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뉴스와 가짜뉴스 구별 어려워… 파과력‧영향력 심각한 수준
언론의 신뢰 회복 시급, 미디어 정보 해독력 및 합리적 의심 필요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해당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지난해 부산의 한 대학에 붙은 대자보에서 제자 성추행범으로 지목된 한 대학교수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일이 발생했다. 이유는 한참 뒤에야 밝혀졌는데 이른바 ‘가짜뉴스’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해에 인천지역 대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내 익명 커뮤니티에 허위 정보가 올라와 문제가 심각해진 사건도 있었다. 해당 커뮤니티에 “어떤 교수가 강의 도중 부엉이 바위에서 떨어져 죽은 무식한 노 아무개놈이라고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글이 게재됐고, 여기에 소속 학생들의 댓글이 이어지면서 해당 교수의 실명도 언급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두 사안 모두 잘못된 정보로 인해 누군가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 대학가 가짜뉴스 온상된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 대학커뮤니티 앱 ‘에브리타임’ = 이렇듯 가짜뉴스가 생산‧확산돼 나타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가짜뉴스로 인해 언론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 나 자신이 가짜뉴스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이 필요하다. 

우선 가짜뉴스에 대한 개념적 정의를 내리자면 뉴스 형태로 된 거짓 정보를 비롯해 오보, 루머, 유언비어 등을 통칭한다. 특히 정치권에서 가짜뉴스가 도는 경우가 많다. 가짜뉴스가 특정 정파나 이념 세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성격이 강해서다. 요즘과 같이 가짜뉴스가 넘쳐나는 시대에서는 대학가도 가짜뉴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겉으로만 봐서는 ‘가짜’와 ‘진짜’ 뉴스를 구분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가로 놓고 봤을 때 가짜뉴스의 발원지는 어디일까. 익명성이 보장되는 커뮤니티에서 가짜뉴스가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과 대학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되는 ‘에브리타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대학가의 비리, 성추행, 갑질 교수, 내부 고발성 게시물, 학내 괴담 등 실명으로 밝히기 어려운 얘기들이 종종 올라온다. 이 중에는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섞여 있다. 익명성이 보장된 탓에 루머나 카더라 통신과 같은 불확실한 정보를 올려도 처벌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점 때문에 허위정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대학도 있다.  

익명성을 보장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힘든 각종 정보와 루머 등 등 실명으로 밝히기 어려운 얘기들이 종종 올라온다.[사진=페이스북 페이지 모대학 대나무숲 캡처]
익명성을 보장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대나무숲에는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기 힘든 각종 정보와 루머 등 등 실명으로 밝히기 어려운 얘기들이 종종 올라온다.[사진=페이스북 페이지 모대학 대나무숲 캡처]

■ 여론 호도하는 가짜뉴스… 공동체 가치 훼손 = 가짜뉴스의 위험성은 잘못된 정보 그 자체에도 있지만 온라인과 SNS를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빠르게 전달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채널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가짜뉴스의 유통과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진 것도 한몫한다. 클릭 몇 번으로 가짜뉴스를 손쉽게 퍼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A대 언론홍보담당 과장은 가짜뉴스와는 조금 다른 사안이지만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소한의 사실 확인 작업을 거치지 않거나 특정 의도가 있는 루머 같은 얘기를 기사화시키는 것은 언론이 가짜뉴스의 진원지를 자처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B대 홍보실장도 언론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그는 “자극적인 정보에 여론의 중심을 잡지 못한 일부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 가짜뉴스에 대한 팩트체킹 없이 우선 기사화하고 보는 언론의 행태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며 특히 지역언론이 가짜뉴스를 손쉬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행태를 꼬집었다.   

가짜뉴스는 여론을 왜곡하고 공동체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와 허위정보를 구분할 필요가 있지만 뭉뚱그려서 얘기를 하겠다”고 전제한 뒤 “옛날에는 유언비어라는 말로 가짜뉴스가 존재했다. 유언비어에 대해 연구한 많은 학자들이 내린 공통적인 결론은 유언비어 자체를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라 유언비어는 언론의 신뢰성이 떨어질 때 확산된다”며 “언론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미디어 소비자들이 믿을 만한 언론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차원의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신뢰성 있는 언론이 있어야 가짜뉴스로 인한 피해가 생기지 않는다는 얘기다.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와 함께 익명성이 보장되는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대학 커뮤니티 어플이다.[사진=에브리타임 앱스토어 소개 화면 캡처]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와 함께 익명성이 보장되는 ‘에브리타임’은 대학생들이 즐겨 사용하고 있는 대학 커뮤니티 어플이다.[사진=에브리타임 앱스토어 소개 화면 캡처]

■ 언론의 신뢰성 회복,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필요 = 사실 대학생이나 일반인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구분하는 게 쉽지 않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를 선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출처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라며 “SNS를 통해 내게 전달된 이야기를 무조건 믿지 말고 어디에서 왔는지, 누가 보내준 것인지, 공식 매체에서 보도가 된 것인지, 아니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곳에서 만들어져 전달된 것인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출처가 확인됐다면 출처와 함께 주장이 합리적 근거나 타당성이 있는지, 뉴스를 무조건 믿기보다는 누가 이런 주장을 했는지, 정부 대변인이나 경찰 수사과장 등 구체적인 사람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가짜뉴스를 선별하는 또 하나의 기준으로 자극적‧선정적일수록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높다. 가짜뉴스 생산자는 클릭을 유도해 조회 수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가짜뉴스 생산자는 특정 의도를 갖고 경제적으로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집단이기에 미디어 소비자들은 이런 점을 경계해야 한다. 게다가 가짜뉴스 안에는 허위 정보만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정보도 포함돼 있어 대중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어렸을 때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대학생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익명이라는 이유만으로 거짓정보를 만들어내고 이런 내용들을 퍼뜨리는 것 자체를 막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어릴 적부터 내가 보는 정보가 진실이 아닐 수 있겠다고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른 매체를 통해 진짜뉴스가 무엇인지 확인하려는 등 미디어에 대한 해독능력을 기르는 교육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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