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

이남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
이남우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융합연구정책센터 연구원

최근 과학기술계의 화두는 단연 연구자 윤리 문제다. 일부 과학기술인들의 연구비 부정 사용 문제는 매년 지속적으로 보도되고 있고, 일부 연구책임자들은 논문 저자에 연구와 무관한 자녀의 이름을 넣는 등 꾸준히 과학기술인들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 5년간 무려 1300여 명에 달하는 과학기술인들이 와셋(WASET)이나 오믹스(OMICS) 등의 부실학회에 참가했다는 사실은 과학기술인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과학기술인들 내부에서는 그러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9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연구윤리 재정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후의 진행상황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이러한 움직임은 과거에도 끊임없이 있었으나 정작 현실화된 내용은 없었다.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신뢰 저하는 크나큰 사회적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과학기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부족하다 보니 해당 분야의 전문가라 불리는 그들의 주장에 의문을 갖는 이들이 많아졌다. 결국 전문가가 전문적 시각하의 통찰력을 지닌 의견을 제시하더라도, 그 의견에 대한 존중보다는 의심이 먼저 발생하는 사회가 됐다. 이를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이 바로 탈원전 관련 공론화 위원회였다. 원자력 발전 전문가의 의견은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목소리가 돼 의심을 받게 됐고, 그들의 의견을 검증하고자 반년 가까운 시간이 소비됐다.

탈원전과 같은 사회적 이슈를 넘어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에도 이러한 문제는 발생하고 있다.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해당 분야와 사회적 통찰력을 가지고 적절한 시기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사업 제안을 해도 정부에서는 이러한 연구자들이 제안하는 사업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오랜 기간 검토하고 있다. 최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 기간이 단축되는 등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시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적시에 새로운 사업 시작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전문가의 의견일지라도 이를 일반인들에게 자세히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과정은 필요하다. 하지만 전문가에 대한 사회적 불신으로 전문가의 의견이 무시되는 행태는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회가 많은 사회적 자본을 투자해 전문가를 양성하는 이유는 바로 그들의 전문성을 사회의 적시적재에 활용해 사회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상황을 초래한 것은 전문가들 스스로의 도덕적 해이가 크다는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기에 전문가들 스스로 자성하는 모습과 자정의 노력을  사회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최근 과학기술인들의 모습은 너무 안타까울 따름이다. 현재 상당수의 대학에서는 대학생들이 학업상의 윤리를 지키겠다는 선언인 ‘명예제도(Honor Code)’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어도 대학 교수들은 그러한 제자들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라도 교수 버전의 명예제도를 만들어 선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빨리 과학기술인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으로 사회적 신뢰를 쌓고, 그들의 의견이 전문가 의견으로서 다시금 일반인들에게 절대적 믿음을 주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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