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년 동안 4차례 유예됐던 강사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내년 8월부터 대학 시간강사의 법적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시간강사에게 3년간 재임용을 보장하고 방학 기간에도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대학 강사들이 41년 만에 교원 지위를 되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강사법 시행에 필요한 예산 지원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사의 고용 안정성을 높이고자 마련된 법 취지와 달리 고용과 예산에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시간 강사를 ‘대량 해고’에 나설 수 있어서다.

결국 돈이 문제다. 강사법의 취지가 왜곡되지 않고 제대로 시행되려면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강사법 관련 550억원 예산안이 그나마 국회 예결위 소위와 예결위를 통과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교육부가 국내 대학 수와 강사 수 등을 바탕으로 추산한 추가소요 재원을 따져보면, 연 700억∼3000억가량으로 최저치와 최대치의 간극 차가 꽤 크다. 국공립대보다 2만원가량(시간당) 낮은 사립대 강사료를 국공립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방학기간 4개월간 임금을 계속 지급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3000억원가량 소요된다. 4대 보험료와 퇴직금 등만 고려하면 700억원 정도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비단 강사법 예산만 중요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미래를 위해 쓰여질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도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 2019년도 교육부 예산안 의결 항목에는 △전문대 혁신지원사업 예산 700억원 △전문대학 우수장학금 신설 163억5000만원 △대학의 평생교육체계 지원사업 94억원 △경상대-경남과기대 연합·통합 추진지원사업비 50억원 등 다양한 교육지원사업 예산이 포함돼 있다. 모두 일반대와 전문대의 교육발전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게 대학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아쉽게도 앞서 대학가의 숙원이었던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은 법안·예산 심사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했다.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니 그렇다 치자. 내년도 교육부 예산을 보면 75조원대로 올해 예산 대비 10% 넘게 증액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됐다고 하나 고등교육 예산의 경우 4.8% 오른 데 그쳤다. 반면 평생직업교육은 25.2%나 대폭 올랐다. 사실 이것도 대학이 위기라는 상황을 감안하면 아쉬운 측면이 적지 않다. 현재 학생 수 격감의 위기와 재정난의 극심화는 국내 사립대가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로 국가가 나서야한다. 이에 예산안 심사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거시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당장 비용을 줄이는 데만 집중하지 말고, 장기적 교육 관점에서 예산의 의미와 경제적 파급 효과를 따져봐야 한다. 대학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고, 대학혁신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교육이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기재부와 예산결산위원회의 입장을 어떻게 좁히느냐다. 정부부처 안에서도 교육부와 기재부 입장이 다르다는 점은 예산 확보를 위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강사법만 보더라도 교육부는 본래 법 취지에 맞는 강사법 시행을 위해 한시적으로라도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재부는 사립대에 사업비가 아닌 인건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강사법이 본회의에 통과됐으니 대학예산도 교육위에서 증액한 대로 순조롭게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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