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법, 4차례 유예 끝에 2019년 시행
이찬열 위원장 개정안 국회 교육위원회 통과
시간강사, 서면계약으로 임용··재정지원 방안 전무

[한국대학신문 정성민·김준환·이하은 기자]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이하 강사법)이 2019년부터 시행된다. 대학가는 폭풍전야다. 강사법 시행이 시간강사 대량해고 사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강사법 개정안이 국회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를 통과했어도 마찬가지다. 강사법 시행에 앞서 재정지원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 2019년 시행 예정, 강사법 개정안 교육위 통과 = 2010년 5월 고 서정민 조선대 강사가 논문대필과 교수 임용 대가 등을 이유로 목숨을 끊었다. 이에 시간강사의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회는 2011년 11월 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이것이 강사법 제정의 시발점이었다. 주 9시간 이상 강의 담당 시간강사에게 대학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1년 이상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다.

문제는 시간강사의 임기 보장이 법제화되면서 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호소했다. 시간강사들도 대량해고 사태를 우려했다. 강사법은 대학들에도, 시간강사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결국 지금까지 4차례(2012년 12월 11일, 2013년 12월 31일, 2015년 12월 31일, 2017년 12월 29일) 유예됐다.  

교육부는 강사법 개선을 목표로 ‘대학 강사 제도개선 협의회’를 구성했다. ‘대학 강사 제도개선 협의회’는 18차례 회의를 거쳐 9월 3일 ‘대학 강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이어 이찬열 교육위 위원장이 10월 10일 강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교육위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위원장의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 위원장의 개정안은 △교육부 장관이 고등교육 지원 비율 확대 기본계획과 지원계획 수립 시 교육재정 실태조사 △서면계약으로 강사 임용 △강사 재임용 절차 3년까지 보장 △방학 기간 임금 지급 등을 담고 있다. 개정안은 2019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이 위원장은 “시간강사는 ‘보따리 장수’로 불릴 만큼 열악한 처우에 내몰린다. 시간강사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고등교육의 큰 짐을 함께 나눠온 시간강사를 동반자로 인정해 공생을 도모하고, 고등교육의 질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량해고 ‘눈앞’, 대학판 이랜드 사태 우려 = 강사법 개정안이 교육위를 통과하면서 기존 강사법의 내용이 보강됐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의 재정 부담이다. 강사를 교원으로 임용하고, 3년까지 재임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 대학 입장에서 전임교원의 강의시수를 늘리거나 아예 시간강사를 고용하지 않는 게 나을 수 있다. 이는 강사들의 대량해고를 의미한다. 이랜드가 비정규직 보호법(2년 근무 시 정규직 전환) 시행을 앞두고 2007년 6월 비정규직을 대량해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미 조짐이 보이고 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A대는 강의 수 축소·통합을 내부방침으로 정했다. 강사 채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것. B대는 강사 수 감축(1200명 수준→500명)을 검토하고 있다. C대는 시간강사 550명 중 400명이 해고될 위기에 처했다. D대는 학생들에게 졸업이수학점 축소 계획을 통보했다. E대는 강사법 시행에 대비, 임금을 사전 삭감했다. F대는 강사 임용 최저시수를 논의하고 있다. 모두 서울 소재 대학들이다.

김태구 전국대학교기획처장협의회장은 “보통 지방 소재 대학들은 전임교원 강의시수를 9시수에서 12시수로 올리려고 한다. 전임교원이 강의를 3시간 더 하면 강사를 쓸 자리가 없다”며 “등록금이 10년간 동결돼 (강사에)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고 하면 대학이 감당할 수 없다. 지원이나 대책을 마련한 뒤 강사법을 시행해야 하는데 강사만 피해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김종봉 서울과기대 교무부처장은 “재임용 절차를 3년까지 보장해야 하는 것이 애로사항”이라면서 “박사과정생이나 박사들이 진출할 강사 시장이 위축될 것은 기정사실이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 재정지원 방안 마련 시급, 시간강사들은 대학 책임 촉구 = “강사제도 개선안 실행을 위해서는 강사 인건비의 국고 지원이 매우 필요한 상황이다. 국고 지원 근거, 효율적인 강사 인력의  지원과 관리 체계 구축·운영에 대한 국가 책무를 규정에 반영해야 한다. 강사법 실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 대학 내 규정 개정 등을 준비하기 위해 시행을 1년 유보하는 것이 필요하다.”(사총협)

핵심은 재정지원이다. 이찬열 위원장은 “정부의 재정지원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합리적인 재정투자냐, 아니냐라는 경제적 잣대로 단순히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 시간강사의 인권, 교원 간 공정성 문제, 사회적 책무, 교육권 등 사회적 가치를 고루 살펴야 한다”며 “정부 재정지원을 확대해 정부와 대학이 재정 부담을 분담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태구 회장은 “적립금은 건축이나 장학 등 목적이 정해져 있다. 기타 적립금이라고 해서 인건비로 인출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경상 운영비를 보조해줘 대학이 강사를 채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취업률을 높이라고 하는데 안정적인 강사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방법"이라고 밝혔다.

김병국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실장은 “정부가 법안 통과와 함께 예산이 반영돼야 한다는 시그널을 대학에 줘야 한다”며 “대학에 비용 부담을 안 시키도록 해야 대학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법 제정이 급하지만 고용이나 처우 안정화 취지에 부합하려면 예산이 빨리 반영, 통과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반면 시간강사들은 대학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고 있다. 김영곤 전국강사노조 위원장은 “시간강사 인건비는 교수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강사 대량해고는 대학의 책임”이라면서 “추가 소요금액이 10~20%에 그칠 수도 있는데 40%의 인원을 줄이겠다는 것은 강사법을 파괴하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교육부는) 2018년 예산안에 대학당 50억~60억원의 일반예산 지원을 계상해 올렸다. 법안이 시행되면 국공립대에 자동으로 배정될 예정”이라며 "사립대의 경우 전체 예산에서 강사료 비중은 1% 내외다. 기존 재정과 정부 재정지원을 고려하면 시간강사 구조조정을 충분히 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강사의 신분 안정과 처우 개선을 위해 제정된 강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강사법은 2019년 8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그러나 대학들은 여전히 재정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맞서 시간강사들은 대학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강사법이 취지에 맞게 시행됨으로써 대학들도, 시간강사들도 윈윈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조속히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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