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정원희 유한대학교 총괄전략기획단 팀장

10여 년전 로버트 로플린(Robert Betts Laughlin)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의 강연이 화제였다. 로플린 총장은 ‘잿밥에만 눈먼 연구인’이라는 강연으로 한 정당 정치 아카데미에서 우리나라 대학 교육계에 따끔한 회초리를 휘둘렀다.

강연에서 로플린 총장은 “대한민국 교수들은 연구 내용보다는 정부 보조금 계약 크기에 관심을 갖고, 또한 중요하지 않은 연구임을 알면서도 정부 보조금 획득을 위해 각종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혹독한 비판을 가했다.

이어 “연구 계약과 연구 절차가 공정한 절차와 규정보다는 정치적으로 이뤄지고, 이 탓에 잘못된 투자에 대한 책임감이 결여돼 있으며, 이런 이유로 연구 경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쓴소리를 던졌다.

로플린 총장은 “많은 대학의 구성원들이 일단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라면 대학의 존립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며 “이러한 정부 보조금을 받더라도 학생들보다는 개개인의 이익 창출에 더 신경을 쓴다”고 하며 대학의 현실을 꼬집었다.

자신의 부모와 형제, 자녀 등 가정사와 함께 버클리대학, MIT대학원 졸업, 벨연구소 취업 등 개인적 경험 설명을 곁들인 강연에서 “국가의 대학 공적보조금 개념이 희박해지는 세계적 추세”와 “엘리트 교육에 필요한 비용을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부과하는 추세”를 강조했다.

로플린 총장의 쓴소리는 정치권, 대학연구진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비뚤어진 도덕률은 바로 학생들에게까지도 전해져 국가 발전을 위한 연구보다는 돈을 위한 연구에 온 신경을 쓰도록 만든다”고 비판하며 “올바르지 못한 생각이 절름발이(불완전한) 인간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교육에 임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로플린 총장의 충고는 우리나라 대학 교육의 비뚤어진 채 숨겨진 빙산을 알려줘 올바른 방향으로 항해하기를 바라는 진실된 마음이다. 당시 혹자들은 로플린 총장의 강연에 대해 우리나라 교육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항의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로플린 총장에게 소리 없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당시 노벨상을 수상한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투명하지 못한 우리나라 국책사업 사용 흔적들은 그들의 시각에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납득할 수 없는, 있을 수 없는 도덕적 윤리성에 어긋나는 행동인 것이었다.

그렇다면 10여 년이 흘러간 지금. 과연 여러분의 대학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그 정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고 믿는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