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C 미리내(16)] 정성평가와 절대평가, 더 확산돼야
[ESC 미리내(16)] 정성평가와 절대평가, 더 확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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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서울연구원 산업공학박사
김동근 산업공학박사
김동근 산업공학박사

올해도 어김없이 연말평가 시즌이 왔다. 대학 입학 수험생은 대학 수학능력시험을 보고, 취업준비생은 직무적성검사를 보고, 직장인은 인사고과 평가를 받는다. 매년 반복되는 평가를 보면 우리 사회 전반의 평가제도가 목적이 아닌 도구로 잘 작동하고 있는지, 평가를 위한 평가로만 머물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되는 게 사실이다.

학생들은 본인이 공부하고 싶은 과목이 아닌 평가를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공부하고, 연구자는 하나의 논문으로 발표해도 될 연구내용을 두 편 이상의 논문으로 나눠 발표하고, 직장인은 회사에 도움이 되는 업무가 아닌 개인평가에만 유리한 업무를 우선시 경우가 적지 않다. 평가를 위한 추가업무, 공부는 거의 없고 피평가자에게 도움이 되는 평가결과를 알려주는 평가가 유익한 평가일 텐데, 평가받기 위한 추가업무를 과도하게 하거나 평가결과가 피평가자에게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평가가 너무 많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중 어떤 평가방법이 절대적으로 우수한 건 아닐 것이나, 동료 간 경쟁보다 동료와의 협력이 더 요구되고 획일적 기준이 아닌 다기준 평가가 필요한 오늘날, 우리 사회는 너무 정량평가와 상대평가만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게다가 대다수 선진국은 평가시스템(전문가)을 믿고 정성평가와 절대평가 위주로 평가하고 있는데, 우린 관리가 용이하고 객관적이라는 이유로 너무 정량평가와 상대평가에 매몰돼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정성평가와 절대평가 위주의 세계적 추세에 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최근 새로운 평가제도를 시도하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인제대 의과대학, 울산대 의과대학 등 여러 의과대학과 연세대가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했거나 폐지할 예정이고,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운영위원회가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의 연구성과를 정성평가하기로 한 것이다.

2014년부터 의과대학에서만 절대평가를 실시했던 연세대는 2019학년도부터 모든 학과에서 상대평가 원칙(예; A학점 비율 제한)을 없애고 각 학과가 과목별 특성에 따라 성적 평가 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상대평가 제도하에서도 고학점을 받기 위해 재수강, 삼수강을 마다하지 않는 현실을 고려할 때 학점 인플레가 우려되지 않는 것은 아니나, 학과별 학사제도위원회에서 학과 현실에 맞는 학점 부여원칙을 정한다면 교육 내용이 아닌 등수(학점)를 고려해서 과목을 선택하는 상대평가 제도의 폐해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출연연의 정성평가 소식도 무척 반갑다. 논문 쪼개기, 장롱 특허 등 정량평가의 부작용이 적지 않은 연구 현실을 고려할 때, 목표달성도를 이용한 정량평가를 폐지하고 전문가 정성평가 100%로 출연연을 평가하는 것은 연구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출연연 평가에서 연구사업 부문과 기관운영 부문을 분리하고 연구사업 부문은 기관장의 임기와 무관하게 5년마다 평가하기로 한 점 역시, 출연연 연구자들이 중장기 연구에 안정적으로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성평가와 절대평가는 평가자(전문가)를 믿을 수 있고 국민 개개인이 양심적인 선진국에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은 우리나라에, 이처럼 작지만 소중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2014년 연세대 의과대학에서 시작된 상대평가 제도 폐지가 다른 대학 의과대학과 연세대 모든 학과로 확산됐듯이, 이러한 정성평가와 절대평가로의 변화가 다른 학교, 다른 분야로도 확산돼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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