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호 연성대학교 기획처장

이현호 기획처장
이현호 기획처장

10월 중순경 교육부로부터 연락이 왔다. 11월 5일부터 3박 4일 동안 베트남 교육훈련부 차관단이 방한해서 대학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데, 연성대를 가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방한단은 베트남 교육훈련부 관계자와 대학 관계자를 포함해 총 33명에 이르는 대규모였다. 베트남은 인구 1억 명을 가지고 있는 큰 나라이고 경제적으로도 급속한 성장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교육에 대한 관심 또한 매우 높다. 아마도 한국의 대학교육에 대해 배울 점이 많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올 것이기 때문에 나라를 대표해 고등직업교육의 현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고, 우리 대학의 입장에서도 국제교류의 매우 중요한 파트너 국가이기 때문에 더욱 활발한 교류를 열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과제가 안겨지는 기분이었다.

준비기간이 짧았지만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했다. 대학 홍보동영상을 베트남어로 더빙하고 대학 홍보 리플렛을 베트남어로 번역했다. 행사당일 발표할 PPT자료 또한 방한단이 요청한 산학협력, 국제교류 분야를 중심으로 영어버전으로 제작했다. 우리 대학에는 총 105명의 베트남 유학생이 있는데, 그중 남녀학생 각 1명씩 선발해 본 행사에서 유학생활에 대한 스피치를 하도록 준비시켰다. 대학 시설 투어에도 LINC+와 SCK 사업의 지원을 받아 새롭게 꾸민 현장미러형 실습실을 중심으로 한국 직업교육의 우수한 인프라를 보여주고 싶었다. 패션·뷰티과, 항공서비스과, 호텔관광과 등 학과에서도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이렇게 대학이 합심해 많은 준비를 한 이유는 우리 대학을 많이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한·베트남 수교 25주년을 계기로 한국 교육부의 초청으로 성사된 이번 방한행사가 단순히 개별 대학의 차원을 넘는 국가적인 행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행사당일인 11월 8일 오후 비바람이 치는 궃은 날씨에도 예정시각인 오후 2시에 맞추어 베트남 방한단이 도착했다. 방한단의 수장이었던 응우옌반푹(Nguyen Van Phuc) 차관이 당일 아침 조기 귀국했지만, 팜치끄엉(Pham Chi Cuong) 교육훈련부 부국장, 레티탄투(Le Thi Thanh Thu) 호찌민 개방대학(Ho Chi Minh Open University) 이사장 등 17개 기관 30명에 이르는 베트남 교육계 인사들이 행사에 참여했다. 1부 대학소개 순서에서 베트남 측은 각 기관 대표들이 일일이 소속 기관을 소개하고 우리 대학과의 교류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베트남의 한국 대학과의 교류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진 2부 대학 시설 투어에서도 한국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묻기도 하고 사진을 열심히 찍는 등 교육환경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였다. 1, 2부 행사를 마치고 호텔관광과 식음료실습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팜치끄엉 부국장은 “향후 베트남의 서비스 교육에서 연성대의 교육시스템이 무척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베트남 학생들이 연성대에서 공부하기를 희망하며, 베트남 대학과 연성대와의 교육협력을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서 베트남 인사들과 연성대 인사들의 명함교환 시간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행사 후, 동행한 대교협 관계자로부터 “연성대의 환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특히, 베트남 더빙 대학홍보동영상과 베트남어 리플릿, 베트남 유학생 스피치 등은 정말 감동적이었다”는 후일담을 들을 수 있었고, 영상과 자료도 공식적으로 요청받았다. 행사 며칠 후에는 하노이 대학으로부터 관광분야 복수학위제를 제안받기도 했다.

전문대학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고등직업교육은 그간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베트남 방한 행사를 치르면서 이 정도의 콘텐츠와 인프라를 보여줄 수 있는 대학은 우리 말고도 많을 것이라 생각됐다. 이것은 교육부, 대학 및 대학구성원 등 각 교육 주체의 피땀 어린 노력의 산물일 것이다.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지만, 어떤 면에서는 세계 어느 나라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베트남과 같은 후발주자들에는 선진 사례들로 비치고 있다. 최근 법무부에서는 유학생 중도탈락 및 불법체류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학생 비자발급 요건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시행예고 했다. 물론, 유학이 불법체류를 위한 수단이나 일부 유학원의 불법적인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국의 직업교육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등직업교육의 세계화는 우리나라 전문대학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해외 국가들이 원하고 있다. 구더기가 무서워서 장을 못 담그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관계 당국 및 관련 주체 간의 심도 있는 논의와 함께 문제점을 보완하면서도 고등직업교육의 세계화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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