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서 잔뼈 굵은 ‘진짜 전문가’…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한진원) 이사는 교육계에서 잔뼈가 굵은 ‘진짜배기’ 전문가다. 전 국가적 관심대상이라는 이유로 교육에 관해 한마디씩 얹으며 전문가를 자처하는 유형들과는 격이 다르다. 영동일고 교사·교감을 거치며 보낸 30여 년의 교직생활, 그 과정에서 병행한 공교육계의 진학지도 ‘메카’인 서울진학지도협의회와 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활동, 이후 이어진 서울대 입학사정관 시절까지 그가 쌓아올린 경력은 ‘학교 현장과 고교 교육과정, 대입제도를 아울러 논할 수 있는 유일한 전문가’라는 평을 낯설지 않게 만든다.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은 소위 ‘돈 안 되는 일’만 하는 비영리법인 한진원. 이곳은 공교육 출신 진로·진학 교사들의 모임으로 진학교육협의회·상담교사협의회 등의 단체들과 교사단 등을 하나로 묶는 진로·진학계의 ‘연결고리’다.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교육 사안마다 전체적인 맥락을 바라보며 옳은 방향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에서 만난 진 이사에게 ‘혼란상’에 빠진 우리 대입이 나아갈 길에 대해 묻는 시간을 가졌다.

진 이사는 “대학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고 힘써 말한다. 어떠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잘 끌고 나가야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대비하는 교육이 펼쳐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학생을 무엇으로 선발할지에 대한 결정 주체는 대학이다. 대학들이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선발하면서 ‘우리 대학 오려면 이렇게 공부하라’고 정보를 제공해 주면 된다. 대학의 선발을 신뢰하되 감시기능을 작동시키면 문제가 없다. 대학이 개발한 선발도구가 타당하다면, 고교는 그 도구에 맞춰 성장시키는 교육을 하면 된다. 지금처럼 전형비율을 논하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

일부 고교에서 발생한 부정적 사례들이 ‘학종축소’ 요구로도 이어지는 상황. 평가자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주는 것에서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전문가인 입학사정관들의 전문성을 인정해 줘야 한다. 정성평가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교사들도 정성평가를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끝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있다. 직접 많이 평가해 봐야 정성평가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평가 전문성을 인정한다면 고교 부정행위와 대입 평가를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반대급부로 던져진 ‘정시 확대’ 요구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봤을까. 과도한 난도로 인해 비판받고 있는 올해 수능을 굳이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선택형이란 한계를 안고 있는 수능은 ‘개선’이 필요한 시험이라고 짚었다. “1985년 교육개혁심의위가 열렸다. 좋은 교육을 만들겠다며 학생참여 실험·실습·토의 교육, 미래 인간상 등 거창한 주제들이 나왔지만, 정작 결론은 학력고사를 수능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처음 수능은 과목융합형을 목표로 ‘체험해보지 않으면 풀 수 없는 문제를 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선택형이라는 한계에 부딪혀 실제로는 구현되지 못했다. 고교에서 학생이 수업에 참여해 기를 수 있는 역량과 수능이 평가하고자 하는 역량은 전혀 다른 영역이다. 의미 있는 평가를 하는 시험이어야 거기에 대응하는 공부도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지금처럼 국어·수학·영어에 탐구 2과목을 더하는 선택형 시험으로는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몇 문제에 변별력을 줘 줄을 세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 국가시험인 수능을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OECD에서 말하는 디지털 리터러시 등의 역량을 측정할 수 있는 시험으로 바꾸고, 측정치 가운데 무엇을 얼마나 반영할지는 대학이 알아서 정해야 한다. 지난 30여 년의 교사생활 동안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역량보다 문제풀이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을 쏟은 것은 돌이켜봐도 참담하고 서글픈 일이다. 현 시대에 맞지 않는 이런 일들은 더 이상 되풀이 되지 않아야 한다.”

현재와 같은 교육이 이어져서는 ‘학교의 미래’마저 불투명하다는 게 진 이사가 바라본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교육은 본래 현실보다 앞서가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학교 다녔던 30여 년 전을 기준으로 교육을 판단한다. 몇 십 년의 간극이 있다. 이처럼 자신의 경험에 비춰 판단하는 특성 때문에 교육이 바뀌는 것을 이해시키는 데는 오랜 시간이 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과거로부터의 저항’에 매여 있으면 계속 과거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굳이 학교를 다닐 이유를 찾지 못한다. 다닐 만한,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학교는 위태로워진다.”

‘다닐 만한, 다니고 싶은’ 학교를 만드는 해법 중 하나는 ‘선택 확대’에 달려 있다는 진 이사의 조언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현 고교 교육과정에 ‘선택권’을 확대해야 한다. 간호학과 가려는 학생이 이과라는 이유로 기하와 벡터를 듣고, 그 성적이 나빠서 대학을 못 가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학교가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학교를 가는 것이 붕어빵 틀 속으로 들어가는 꼴이어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고교 학점제가 시행돼야 하며, 선택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절대평가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선택 교육과정을 확대하고, 수업·평가 개선을 이뤄나가야 하는 현시대에 대입제도 개편안은 수능을 향하고 있어 혼란만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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