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한국어 어학당을 설립해 12년 동안 운영하면서 340명의 우수한 유학생을 유치했다. 이들의 불법체류율은 0%다. 상당수가 지한파 인사로 성장해 정계‧학계 등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런데 토픽(TOPIK)을 따야 비자를 발급하도록 바뀐다면 외국인 유학생 유치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현지에서 시험을 치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학의 국제교류팀장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의 사정을 들어도 비슷한 답변이 나왔다.

법무부는 최근 ‘유학생 비자‧체류관리 제도 개선 검토안’을 각 학교에 공문으로 보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유학생에게 언어 자격증 요건을 요구한 점이다. 어학 평가 기준을 토픽으로 일원화하고 어학연수, 학부과정, 석‧박사과정 별로 토픽 성적을 따도록 했다. 또한, 한국어학당의 유학생 정원을 신입생 정원 내 모집인원 기준의 20% 이내로 제한했다. 비자요건을 강화하는 등 일괄적으로 규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물론 확정안은 아니며, 교육부와 협의해 다듬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자 강화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유학생 증가에 따른 부작용 때문이다.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16년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의 ‘2018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는 14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14.8% 증가했다. 불법체류자 수도 덩달아 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 불법체류 현황’에 의하면 불법체류 중인 유학생은 1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많은 유학생이 언어능력 부족으로 수업 진행에 차질이 생기면서, 대학이 학위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법무부가 나섰다.

그러나 법무부가 마련한 검토안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한 안이 유학생의 발길을 끊어버리는 역효과만 낸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선, 현지에서 토픽 시험을 치르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 5~6회만 시행하다보니 금방 마감돼, 시험을 보고 싶어도 못 본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대와 전문대학, 학부와 대학원의 특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전문대학의 경우 직업교육 중심의 교육으로 일반회화보다 특정 분야의 용어를 알아야 한다. 대학원 역시 연구중심으로 이뤄지는 데다가 영어로만 진행되는 강의가 많기 때문에 토픽을 요구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즉, 문제의 증상은 파악했지만, 엉뚱한 처방을 내린 꼴이다. 

유학생 유치 확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부작용만 정밀하고 효과적으로 도려내야 한다. 그렇다면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할 수밖에 없다. 대학마다, 학력의 정도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19일 열린 간담회에서 전국에 있는 대학 관계자들이 모여 가감 없이 이러한 의견을 전달했다. 이에 차규근 법무부 본부장은 “현장에 나온 목소리를 수렴해서 교육부와 심도 있게 논의해보겠다”고 답했다. 이후에도 유학 사업을 담당하는 관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해 대책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획일적이고 광범위한 규제가 아닌 정교한 메스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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