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광복 지음 《우리가 매혹된 사상들》

화려했던 사상의 시대는 간 듯 보인다. 기독교가 지배하던 유럽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계몽주의’가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던 18세기나,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20세기처럼 극단적인 사상의 모습은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이제 추상적인 사상보다는 현실에 도움을 주는 과학이 추앙받는 시대, 그럼에도 우리가 사상을 알아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사상이라 하면 뭔가 심오하고 거창한 이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보통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욕구와 욕망을 표현한 것일 뿐이다. 그래서 인류를 사로잡았던 다양한 사상들을 알아가다 보면 우리가 지양해야 할 믿음과 지향해야 할 생각이 또렷하게 보인다. 
이 책은 공화주의에서 사회 민주주의, 낭만주의와 신자유주의, 관료주의에 이르기까지 32가지 대표 사상들의 흐름을 따라가며 인류가 꿈꿔 온 희망을 성찰한다. 그 희망들이 인류 역사에 미친 영향을 제대로 알고, 독자들 스스로가 우리 시대를 진단하고 추구하는 희망을 그려 나갈 기회를 제공한다.

18세기 후반 나폴레옹의 이집트 침략부터 시작되어 19세기에 절정을 이룬 오리엔탈리즘은 이제 사라졌을까? 열등한 동양 문화를 우수한 서양 문화로 ‘개화’시키고자 했던 오리엔탈리즘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큰 상처를 남겼다. 오늘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언뜻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듯 보이지만 심지어 우리나라에도 오리엔탈리즘은 뿌리 깊이 남아 있다. ‘제3세계’ 또는 동남아시아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는 우리의 시선과, OECD나 선진국 등의 잣대에 목을 매는 우리의 모습에서 무엇이 보이는가? 
이렇듯 우리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는 사상을 진단하고 바꿔나가려면 그야말로 냉철한 이해가 필요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32가지 사상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사상의 장단점과 인류 사회에 작동하는 양상을 알기 쉽게 짚어 냈다. 이렇게 사상을 균형 있는 시선으로 바라봄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반면교사로 삼을 부분까지 명확히 밝히고 새로운 사상의 방향을 제안한다. 또한 각 사상을 우리의 삶에 적용시킨 생각거리들도 구석구석에 담아두었다. 이 물음들은 세상을 이해하는 사고의 폭을 넓힐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인 『교과서에서 만나는 사상』의 개정 증보판이다. 기존의 원고에 사상을 추가하고 시의성을 보완하여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합한 사상 입문서로 재탄생했다. 

저자 안광복은 대한민국 1세대 철학 교사. 서강대 철학과에서 ‘소크라테스 대화법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중동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며, 대중에게 철학을 소개하고 알리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네이버캐스트 등 다양한 지면과 매체에 책과 사상을 소개하는 글을 써왔다. (사계절 /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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