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정성민 기자] 교육부는 1대 안호상 장관을 시작으로 59대 유은혜 장관이 취임했다. 역대 교육부 장관들은 대학 경쟁력 강화와 대학교육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패’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간단하다. 정작 교육부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관 얼굴만 바뀌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교육부부터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본지는 “교육부 개혁이 먼저다” 시리즈에 이어 ‘교육부 적폐 청산 프로젝트’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 주>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하지만 교육정책이 요동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새롭게 수립되고, 교육개혁이 추진된다. 특히 보수에서 진보로 또는 진보에서 보수로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 교육정책이 대대적으로 폐기되거나 수정된다. 이제 교육은 ‘백년지대계’가 아니다. ‘오년지대계’다. 선진국들은 미래를 바라보며 교육정책을 설계, 집행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교육정책에는 비전이 없다. 교육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추기 급급하다.

■ 대학 설립 풀어주더니 정원감축 급급= “1996년 문민정부가 대학설립준칙주의를 허용했다.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사립대를 설립하기 쉬워진 것이다. 문제는 인구 급감 시대가 예견됐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확대 정책을 수립했다.”(김성익 삼육대 총장)

교육부의 시선은 얼마나 멀리 바라보고 있을까? 100년? 50년? 아니 30년? 모두 아니다. 불과 10년도 되지 않는다.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대표적이다. 시계추를 돌려보자. 문민정부는 1995년 5월 31일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5·31 교육개혁이라고 부른다.

5·31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도입됐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으로 대학 설립 요건과 기준이 최소화됐다. 따라서 일정 기준만 충족시키면 대학 설립이 허용됐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대학 특성화와 다양화, 인가제 폐해 방지 차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대학설립 준칙주의는 설립 조건을 완화해 대학 설립 자율화를 확대한 정책”이라면서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전까지 대학 설립 인가가 정원 확대와 함께 모종의 특혜로 인정됐다. 정치적 압력, 로비 등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신생 대학이 줄줄이 탄생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1997년 20개 대학, 1998년 7개 대학에 이어 2011년까지 63개 대학이 신설됐다. 동시에 대학 진학률은 80%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학령인구감소와 신입생 미충원 사태를 우려했다. 정부가 1960년대 중반부터 산아 제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기 때문이다. 박남기 교수는 “당시 이미 우리나라 대학도 신입생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도래하고 있음을 경고하며 연구를 통해 학생 감소 시기에 미국과 독일 대학들은 어떻게 대처했는지 등을 분석, 시사점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신입생 미충원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가 부실대 양산의 원인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러자 교육부는 2005년부터 대학구조개혁과 규제 강화정책을 추진했다. 대학설립 준칙주의로 대학 수와 정원을 늘리더니, 5·31 교육개혁 발표 이후 10년 만에 노선을 변경했다.

특히 부실대들은 줄줄이 퇴출 리스트에 올랐다. 지금까지 광주예대, 대구외대, 아시아대, 명신대, 서남대, 선교청대, 한중대 등이 퇴출됐다. 대다수 퇴출 대학들은 대학설립 준칙주의 도입 이후 설립됐다. 교육부가 대학설립 준칙주의를 도입해도 장기적 시각에서 학령인구감소와 신입생 미충원 사태를 대비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다.

박 교수는 “준칙주의에 의해 설립된 대학들이 우선 폐교 대상이 됨에 따라 대학 설립 기준 완화가 질 낮은 소규모 특성화 대학을 주로 양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출산율 감소로 대학 수요가 급감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학의 질을 떨어뜨리며, 대학 수와 입학 정원을 늘린 정책은 결코 타당하다고 평가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 대입 3년 예고제 무색, 대입정책 혼란 = “교육부가 대학 측에 2020년 입시에서 ‘정시 비중을 확대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수시 확대’로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는 기존 방침을 흔드는 조치로서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무능한 교육부는 입시정책을 흔들지 마라.”(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3월 29일 교육부發 대혼란이 시작됐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일부 주요 대학에 2020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비중 확대를 요구했다. 대학들은 대입 3년 예고제에 따라 2020학년도 대입 시행계획을 3월 30일까지 확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박 차관의 요청으로 부랴부랴 수정안을 만들었다. 실제 연세대는 4월 1일 2020학년도 입학전형 시행계획(안)을 발표하며 “학생들의 선택권을 강화하기 위해 정시모집 인원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대입정책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대입 3년 예고제를 어기면서까지 정시 확대를 추진했다. 대입 3년 예고제란 중학교 3학년 11월 말(대학 입학 3년 3개월 전)까지 ‘대입전형 정책 방향’을, 고교 1학년 8월 말(2년 6개월 전)까지 ‘대입전형 기본사항’을, 고교 2학년 4월 말(1년 10개월 전)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고교 3학년 4월 말까지 수시모집요강과 8월 말까지 정시모집요강을 각각 발표하는 것이다.

대입전형은 정책 방향부터 모집요강이 발표될 때까지 일관성과 안전성이 유지된다. 그래야 수험생들이 미리 대입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다. 교육부는 지난 10년간 대입 기조에서 수시 확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학년도 대입 시행계획 마무리를 앞두고 정시 확대로 대입 기조를 뒤집었다. 동시에 대입 3년 예고제가 물거품이 됐다. 이어 교육부는 8월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정시 확대(수능위주전형 비율 30% 이상 확대) 방침을 못 박았다. 

교육부의 오락가락 행보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전국진학지도협의회와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교육적 타당성, 평가의 신뢰성, 사회적 공정성을 기준으로 수능과 비교할 때 월등히 우수한 대입전형”이라며 정시 확대 방침에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슬그머니 일부 대학을 압박, 정시 확대를 꾀하고 있다. 소수 관료 중심의 밀실행정 관행을 선호하는 구태가 여전하다”고 비판했다.

또 서울 소재 A대학 입학처장은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가 이래서는 안 된다. 모든 정권에서 반복된 문제가 재발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대입제도개선 연구단을 자체적으로 출범시키며 교육부에 반기를 들었다. 교육부는 급작스럽게 정시 확대를 추진하면서 동네북 신세로 전락했다.

■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에 개편, 대학가 당혹 = “대학 현장에서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이 대학 재정 확보에 도움이 되지만 정부가 사업 목적과 방식을 정함(Top-down)에 따라 대학 이념과 특성을 충분히 살리는 데 제약이 있다. 사업별로 고유 목적이 있으나 사업 종류가 많고 복잡하다. 평가 지표가 획일적이다’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교육부는 대학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방향’을 마련했다.”(2016년 7월)

“교육부 대학재정지원사업은 사업별 지원 목적에 따라 다양하지만 목표부터 성과관리까지 정부 중심으로 추진됨으로써 대학 자율성이 저해되고, 시장주의적 사업 방식으로 대학의 경쟁이 심화됐다. 정부는 대학의 자율성 강화와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재구조화했다,”(2017년 12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전면 개편했다. 이에 2019년부터 대학혁신지원사업(자율협약형+역량강화형)이 시행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은 기존 ACE+(자율역량강화), CK(특성화), PRIME(산학연계), CORE(인문), WE-UP(여성공학) 등 5개 사업이 통합된 것이다. 특정 영역이 아닌 대학 전반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산 규모는 약 5688억원이다.

5개 사업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됐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평가를 통해 지원 대학을 선정했다. 반면 대학혁신지원사업 자율협약형은 별도 평가 없이 모든 자율개선대학을 대상으로 지원된다. 대학혁신지원사업 역량강화형은 일부 역량강화대학에 한해 특성화 추진과 정원 감축 권고 이행계획을 조건으로 지원된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이 개편에 개편을 거듭하면서 대학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의 공언을 믿고 착실히 사업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1월 당시 장미란 교육부 대학재정과장(현 교원정책과장)은 “대학이 ACE 사업(ACE+ 사업 전신)을 가장 만족스러워한다. 2019년에는 60~80개교 지원을 목표로 ACE+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혀 대학가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ACE+ 사업 신규 선정은 사라졌다. B대학 관계자는 “ACE+ 사업에 선정되면 ‘잘 가르치는 대학’의 영예를 얻는다. ACE 사업부터 ACE+ 사업까지 꾸준히 도전했는데 더 이상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재정지원사업은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국비 지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SKY는 6조1161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는 전체 국비 지원금의 10%에 해당된다. 박 의원은 “명문대로 불리는 소수 대학이 전체 대학생들에게 돌아가야 할 교육자원을 독점하는 현상은 정권이 바뀌어도 큰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대학가는 “교육부가 대학재정지원사업을 빌미로 대학을 통제한다”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대학재정지원사업 개편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었다고 기존 정부의 대학재정지원사업이 줄폐지된 것은 아쉽다. ACE 사업은 대학가의 만족도가 높았다. 이에 ACE+ 사업으로 이어졌다. CK(특성화)사업은 대학들의 특성화 유도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 관계자는 “ACE 사업은 2010년부터 추진돼 대학 본연의 가치를 강조하는 ‘잘 가르치는 대학’ 기치 아래 우수 학부교육 선도 모델을 창출, 확산했다. ACE+사업은 ACE 사업 선정 대학의 우수 프로그램들이 축적·확산된 결과 2017년 신청 대학들은 사업계획서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았다”면서 “CK사업은 지역산업(사회) 수요와 특성을 고려한 특성화학과(사업단)의 강점 분야를 집중 지원함으로써 전국 방방곡곡에 지역산업과 사회 특성에 맞는 맞춤형 지역인재 양성을 유도하고 국가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만족도나 성과가 우수한 대학재정지원사업의 경우 무조건 폐지보다 계승, 발전시키는 자세가 요구된다. 그러나 교육부는 정권 교체와 함께 대학재정지원사업을 재차 개편했다. 교육정책이 정권에 따라 요동치면 혼란은 고스란히 대학가의 몫이다. 대학가는 언제, 어떤 혼란이 또 올지 좌불안석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 국가교육위원회 시동 걸었지만 대학가 불신 =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소통·협력·효율성을 높이는 교육거버넌스 개편을 추진하겠다”면서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집권 초기 교육개혁 추진을 위한 국가교육회의를 설치하고, 장기적으로 중장기 국가교육정책 논의를 위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구상이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국가교육회의가 2017년 12월 출범했다. 

국가교육회의는 10월 23일부터 11월 7일까지 전국 6개 권역에서 ‘우리 교육의 미래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에 관한 시민사회 경청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대학가는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과정에 대학가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지 의문부호를 제기하고 있다.

첫 번째 경청회가 단적인 예다. 첫 번째 경청회는 시청한화센터드림홀에서 열렸다. 지정토론자로 차성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 최민선 서울시교육청 교육정책보좌관, 이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연구소 소장, 백정하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고등교육연수원 원장, 김태정 인천시교육청 교육정책보좌관,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원, 송성환 EBS 기자 등이 참석했다.

박순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사교련) 이사장은 "책임 있는 전국 규모의 교수단체들에 대한 초청이 없었다. 지정토론자로 섭외된 사람들의 대표성이 문제"라며 "대교협에서도 고등교육연수원은 대표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대교협 산하 고등교육연구소 소장이라면 나름대로 일리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교총도 당사자로서 대표성이 있으며, 교육청을 대표해 인천시 교육정책보좌관이 참석한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나머지 참석자들은 대표성이 없는 분들이라 생각된다"면서 사교련,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등 대표성 있는 교수단체들이 전혀 초청되지 않았다. 이러니까 국가교육회의가 구설에 오른다"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교육 오년지대계’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야심차게 꺼내든 국가교육회의와 국가교육위원회 카드. 하지만 국가교육회의는 대입공론화 정책으로 뭇매를 맞았다. 국가교육위원회는 설립 작업 초기부터 대학가의 시선이 곱지 않다. 과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통해 정권 입맛에 따라 요동치는 교육부의 적폐가 청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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