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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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선민의식(選民意識). 이 말은 한 사회에서 남달리 특별한 혜택을 받고 잘사는 소수의 사람들이 가지는 우월감을 가리킨다. 일종의 우월의식으로, 거칠게 얘기하면 ‘나는 남들과 달라’라는 거다. 혹자는 “지금이 어느 때인데, 이런 얘기를 하는 게 가능하냐?”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기자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현장 분위기를 봤을 때, 지금 이 시대에도 선민의식에 빠진 개인 혹은 집단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23일 건국대에서 열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이하 사총협) 정기총회가 그렇다. 사총협은 전국 153개교 사립대 총장들이 고등교육의 건전하고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조직된 대학 협의체다. 혹여 혼자만 이런 생각에 빠진 건 아닌지 몰라 사총협 정기총회에 참석한 몇몇 총장들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선민의식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품고 있는 사람은 비단 기자만이 아니었다. 이날 정기총회에 참석한 총장들도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서론이 좀 길었다. 지금부터 콕 집어 얘기하겠다. ‘아픈 만큼 성숙한다’는 말처럼 이번 기회를 통해 양심에 찔리는 대학들은 성찰의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고려대ㆍ연세대 등이 선민의식에 빠져있는 대학들이다. 사총협 소속 대학이면서 이름만 걸쳤을 뿐, 당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 사학을 대표하는 고려대와 연세대 총장들은 사이좋게 나란히 불참한다고 한다. 연예계에서도 이제 한물간 전략인 신비주의도 아니고, 교육계에서 신비주의 전략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어느 총장은 기자에게 “선민의식의 발로”라고 서슴지 않고 얘기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있는데 여기에 끼고 싶겠어요”라는 자조 섞인 반응을 보이는 총장도 있었다. 또 어떤 총장은 “약자는 뭉칠 수밖에 없지 않나”라고 씁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고려대와 연세대는 전국 최고 수준의 등록금과 적립금 규모를 갖춘 대학이기도 하다. 이들 대학은 등록금과 적립금 문제가 이슈가 될 때마다 메인 타깃인데, 정작 사총협 같은 데 나와서 책임지지 않으려고 한다는 쓴소리도 적지 않다. 마침 이날 정기총회에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임기 시작 후 처음으로 사립대 총장들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대학가의 뜨거운 이슈인 △최근에 개정된 ‘강사법’ 관련 재정확보 및 지원 규정 마련 △제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평가 및 재정지원사업 방향 개선 △고등교육 재정 확보를 위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사립대학특례법 제정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사립대의 힘을 모을 수 있는 자리가 되기도 했다. 소위 ‘사학의 명문’이라 불리는 고려대‧연세대 총장들이 이런 자리에 왔더라면 다른 사립대 총장들도 더 힘이 나지 않았을까. 정기총회가 끝난 현장에서 기자수첩을 마감하는 기자의 귓가에 ‘선민의식’이란 어휘가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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