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논단] 대학에 야생성을 허(許)하라
[수요논단] 대학에 야생성을 허(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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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영 부천대학교 교수
김덕영 교수
김덕영 교수

현대사회는 정글이라고 이야기한다. 여러 가지 이유와 근거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사회가 이만큼 성장해온 배경에는 경쟁논리가 밑바탕에 깔린 치열한 정글에서 나의 ‘생존’이 곧 ‘성공’을 거두었다는 의미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를 이루고 있는 모든 분야에 걸쳐 스며들었고 교육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도 경쟁논리가 바탕이 된, 비교우위에 따른 선정과 탈락이라는 말이 생존과 직결돼 우리 곁에 맴돌고 있으니 우리 대학인은 정글에 사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야생성이 있어야 한다. 꼭 누가 그렇게 만들었다기보다 먹잇감을 놓고 경쟁할 수밖에 없었던 시절에는 서로가 서로에게 맹수가 되고, 적이 됐다. 정부가 새로운 정책과 이와 관련돼 ‘혁신’을 주제로 한 사업을 발표할 때마다 전국의 대학들은 신경이 곤두서고 준비를 서두르게 된다. ‘선정기준은 무엇인가’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사업개요를 한시라도 빨리 파악해 모자라는 성과를 채우고 표와 그래프, 기가 막힌 그림들로 채워진 보고서를 써내서 선정되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철창 안의 맹수처럼 생존을 위한 규제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그런데 점점 대학의 ‘야생성’은 혼자만 살아남는 생존방식의 개념에서 공유와 협력의 개념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는 전문대학은 다른 어떤 교육기관보다 심각한 생존의 환경변화에 직면해 있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른 입학자원 축소는 일반대보다 더 일찍, 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며, 졸업생들의 채용선택권이 있는 산업계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를 거쳐 형성돼야 하는 ‘인성’을 2~3년의 교육과정안에, 그것도 직업현장에서 바로 능력을 발휘하도록 막강한 직무능력과 함께 교육시키기를 원하고 있다. 사회가 직업교육대학에 바라는 것은 아무개 대학 하나가 야생성을 회복해 환골탈태를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게 된 것이다. 진짜 무서운 환경변화는 더 이상 정부의 새로운 사업추진이나 규제가 아니며, 혼자만의 능력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이 다가온 것이다.

정부는 “그간의 대학 재정지원사업은 목표부터 성과관리까지 정부중심으로 추진되고 대학의 중장기적 특성화에 따른 발전전략 추진보다 개별 사업에 맞춘 분절화된 추진으로 대학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이 스스로의 ‘중장기 발전계획’에 따라,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와 구현 방법을 스스로 선택하고, 정부는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우리 정글인들을 대상으로 지난여름 발표했다.

이것은 정부가 깊은 성찰 가운데서 지난날의 과오를 인정하는 한편, 대학 스스로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공정성과 자율성 회복을 출발점으로 해 급변하는 환경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공조하는 야생성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이해가 됐다.

우리 전문대학들도 혼자만 살아남는 야생성이 아니라 같이 살아남기 위해 공유하고 협력하는 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현장이 요구하는 직업교육을 위해서라면 외면받는 과거의 정책들도 장단점을 찾아내어 학생의 입장에서, 학부모의 입장에서, 그리고 사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함께 고민하고 개선하려 하고 있다. 정부가 조금만 도와준다면 야생성을 찾을 것이다. 대학이 야생성을 찾을 때 더 잘 가르치려 하는 ‘교육본능’이 발전될 것이고, 그 이익은 사회로 돌아갈 것이다. 부디 자율적인 혁신을 지원하겠다는 말이 단순히 조련방법을 바꾸겠다는 말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 상기제목은 디자이너인 영국왕립예술대 수석연구원 존 타카라의 미래도시를 위한 강연에서 영감을 받아 개작함)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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