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기 청원고 교사

배상기 교사
배상기 교사

이제 대학의 수시전형은 마무리됐다. 일반대건 전문대건 합격자 발표만 남았다. 이제 학생들에게는 정시의 기회만 남아있다. 원래 자신이 가고자 하는 목표가 정확하고 변하지 않는다면, 그 목표를 이루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원래 가고자 했던 일반대학에 갈 수 없는 상황인 학생들에게는 전문대학교에 지원하는 것을 고려하라고 권하고 싶다. 갖고 싶은 자격이 있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특히 더 그렇다.

얼마 전에 지인의 장인이 돌아가셨다. 강원도의 소도시 한 병원의 장례식장. 몇몇 친구들이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는 지하철 4호선 당고개역에서 모여 중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해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나 불암산을 관통하는 덕릉터널을 지나면서 바로 우회전하라는 신호를 못 보고 직진을 했다. 내비게이션이 새로운 경로를 제시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길을 잘못 들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는 당황했지만 할 수 없이 가던 길로 가야 했다.

그 길은 새로 생긴 고속도로와 연결됐는데 북쪽으로 가고 있었다. 순간적인 실수로 멀리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새로운 고속도로는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내가 가고자 하던 길이 아니었기에 장례식장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이 무거웠다. 원래 계획했던 시간보다 40여 분이나 늦게 도착하고 나니 더욱 바보스럽게 생각됐다.

조문을 마친 후에 우리는 귀경길에 올랐다. 이번에는 원래 계획했던 영동고속도로를 거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내비게이션을 확인하던 우리는 깜짝 놀랐다. 우리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한 길이 실제로는 좀 더 짧은 거리로 나타났다. 시간도 덜 걸렸다. 잘못된 길이라고 생각했던 그 길이 지름길이었던 셈이었다.

우리의 인생에서 우리가 실수로 선택한 길이 우리를 목적지로 좀 더 빠르게 안내할 수 있다. 우리는 익숙함에서 오는 관성과 다른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가장 빠르고 좋은 길이라고 무심코 생각하며 생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하고 자신의 미래를 깊이 고민한다면, 익숙함이나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나만의 선택이 아주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특히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때에 그럴 수 있다. 학생들과 부모가 원하는 길은 대부분 일반대학이다. 그러나 일반대학이 목표인지, 장차 하고자 하는 일에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목표인지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한다면 다른 선택이 현명할 수 있다. 즉 일반대가 아닌 전문대를 선택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인의 아들인 민승 군은 현재 경기도의 한 전문대학교의 간호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고등학교 내내 간호사가 되는 것을 꿈꾸어 왔다.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좋기에 간호사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일반대학의 간호학과를 진학하려고 했다. 공부도 잘했다. 수시에 지원했고 수능시험도 치렀다. 그러나 수시모집에서 실패했고, 수능시험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얻었다. 평소에 수학 성적은 2등급이었는데 수능시험에서 5등급을 받은 것이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민승이는 많은 고민을 했다. 재수해 원래 가고자 했던 대학의 간호학과를 갈 것인가? 아니면 실력에 맞추어 전문대학교의 간호학과를 갈 것인가? 민승이는 나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나는 그에게 대학에 가는 목적이 무엇이냐고 되물었다. 그는 간호사가 되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을 했고, 나는 그렇다면 어느 대학이든지 간호사가 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하지만 민승이는 간호사가 돼도 좋은 대학이 아니면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했다. 나는 그에게 말했다. 간호사로 임용된 이후에는 출신대학과 성품을 포함하는 능력 중에서 어느 것이 더 중요할까를 물었다. 좋은 대우를 바라면 병원에서 필요한 능력을 갖춘 간호사가 되면 되는 것이지 학벌이 좋다고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은 아니라 했다. 그리고 지금은 학벌에만 의지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일반대를 졸업하고 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학생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수능시험에서 자신이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면, 원하는 전공을 포기한 채 일반대로 진학하기보다는 원하는 전공을 공부할 수 있는 전문대학에 정시로 지원하는 것이 더 현명할 것이다. 그 길은 자신이 원하던 길은 아니었지만, 자신이 몰랐던 인생의 지름길이 될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지방 장례식장에 가려고 했던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접어든 것이 오히려 더 빨리 다녀온 것처럼 말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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