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의제기 107개 문항 모두 ‘문제 및 정답 이상없음’
평가원, 국어 31번 “문제 난도 수험생 기대와 달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도 ‘무결점 수능’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의가 제기된 107개 문항을 심사·심의한 결과 오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명섭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도 ‘무결점 수능’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의가 제기된 107개 문항을 심사·심의한 결과 오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수능도 ‘무결점 수능’으로 최종 확정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이의가 제기된 107개 문항을 심사·심의한 결과 오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도한 국어 ‘킬러문항’ 난도로 인해 비판의 목소리가 컸던 상황. 그나마 오류가 나오지 않으면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 형국이다.

■2019 수능 ‘무결점 확정’…연속 오류없음 6년만 =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6일 2019학년 수능 정답을 확정·발표했다. 수능 출제 과정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이의심사실무위원회의 심사,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심의를 거친 결과 이의가 제기된 107개 문항은 모두 ‘문제 및 정답에 이상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올해 수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무결점 수능’으로 최종 확정됐다. 2014학년 수능에서 세계지리 8번, 2015학년 수능에서 영어 25번과 생명과학Ⅱ 8번 ‘오류’로 2년 연속 망신살을 샀던 평가원은 절치부심해 2016학년 수능을 통해 ‘출제 오류’에서 벗어났지만, 바로 다음해인 2017학년 물리Ⅱ 9번과 한국사 14번에서 오류를 내 다시 한번 체면을 구긴 바 있다. 2년 연속 출제오류를 내지 않은 것은 연속으로 오류를 내지 않은 2011학년부터 2013학년 수능 이후 6년만이다. 

올해 수능 이의신청 열기는 비교적 뜨거운 편이었다. 15일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19일 오후6시까지 이의신청을 받은 결과 제기된 이의신청은 모두 991건에 달했다. 지난해 수능 당시 제기된 978건의 이의신청 건을 넘는 수치다. 2015수능에서의 1338건에 비하면 다소 적지만, 2013학년 713건, 2014학년 626건, 2016학년 909건, 2017학년 661건 등과 비교해도 확연히 이의를 제기한 사례가 많았다.

이처럼 이의신청이 많이 나온 것은 올해 수능이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불수능’이었다는 데서 비롯됐다. 문제에 대한 오류 외에 높은 난도를 성토하는 목소리들도 이의제기 게시판에서 한 몫을 차지했다. 991건의 이의신청 가운데 문제·정답과 관련없는 단순 의견개진이나 중복지적 등을 제외하면 실제 이의제기 건수는 106문항 대상 766건으로 줄어든다.

■평가원 국어31번 관련 ‘유감 표명’…“수험생 기대와 달랐다”= 한편, 평가원은 최종 심사결과와 더불어 2개 문항에 대한 ‘상세 답변’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상태다. 평가원은 “수험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으로 답변을 공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상세답변이 나온 문항은 국어영역에서 최상위권을 가르는 고난도 ‘킬러문항’으로 제시된 31번과 전체 이의신청 중 41.1%(407건)를 차지할 정도로 ‘시비’가 많았던 생활과 윤리 3번이다. 

국어 31번에 대한 이의제기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틀린 것을 고르도록 한 31번 문항의 정답은 2번. 일각에서는 △답지 2가 옳은 진술이므로 정답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또 다른 지적으로 △답지 5가 틀린 진술이므로 복수정답이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평가원은 답지 2가 옳은 진술이라는 지적을 인정하지 않았다. “‘태양의 중심’과 ‘지구의 중심’은 질점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며 질점의 질량은 태양이나 지구의 질량이 아닌 m이다. 질점과 상대 천체 사이에 작용하는 만유인력은 두 질점의 질량이 가고 각 질점과 상대 천체 사이 거리가 같다 하더라도 상대 천체 질량이 다르기에 같을 수 없으므로 답지 2는 틀린 진술”이라는 것이 평가원의 설명이다.

답지 5가 틀린 진술이라는 것도 인정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평가원은 “답지의 ‘구슬’은 지문에 나와있는 지상계 물체 사례인 ‘사과’의 낙하운동에 대응해 <보기>에 나온 대로 구의 형태와 균질한 밀도를 갖는 대상으로 제시된 것”이라며 “구슬은 지구에 비해 크기가 매우 작아 물체 운동을 기술하는 과정에서 모양이나 밀도의 변이가 무시돼 질점으로 취급 가능하다. 구슬 중심과 지구 중심 사이 만유인력은 <보기> 진술대로 구슬 중심의 높이 h와 반지름 R의 간격만큼 떨어진 두 질점 사이의 만유인력으로 상정할 수 있다. 답지 5는 옳은 진술”이라고 했다.

평가원은 국어31번을 상세설명한 후 ‘유감’의 말도 덧붙였다. 평가원은 “오류 가능성이 아니라 난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있다. 연계정책에 따라 공부하는 수험생들이 공부한 두 권의 EBS연계 교재에 제시된 뉴턴의 만유인력 관련 지문을 활용해 구성, 문항 난이도를 설정했지만 수험생 기대와 달랐던 부분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평가원이 ‘이례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은 국어 31번 난도가 너무 과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능에서는 ‘변별력’ 확보를 위해 일부 문항의 난도를 높여 최상위권과 상위권을 가르는 방식이 활용된다. 이들 문항을 가리켜 흔히 ‘킬러문항’이라 한다. 국어 31번은 대표적인 킬러문항의 사례. “국어 교사조차 풀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난도가 높았던 탓에 올해 수능 국어영역 난도를 치솟게 만든 주된 원흉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하다. 평가원이 검토 과정에서 난도 조절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평까지 나올 정도의 난도였기에 이례적으로 관련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국어 31번에 더해 상세답변이 제시된 생활과윤리 3번은 올해 가장 많은 이의신청이 접수된 문제였지만 마찬가지로 ‘오류’가 없다는 최종 판정이 나왔다. 

기존에 제시된 지적 내용들은 ‘애국심은 개인의 이타심을 국가 이기주의로 전환시킨다’는 <보기> ㄱ이 정답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전환시킨다’는 단정적 표현이 미국 사상가인 라인홀트 니부어의 입장을 표현하는 진술로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가원은 지적들에 대해 일축했다. 니부어가 저서인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Moral Man and Immoral Society)를 통해 “애국심은 개인의 비이기성(이타심)을 국가 이기주의로 전환시킨다(patriotism transmutes individual unselfishness into national egoism)”라고 얘기하고 있어서다. 

평가원은 “(이는) 전환시킬 수 있다(can transmute)가 아니라 전환시킨다(transmutes)라는 표현이다.우리말 번역서에서도 같은 진술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답에 이상이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