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실대학과 가짜대학
[기고] 부실대학과 가짜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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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홍성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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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 대다수가 부실대학이라고 말한다면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서울대학을 비롯해서 소위 우리 사회에서 일류대학, 명문대학이라고 일컬어지는 수도권의 대학은 물론 지방의 국립대학이 부실대학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매긴 서열상으로는 일류대학 또는 명문대학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대학들도 부실한 측면들을 가지고 있다. 서열상 앞서 있을 뿐 대학이 갖추어야 할 각 측면들을 개별적으로 절대평가 한다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부실한 측면을 가지고 있는 부실대학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정도에 따라 더 부실대학, 부실대학, 덜 부실대학으로 나눌 수 있다.

2016년 9월 모 일간지에서 발표한 영국 THE(Times Higher Education)의 각 나라 대학의 평가에서 서울대학의 경우 여러 주요 지표 중 ‘연구영향력’에서 낙제점에 가까운 58.8점을 기록했다. 정부로부터 매년 4000~5000억 원 정도의 안정적인 지원을 받다보니 연구비 및 연구논문 수는 국내 대학 중 가장 높은 69.8점이었지만 연구영향력이 낮아 논문의 질은 낮았다는 것이다. 고려대학과 연세대학은 산학협력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을 뿐 다른 연구와 교육 분야에서 50점 이하의 점수를 받았다. 수도권의 많은 다른 대학들도 산학협력 점수는 대체로 높았지만 연구와 교육환경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올해 5월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에서 발표한 ‘2018 라이덴 랭킹’에서도 서울대학은 논문 편수에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만5468편으로 세계 9위를 차지했지만 우수 논문 비율에서는 7.9%로 603위에 그쳤다. 연세대학은 논문편수에서 52위, 우수 논문 비율 6.3%로 747위였고, 고려대학은 논문편수에서 97위, 우수논문 비율 6.6%로 727위였다. 올해 모 탐사보도언론매체에서 상당히 많은 국내 유명대학 교수들과 제자들이 가짜학회에 가서 논문을 발표하고 실었다는 것을 보도한 바 있다. 이 정도면 부실대학을 넘어서 대학본연의 정체성을 상실한 가짜대학인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대학 수를 감소시키기 위해 대학을 평가해 정상화가 어려운 부실대학을 골라내 폐교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명박정부 이후 정부재정지원과 연계해 시행한 대학 등급매기기 평가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상실시키고 교육여건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아 대다수 대학을 부실화시켰고, 나아가 가짜대학을 만들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의 등급 매기기는 평가항목별로 배점이 부여되고 이를 종합해 상대 등급을 매겨 상위 등급대학은 마치 우수대학인 것처럼 판단하게 해 부실한 측면과 가짜성 등을 가려버리는 폐단이 있었다. 평가지표와 방법에 대한 제대로 된 적정성 연구없이 시행돼 공정성 논란도 부추겼다.

우리나라 대학들의 부실한 측면과 가짜성을 혁신적으로 바꾸어 우수한 진짜대학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등급 매기기 평가를 멈추어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의 부실과 가짜성을 진단해 드러내는 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각 대학의 부실한 측면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는 평가항목별로 평가하고,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가짜성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법에 명시돼 있는 일반대학과 산업대학, 그리고 전문대학의 목적에 맞게 정체성을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대학이 고등직업교육기관과 같이 운영되도록 해 대학의 정체성을 파괴한 각종 정부재정지원은 각 대학의 부실한 측면과 가짜성을 혁신하는 데 활용되도록 전환해야 한다.

등급에 따라 대학의 정원을 감축하는 방식도 중단해야 한다. 대학 등급과 상관없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전임교원 대비 입학정원이 많은 대학과 연구중심대학이 입학정원을 줄이고 정원 외 모집을 중단해서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비율을 개선시켜야 한다. 학과 정원을 감축하고 다양성을 파괴하는 학과폐지는 신중해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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