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후 전국진학지도협의회 정책국장∙대학별고사 연구팀장

수시모집 대세 시대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의 경쟁률은 논술전형 경쟁률을 따라잡을 태세다. 그렇다면 평가자는 학종 지원자의 면접과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의 어떤 점에 주목해 점수를 줄까? 4년 이상을 가르쳐야 한다면 말과 글에 자존감이 담뿍 묻어나는 지원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피동 표현을 삼가라
고양이가 아닌 호랑이처럼 자신을 드러내고 싶다면 ‘피동’ 말과 글을 삼가야 한다. 피동은 말 그대로 당하다는 뜻이다. 영어는 물주(物主) 구문 즉 사물 주어가 있어서 피동문이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말은 피동문을 쓰면 책임회피성 글과 말로 읽힌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책임지지 않고 본인 이야기가 아닌 사돈 남말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런 피동형 글은 기업의 사과문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예컨대 ‘책임 있는 해결책이 요구됩니다’는 문장에는 누가 책임 있는 해결책을 내놓아야 하는지 주어가 없이 피동형으로 쓰였다. 여기에 이중 피동인 ‘~요구되어집니다’로 표현하면 더욱 곤란하다. 즉 책임회피성 글과 말에는 주어 없이 피동형 구성이 많다. ‘제기된 문제들은 추후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입니다’라는 사과문은 주어 없이 피동형으로 쓰여 책임을 회피하는 물타기식 표현이 되고 말았다.

다시 강조한다. 피동 표현은 삼가고 능동 표현으로 말하고 쓰자. 그러면 말과 글에 자신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적이 떨어져 우울해졌다’가 아닌 ‘성적이 떨어져 우울했다’라고 하자. 느끼고 생각하는 주체는 본인 아닌가? ‘-라고 느껴진다’, ‘-라고 생각된다’는 표현보다는 ‘-라고 느꼈다’, ‘-라고 생각한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자신을 드러내는 데 적합하다. 본인이 먹고 느끼는 거라면 ‘배가 부른 것 같아요. 그래서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가 아닌 ‘배가 부릅니다. 그래서 기분이 좋습니다’로 말하고 쓰자. 자신 없는 표현은 삼가고 주장을 분명하게 하자. 그래야 면접관의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

▪지시어를 삼가라
면접 시 학생들이 많이 범하는 오류 중 하나는 ‘이, 그, 저, 이것, 그것, 저것, 이런, 그런, 저런’ 등의 지시어를 남발하는 경우다. 물론 문장 간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앞에 나온 구절이나 문장을 지시어를 사용해서 반복을 피할 때는 사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시어의 특성상 앞 내용을 다시 떠올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에 평가자는 말을 쉽게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면접자를 평가해야 하는 면접관 입장에서 본다면 지시어를 남발하는 면접자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지시어를 줄이고 구체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합격 포인트다.

▪1인칭 대명사를 삼가라
 1인칭 대명사 '저, 저희, 제가'의 습관적인 사용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학생들이 면접과 자소서에서 1인칭 대명사를 자주 쓰는 것은 자기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강하고 평가자에게 자기 말과 글을 중계하려 하기 때문이다. 본인이 면접자라는 것을 면접관이 아는데도 반복적으로 쓴다면 지루하고 딱딱한 인상을 준다. 두운(頭韻)처럼 같은 단어가 반복되면 글의 외관도 좋지 않다. 첫 문장에 자신을 주어로 밝혔다면 다음부터는 굳이 1인칭 대명사를 반복할 필요는 없다.

▪부사를 삼가라
 부사는 말과 문장을 애매모호하게 만든다. 손에 꽉 잡히지 않는다. 예컨대 ‘자주’는 몇 회부터 자주인가? ‘빨리’는 몇 킬로미터(km)부터 빨리인가? 세상에는 ‘무조건적, 절대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 많지 않다. 부사를 남용할 경우 말이 무성의하고 주관적이게 된다. 오죽하면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은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라고 했을까? 평가와 관련된 말과 글에서는 가급적 부사를 삼가는 것이 좋다.

▪상투적 어구를 삼가라
‘요즘’ ‘최근’ ‘현대사회’ ‘4차 산업혁명’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상투적인 어구는 엇비슷한 실력의 학생들을 평가해야 하는 평가자의 주목을 끌기 어렵다. 아울러 흔한 명언명구, 속담, 사자성어 등도 식상할 수 있다. 면접 시 첫 문장은 평가자의 호기심을 유발하거나 전공적합성과 관련된 어구로 시작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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