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이 바로서야 대학이 산다③] 강사법 개정, '강사 해고법' 전락 가능성…좋은 취지 역행 말아야
[재정이 바로서야 대학이 산다③] 강사법 개정, '강사 해고법' 전락 가능성…좋은 취지 역행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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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
(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

정부는 반값등록금 정책을 추진해 오면서 2009년부터 10년 동안 대학등록금을 동결했고, 설상가상으로 입학금 폐지 및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 개정까지 추진함으로써 대학의 재정압박은 전례 없이 심각한 실정이다. 재정압박에 따른 대학의 긴축 재정 운용으로 인해 교육의 부실, 대학경쟁력 저하, 국가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모든 대학이 겪고 있지만 국고 재정지원 수혜여부, 등록금 수준, 대학의 규모 등 대학의 유형에 따라 재정압박 정도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일반대에 비해 국고 재정지원이 적고 등록금 수준이 낮아 재정압박이 더욱 심각한 전문대학에 대해 대학 유형별 긴축 재정 운용실태를 파악하고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모색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①전문대학의 재정운용 실태와 문제점
②반값등록금 정책의 목적과 취지, 추진현황,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③강사법 개정 현황과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④전문대학의 국고 재정지원 규모는 적절한가
⑤전문대학 기본역량진단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⑥선진 외국의 재정지원 현황과 시사점
⑦전문대학 재정 확보 방안
⑧전문가 좌담회

박주희 기획처장
박주희 기획처장

국회 파행 엿새 만에 21일 여야가 정상화에 합의했다.

이에 파행의 여파로 전면 정지돼 있던 교육위원회가 본격 재가동되면서 예산결산심사소위를 열고 2019년도 교육부 예산안 심사에 착수한다. 여기에는 공영형 사립대 사업, 폐교대학 관리 사업,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전문대학 우수장학금 등과 같은 굵직한 사안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서도 대학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아마도 강사법 개정안이 아닐까 생각한다.

지난 10월 10일 이찬열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대표발의하고 15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한 개정안에는 △서면계약으로 강사 임용 △강사 재임용 절차 3년까지 보장 △방학 기간 임금 지급 등이 포함돼 있다. 강사법은 2011년 제정 이후 4차례 시행 유예 끝에 2019년 1월 1일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이번 개정안이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예정보다 조금 늦춰진 2019년 8월 1일부터 적용된다.

강사법 개정의 취지를 요약하자면 시간강사에게 법적으로 교원 지위를 부여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 보장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앞선 20일 서울대 22개 단과대학 학장들과 대학원장단이 언급한 것처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학문혁신세대인 시간강사들의 처우와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강사법 개정이 시간강사에 대한 적절한 처우보장을 통해 교육자로서의 위상을 상승시키고, 고용 불안 문제를 해소함으로써,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질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번 강사법 개정안 시행이 과연 ‘바람직한 취지’에 부합하는 행복한 결과로 나타날 것인지 현실적인 초점거리에서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를 통해 강사법 개선안 시행에 따라 우려되는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해 짚고 넘어가보고자 한다.

첫째, 모든 대학에 과도한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된 반값 등록금 정책과 등록금 동결에 따라 만성적인 재정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강사법 개정안이 별도의 재정지원 없이 시행될 경우 그 부담은 고스란히 대학이 떠안아야만 한다.

강사법 개정과 관련해 많은 사립대에서는 개선안 실행을 위한 강사 인건비의 국고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고 지원 근거 규정 등을 요청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법안 마련과 OECD 평균 수준인 GDP 대비 1.1% 교육 재정 확보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전문대학의 상황은 보다 더 심각하다. 전문대학은 대부분 사립대학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10년간 지속적인 등록금 동결, 점진적인 입학금 폐지, 입학정원 감축에 따라 등록금 수입 감소, 대학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의 구성비가 등록금 대비 61.4%에 달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여기에 교육비 환원율은 163.9%로 상승한 상황에서 강사처우개선을 위한 재정 부담을 수익자 원칙으로 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강사법 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시간강사 연봉, 퇴직금, 보험료 지급을 위한 정부의 재정지원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물론 강사법이 시행됐을 때, 모든 전문대학은 그것을 준수하기 위해 학칙 및 규정을 개정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지만, 지금 단계에서 봤을 때, 강사법 개정으로 인한 대학 행정력 낭비 및 대학 구성원 갈등 구조의 심화라는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질이 저하될 우려가 있다.

강사법이 당장 시행됐을 때 야기되는 대학 재정 부담은 강좌 운영에 있어서 대학의 긴축 운영을 강제하게 될 위험이 높다. 그 대표적 예로 무분별한 강좌 통합을 통한 강의 대형화 혹은, 소수의 강사에게 최대한 많은 강의를 맡김으로써 시간강사 채용을 최소화 하는 등의 편법 운영 등을 들 수 있다. 이미 국내 유명 사립대학에서 이러한 개편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고려대는 시간강사 채용의 최소화를 목표로 ‘강의 과목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고, 연세대는 선택교양 157과목 중 98과목을 2019학년도부터 폐지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경희대는 2018학년도 신입생부터 졸업이수학점을 축소했고 중앙대는 강사 수 축소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한편, 전문대학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대학의 경우 고등직업교육기관으로서 학과의 교육과정이 직업교육과정으로 편성돼 있어 산업체현장의 직무경험을 학생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겸임교원(자격요건; 전문학사학위 이상의 소지자로서 담당과목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직무에 종사(3년 이상)하는 현직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겸임교원은 본직이 있는 산업체 재직자(강사에 준하는 신분의 안전성과 4대보험 가입 등이 필요 없음)로서 현장중심의 직무 교과를 담당하면서 산업체가 요구하는 교육과정개발, 학생현장실습 실시, 졸업생 취업지도의 자문 등을 수행하는데, 이 영역은 강사가 결코 대체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전임교원의 시수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은 될 수 있을지언정 장기적인 대학교육의 질 관리에 있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점이라는 것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렇듯 전문대학에 입장에서는 우수한 겸임교원의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2017년 기준 연구중심의 일반대학은 겸임·초빙교원의 비중이 8.7%이며,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학은 22.7%에 달한다. 즉, 연구중심 대학과 비교할 때 강사와 겸임교수의 역할이 훨씬 더 명확히 분리돼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대학에 이 두 영역을 서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임용절차나 처우를 동등하게 유지하라는 정책은 현실과 상당히 괴리가 있으며, 그것이 강행됐을 때 필요한 인적·물적 소요와 그 파급은 전문대학 교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낮출 것임에 분명하다.

셋째, 고등교육과 관련된 사회적 갈등을 장기화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이미 여러 사립대학에서는 강사법 개정에 적극 대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다. 선한 취지로 제정된 강사법이 결국 시간강사 죽이기로 귀결되고 있으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강사 해고법’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강사법 시행에 앞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대학의 대응에 대해 강사법을 핑계로 대학이 구조조정을 하고 있으며, 대학 전체에 들어가는 인건비 절감과 교원통제를 위해서 스스로 교육의 질을 낮추고 있다는 비정규교수노조의 지적은 매우 통렬하며 나름 일리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소수 강사의 신분이 보장되는 반면 경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막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문혁신세대의 강의 기회가 줄어 결과적으로 진입 장벽이 될 것이라는 견해 역시 무척이나 날카롭다.

결국 작금의 강사법은 서두에 언급한 좋은 취지가 무색하게 한국 대학교육에 몸담고 있는 구성원 간의 갈등만을 부추기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 역시 이러한 갈등 상황에 대해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국내 대학교육은 획일적인 기준에 의한 대학 줄세우기식 평가에 유사 이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각 대학이 교육역량 강화와 환경 개선에만 집중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강사법 시행이라는 또 하나의 난제와 마주하게 됐다. 이미 우리는 대안 없는 개혁은 공허한 메아리요, 프로파간다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번 목격했다. 법안 통과를 가정했을 때, 강사법 시행까지는 불과 9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우선 재정수준이 양호한 일반대학을 선정, 정부 재정지원과 함께 시범 적용하는 한편, 전문대학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겸임교수 채용 문제나 예산 문제를 포함한 추가 논의를 충분히 거친 후, 보다 적합한 시행안을 도출하는 것이 강사법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이룰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아무쪼록 남은 기간 동안 정부와 대학, 시간강사 간 치열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해, 강사법 개정안 시행이 선한 취지에 부합하는 선한 결과를 거둔 법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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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윤 2018-12-06 20:36:38
크게 공감합니다.
취지는 좋아도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면
제대로 된 정책이 시행될 수 없습니다.
좋은 제안을 정부와 국회가 귀 기울여 듣고 적극 반영하시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