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교협-한국교양기초교육원 공동 주관, 대학교육 정책포럼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를 듣고, 시험을 치러 학점을 취득하는 전통적인 캠퍼스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다면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최근 대학교육에서는 ‘비교과’ 교육과정이 각광받고 있다. 대학교육의 목적은 학업역량 강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인성 함양과 대학별 인재상을 구현하는 등의 목적을 위해서는 기존 전공·교양교육으로 구성된 교과 교육과정만 고집해야 할 이유가 없다. 비교과교육을 통한 학업역량 강화 역시 가능하다. 2010년 들어 실시된 에이스(ACE, 학부교육 선도대학 지원) 사업, 에이스플러스(ACE+, 대학자율역량강화 지원) 등의 재정지원사업들이 기폭제 역할을 하며, 기존 산발적으로 운영되던 비교과교육은 현 대학교육의 중요한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대학교육에 있어 중시되고 있는 비교과교육과정의 운영 효율성을 늘림으로써 대학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과 공동으로 29일 오후2시 서울교대에서 ‘대학 비교과교육과정의 현재와’미래를 주제로 한 ‘제58회 대학교육 정책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우수한 비교과교육과정 사례 공유 △비교과교육과정의 질 관리 방안 논의 △대학교육의 자율적·자생적인 운영을 위한 체계적 운영방향 논의를 위해 마련된 자리다. 대구가톨릭대·한동대·성균관대 등 우수한 비교과교육과정을 운영 중인 대학들의 사례를 중심으로 경험·성과·개선방안 등이 활발히 공유됐다.

포럼이 열린 서울교대 사향문화관은 대학 관계자들로 빼곡이 채워졌다. 기존 에이스, 에이스플러스 사업이 종료되고 파일럿(PILOT, 대학혁신지원)사업으로 옮겨가는 배경으로 인해 우수 사례를 듣고 벤치마킹하기 위해 포럼을 찾은 발길들이 이어졌다.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최근 비교과교육은 양적으로 확대돼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다”며 “교육과정의 질적 관리와 안정적 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라고 했다. 

김경성 서울교대 총장은 “비교과교육은 학생들 스스로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함양하는 것”이라며 지적·정서적 균형 인재 육성을 위한 비교과교육과정의 가치를 강조하는 축사를 남겼다.

우수 사례들 가운데 가장 먼저 소개된 곳은 한동대다. 방청록 한동대 창의융합교육원 원장은 RC(Residential College)와 글로벌 전공봉사를 중심으로 현재 한동대 비교과 교육의 특징과 성과를 알렸다. 

한동대가 소개한 RC는 신입생 시절부터 기숙사에 모여 학업과 생활을 병행하는 기숙형 학부대학을 일컫는다. 연세대는 송도에 세운 국제캠퍼스를 활용해 현재 1학년 전체 RC제도를 운영 중이며, 서울대도 최근 총장 최종후보자로 ‘당선’된 오세정 전 의원(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이 단계적으로 RC를 도입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학부교육에 대한 효율성을 인정받아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앞서 1995년부터 지도교수·팀제도를 활용해 온 한동대는 2014년부터 RC를 전면 도입해 운영 중이다. 한동대 내 전 학생은 입학 후 △Torrey △Kuyper △장기려 △Carmichael △손양원 △열송학사 등의 RC에 소속돼 RC별 특성화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게 된다. 학습과 생활이 통합된 공동체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학업·현장참여 역량을 키울 뿐만 아니라 인성·가치관 함양 등의 가치도 함께 이루고 있다. 이날 포럼에서는 새내기들이 RC에 잘 적응하기 위해 실시되는 선배 멘토인 ‘새섬이’ 제도, RC 운영 체계, RC별 비교과 교육과정 예시 등 구체적인 내용들이 소개됐다.

한동대 비교과교육의 또 다른 중심축인 글로벌전공봉사는 단순 해외봉사를 넘어 전공과 관련된 지식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봉사활동과 전공교육의 일원화를 이룬 프로그램이다. 개도국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전공지식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사회·경제적 발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타문화 이해, 국제적 협동능력 등도 배양한다는 점에서 평가가 높다.

한동대에 이어 소개된 사례는 대구가톨릭대다. 류준혁 대구가톨릭대 참인재교육평가원 원장은 ‘인성, 창의성, 공동체 의식 함양을 목표로 하는 참인재성장지수(스텔라, Stella)와 장학금 제도, 교수 시수 인정’ 등의 비교과교육 운영 제도를 공유했다. 인성·교양 함양을 목적으로 한 중앙도서관 독서인증제도 우수사례로 함께 나눴다.

류 원장은 “단순 교과목 개편이 아니라 비교과활동에 집중해 학생활동을 더 다면적으로 해야 한다고 봤다. 기존 대학생활은 학점만 따다 졸업하는 것이었다면, 새 모델은 수업과 비교과활동을 병행하는 것이었다. 대학 졸업장이 좋은 곳으로의 취업을 보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본질적인 역량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현 대구가톨릭대 교육 혁신 프로그램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소개된 내용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은 부분은 스텔라 지수다. 학생들의 역량을 인성·창의성·공동체성으로 구분한 후 활동지수를 점수화한 스텔라 지수는 교과 프로그램과 비교과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널리 쓰이고 있다. 비교과의 경우 활동 시간과 등가학점을 구비해 이를 기반으로 스텔라 지수를 산출, 해당 점수를 통한 장학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병행해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도 했다. 교수들에게도 비교과 활동에 따른 시수를 인정해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한다. 류 원장은 “개인적으로 학생들이 비교과 활동을 진심으로 좋아해서 한다거나, 자발적으로 교수들이 움직인다는 것에 비관적”이라며 “장학금을 지급하고 등가 시수를 인정하는 방법들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우수사례로 소개한 독서인증제는 ‘책 좀 읽도록 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류 원장은 “경제·경영, 과학·기술, 세계시민 등 5개 트랙을 만들고 트랙별 60명 가량, 총 인원 300명 규모로 독서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트랙별 전담 사서들이 회차별 리뷰평가를 통해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관리한다. 3권 이상부터는 스텔라 점수도 부여한다. 4개 트랙을 수료하면 총장 명의의 인증서도 발급한다.”

뒤이어 소개된 성균관대 사례에서는 정순현 학부대학 교수가 단상에 올라 ‘FYE(First Year Experience)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FYE는 현재 성균관대가 학부 1학년에 적용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학사지도 등의 학생관리 프로그램과 학습공동체인 LC(Learning Community)를 양대 축으로 삼고 있다. 비교과교육의 성공은 1학년에 달려 있다는 생각 아래 예비대학 단계에서부터 해당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으며, 그 결과 신입생들의 성공적인 대학생활을 만드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중이다.

현재 성균관대는 1년에 2500여 명의 학생이 계열로 입학한다. 1학년 과정에서는 전공을 배우지 않고 교양으로만 수업이 진행된다. 전공이 없다 보니 연대감과 소속감 문제가 있어 LC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입학전형 유형과 성별 등을 고루 섞어 20여 명 단위로 한 커뮤니티가 구성된다. 

이들이 소속된 학부대학에는 학생들을 관리하는 지도교수 6명이 별도로 배정돼 면담 등을 진행한다. 학기당 1회 이상의 개별면담, 학업부진 학생 등에 대한 우선면담, 학기 초 집단면담 등을 통해 학생들의 현 상황을 촘촘하게 진단한다. 발표에 나선 정 교수는 1년에 1만8000여 명의 상담을 진행한다고 밝혀 참석자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했다.

성균관대는 해당 프로그램을 향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Student Success Center를 출범, 현재 1학년만 대상으로 하는 비교과 교육을 4학년까지 점차 확대하겠다는 것. 정 교수는 “1학년 때 열심히 하다 전공으로 나뉘면서 LC가 와해되는 경우가 종종 나와 더 장기적인 교육을 하려 한다. 학생 중심의 완벽한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했다.

세 대학의 우수사례 다음으로는 발표가 이어졌다.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육역량개발원의 최헌철 연구교수가 ‘대학교육에 있어 비교과교육의 비전과 역할’을 주제로 비교과 교육과정 내실화를 위한 지속적 질 관리 체계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공·교양·비교과 교육과정을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선택과 집중에 의해 프로그램을 통합·개편하며, 평가-환류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발표가 모두 끝난 후 마련된 포럼의 마지막 순서는 토론이었다. 앞서 발표한 4명의 발표자와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 심혜령 배재대 교양대학장, 이재성 서울여대 교육혁신단장, 이영한 서울시립대 교육혁신본부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배재대 심 학장은 비교과교육 운영에 필요한 행·재정적 기반, 인력, 운영체제 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한층 발전시키기 위해 표준화 연구와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의 필요성도 덧붙였다. 

서울여대 이 단장은 몇 가지 문제점들을 짚었다. 비교과교육과정이 중요하긴 하지만, 교과교육과정을 보조하는 역할인데 학점이나 시수를 부여하는 것은 문제라고 봤다. 현 비교과교육은 교육과정이란 명칭을 사용하기 부족하다며 프로그램으로 불러야 한다는 말도 했다. 비교과교육 통합도 각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립대 이 본부장은 유사 프로그램을 통합하는 데 대한 어려움을 피력하며, 위원회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가톨릭대의 스텔라 지수, 성대의 FYE 등 앞서 소개된 프로그램들의 장점을 짚고, 해당 프로그램들에 대한 궁금증을 묻기도 했다.

이어진 청중토론에서는 △프로그램 단위 역량 기반 평가의 타당성 △RC 구성원 이탈 문제는 없는지 △비교과 관련 용어에 대한 질문 등이 나왔다. 토론에 참가한 패널들은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는 시간을 추가로 가졌다.

토론 진행을 맡은 윤우섭 한국교양기초교육원장은 “교과과정만 가지고 교육적 효과를 모두 달성하기란 불가능하다. 학생들의 성공을 바라는 대학 입장에서 비교과를 통해 어떻게 교육하면 진정한 교육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였다. 차후 이 문제를 더욱 논의할 수 있는 시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말을 끝으로 포럼을 마무리했다.

이날 포럼을 주관한 대교협 관계자는 “앞으로도 대학교육 현안에 대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려 한다. 유관기관과 학회, 교육전문가들과의 연계·협조를 통한 정책 탐구를 바탕으로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하고 활발한 정책 제언도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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