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한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고문

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200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등록금을 동결했고, 설상가상으로 입학금 폐지 및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 개정까지 추진함으로써 대학의 재정압박은 전례 없이 심각한 실정이다. 재정압박에 따른 대학의 긴축 재정 운용으로 인해 교육의 부실, 대학경쟁력 저하,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대학이 겪고 있지만 국고 재정지원 수혜여부, 등록금 수준, 대학의 규모 등 대학의 유형에 따라 재정압박 정도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일반대에 비해 국고 재정지원이 적고 등록금 수준이 낮아 재정압박이 더욱 심각한 전문대학에 대해 대학 유형별 긴축 재정 운용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①전문대학의 재정운용 실태와 문제점
②반값등록금 정책의 목적과 취지, 추진현황,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③강사법 개정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④전문대학의 국고 재정지원 규모는 적절한가
⑤전문대학 기본역량진단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⑥선진 외국의 재정지원 현황과 시사점
⑦전문대학 재정 확보 방안
⑧전문가 좌담회

양한주 고문
양한주 고문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 이전의 대학 등록금정책

박정희 정부(1963∼1979) 시절인 1965년에 등록금 통제정책 완화, 1974년에 사립학교의 법인세, 소득세, 재산 재평가세의 면세 등 사학 재정 지원책을 마련했으나 사립대학들은 정부의 확실한 재정 정책 부재, 미미한 재단전입금 등으로 재정의 85%를 학생 등록금에 의존하는 실정에서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했다. 이는 당시 국립대학의 등록금 의존율 25%와는 대조적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에 주력했던 이유는 재정난 때문이었으며 문교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70년 2월 3일, 전기 사립대학 등록금을 신입생 40~50%, 재학생 20~25% 인상했다. 1972년에는 등록금이 평균 20% 정도 인상돼 물가상승률(11.7%)을 크게 상회 했고 문교부는 1974년 1월 23일, 등록금 인상률 20%를 발표했다. 전두환 정부(1980∼1988) 때는 연평균 사립대학 등록금 인상률이 9.39%였다. 그 후 사립대학 등록금은 노태우 정부(1988∼1993) 때, 1989년의 사립대학 등록금 자율화 조치를 기점으로 급등하기 시작해서 김영삼 정부(1993∼1998) 때까지 1990년 12.7%, 1991년 15.1%, 1992년 14.4%, 1993년 16.8%, 1994년 13.6%, 1995년 13.8%, 1996년 14.7% 등 7년 연속 10% 이상 인상됐다. 김대중 정부(1998∼2003) 이후로는 인상률이 한 자릿수로 줄어들긴 했지만,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꾸준히 인상됐다. 김대중 정부의 2001년부터 노무현 정부(2003~2008)를 거쳐 이명박 정부(2008∼2013)의 2011년까지 10년간 국립대학의 누적 등록금 인상률은 70.3%로서 이 기간 누적 물가상승률 37.2%를 크게 상회했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연 7%를 상회하는 인상률을 보였으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가 오면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의 권고에 따라 대학들이 자발적으로 등록금을 동결함으로써 3% 미만의 등록금 인상률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정부는 대학의 재정난 해소 방안으로 1965년부터 2008년까지 40여 년 동안 국가부담정책(국고 지원정책)이 아니라 수요자부담정책(대학 등록금 인상정책)을 추진해 왔고 이로 인해 대학 재정에 대한 학생부담(대학 등록금)이 높은 대학 재정 구조를 가져오게 됐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추진 배경

1978년 박정희 정권 말기에 문교부는 사립대학 등록금을 절반 이상 인하해 국립대 수준으로 조정하고, 부족분을 국고지원으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검토한 바 있으나, 과도한 국고 재정부담 문제로 인해 무산된 바 있다. 2007년 한나라당은 대선 공약으로 반값등록금 정책을 채택해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켰으나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국가장학금을 지급함으로써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정책이었다. 18대 국회(2008∼2012)에서는 민주당이 무상복지정책의 하나로 반값등록금 정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반값등록금 정책에 대해서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던 한나라당은 2011년, 황우여 원내대표가 당선된 이후로 정책을 급선회해 등록금 인하에 대해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대학 등록금 문제가 정치적·사회적 쟁점으로 가장 심각하게 대두됐던 2011년에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72.5%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으며 사립대학 평균 등록금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등록금 부담이 적은 국공립대학의 비율(재학생 수 기준)이 24%(전문대학, 교육대학 포함)로 캐나다 100%, 호주와 독일, 뉴질랜드 97%, 프랑스 87%, 미국 68% 등 OECD 국가 중 가장 낮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정부 지원 고등교육비가 20%에 불과한 데 비해 OECD 국가들은 약 70%를 정부가 부담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우리나라의 사립대학 등록금이 세계 2위 수준으로 높은 이유는 정부 지원 고등교육비가 낮기 때문이었다. 정부 지원 고등교육비가 낮은 만큼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이 가중됐고 이는 대학 등록금과 사립대학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으로 표출돼 급기야 학생, 학부모, 시민단체, 야당 정치권 등이 대대적으로 참가한 반값등록금 촛불집회가 열리게 됐다. 주요 요구사항은 비리·부실 대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이명박 정부의 2007년 공약사항인 반값등록금 정책의 이행이었다. 당시 사립대학들은 적립금을 쌓아두고 세계 2위 수준의 비싼 등록금을 책정한다는 매우 부정적인 비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반값등록금 정책은 설득력을 얻었고 이러한 인식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반값등록금 관련 정책토론회 

■반값등록금 정책의 목적과 취지

반값등록금 정책의 일반적인 목적과 취지는 대학 등록금을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고 대학의 부족한 재정을 국고로 지원한다는 데 있었다. 당시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등록금 관련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 차이에 대한 질문에 "우리는 분명하게 대학 등록금 인하가 핵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가 ‘반값등록금’이라는 표현 대신 ‘등록금 부담 반으로 줄이기’라는 표현을 쓰기로 하고 등록금 인하 없이 학생들에게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을 증액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으로 줄인다는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했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추진현황

반값등록금 정책은 2011년부터 지금까지 등록금은 동결하고 국가장학금을 증액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방향으로 추진해 왔다. 이러한 차원의 반값등록금 정책은 이미 실현됐다. 전체 대학 등록금 중 학생부담률이 2012년에 67.9%이던 것이 2017년에는 49%로 떨어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값등록금 정책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핵심은 등록금 동결이었고 이는 대학 재정의 고갈로 인한 교육여건의 악화와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져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대학은 천편일률적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사업 참여에 전념했고 대학운영 시스템은 철저히 재정지원 평가 시스템을 따랐다. 그뿐만 아니라 교직원 인건비 동결 또는 인하, 대형 강의 증가, 전임교원 강의 부담 증가(외래강사 감소), 졸업 이수학점 감축 등 비용 절감을 위한 고육책을 도입하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에는 최저임금이 16.4%나 인상돼 인건비 부담이 증가했고 정부는 2022년까지 입학금 전면 폐지, 2019년부터 시간강사법 개정 등 사립대학 재정의 수입 감소·지출 증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재정 압박으로 신규 투자는커녕 생존경쟁에 급급한 우리나라 대학들이 과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지 심히 우려된다.

■반값등록금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세계 경제위기와 반값등록금 정책 시행으로 인해 200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인하 또는 동결됐고 대학 재정은 정상적인 대학운영이 불가능할 정도로 한계 상황에 이르러 교육여건의 악화와 대학경쟁력의 추락이 심화됐다. OECD가 발표한 교육지표(2014)를 보면 우리나라 대학의 학생 1인당 연간 교육비는 9570달러(구매력 환산 미국 달러 기준)로 OECD 평균 1만6143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IMD에서 발표한 국가경쟁력 및 교육경쟁력 순위 변화(2013년 대비 2017년)를 보면 국가경쟁력에 비해 교육경쟁력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하락 폭(22위→29위)보다 교육경쟁력 하락 폭(25위→37위)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사립대학 등록금 수준이 세계 2위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학생 1인당 교육비가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은 대학진학률이 높아서 학생 수가 많고 정부의 고등교육비 지원이 적기 때문이다. 반값등록금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비 지원금과 대학 등록금을 OECD 수준으로 조정함으로써 고등교육비의 정부지원금을 증액하고 대학 등록금을 낮추어야 한다. 그리고 적립금이 과다한 대학과 비리·부실 대학의 명단을 공개하고 관계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함으로써 교육부의 사립대학에 대한 관리·감독 책무를 다하고 사립대학에 대한 막연한 불신 풍조를 해소해야 한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지원금 수준은 언급하지 않은 채, 단순히 등록금만 세계 2위 수준이라고 비교한다든가, 모든 사립대학이 적립금을 쌓아두고 등록금만 인상하는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국가·사회적으로 사립대학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킬 뿐, 대학교육의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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