 사고체계를 이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시점이다.

세 번째는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의 관점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선진국들의 사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직업교육을 위해서 선진국에서는 교육의 기본적인 틀과 제도를 확실하게 뒤집어 정부 주도의 직업교육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 현실은 일반 학문 및 연구 중심의 고등교육과 똑같은 잣대로 직업교육을 바라보면서,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직업교육에 대한 정부주도적인 직업교육정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변하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교권 침해’문제이다. ‘인권’에 대한 새로운 가치 부여가 시작되면서, 이에 대한 역작용으로 ‘교권의 추락’현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날, 우리의 교육현실에서는 너무나 많은 갑질 아닌 갑질이 존재한다. 자녀교육에 관한 한, 모든 학부모들은 교육전문가 내지 입시전문가라고 주장한다. 교사들 앞에서 교육의 본질적 가치나 자녀의 인격 함양보다는 좋은 성적과 우수한 대학으로의 진입에 성공한 사례가 본인의 치적인 양 자랑스러워한다.

언제부터인가, 자기 자식들의 인권 보장이나, 수업권 확보만을 강조하게 되면서 교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 사례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학교를 떠나는 교사가 속출하고 있다.

사실 교육이라는 것은 국가를 지탱해 주는 가치요, 시대의 유행이나 정치논리에 따라 흔들거려서는 안 되는 높은 기준이라 할 수 있다.

적어도 교육부문만큼은 큰 나무가 뿌리를 깊이 내리고 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처럼, 교육 전반에 걸쳐 교육적 가치를 주창하고, 여론이나 사회분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교권을 확립하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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