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남북 경제협력 활성화 과정…직업능력개발 지원 필요성 커져
농업 등 국내 현장맞춤형 전문대학 교육 역할 기대…법‧제도적 뒷받침 마련돼야

지난달 30일에 있었던 남북철도 공동조사단 출정식의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지난달 30일에 있었던 남북철도 공동조사단 출정식의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지난해 12월 말 남북 철도 연결을 위한 북측 구간 공동조사를 시작으로 남북한 경제협력과 통일을 대비한 민관 차원의 활동들이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남북한은 분단 이후 전쟁이라는 민족상잔의 비극을 겪었던 적도 있었으며, 상호 평화와 공존을 약속하는 정상회담이 있었던 때도 있었다. 요동치며 변화화던 남북한의 상황은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을 통해 완벽하게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다짐한 것이다.

평화와 번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 민관 차원의 교류협력 활동도 숨통이 트이는 법이다.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현대화, 국제화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인적자원,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부문에서 남북 간 협력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평화 기조에 따른 인적자원과 직업능력개발 부문에서의 협력 분위기는, 무엇보다 우리나라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국내 전문대학에 큰 기대감을 안기고 있다.

북한의 경제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방향은 △산업시설확장 △사회간접시설(SOC) 확충 △농‧수산업의 현대화 등에 역점을 두고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수한 국내 직업교육훈련 기관의 역할은 여기에서 빛을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적자원‧직업능력개발 협력이 이뤄지기만 한다면, 통일 이후 북한의 산업경제의 활성화 방안과 더불어 남한의 직업교육훈련 발전에도 보다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강일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11년 의무교육제를 시행하고 있어 대부분의 성년인구가 현대적 생산활동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적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반면 대학교육은 주요국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북한 주민의 직업훈련‧교육에 대한 계획을 현 시점에서 고려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북한, 교육과정 개편…직업기술대학 전환 추진 = 북한의 교육정책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변화를 거듭해왔다.

우리나라에서 초·중등학교에 대한 2015 개정 교육과정의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을 무렵인 지난 2012년 9월 북한에서는 소학교를 4년제에서 5년제로 1년 연장하고, 중등학교를 초급중학교와 고급중학교로 분리하는 학제개편안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최고 인민 회의에서 발표한 이른바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 제도를 시행하면서, 지난 1972년부터 40여 년간 지속해온 11년제 학제를 바꾼 것이다. 2013년에 개정 교육과정이 발표됐으며, 바로 다음해인 2014년 4월부터 모든 유‧초‧중등학교에 적용되고 있다.

중등일반교육체계를 개편하면서 기술고급중학교를 설립했으며, 대학교육체계 역시 대학이 양성해야 할 인재를 ‘학술형 인재’와 ‘실천형 인재’로 구분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종합대학체계를 도입해 부문별 종합대학과 지역별 종합대학으로 개편하고, 직업기술대학 전환을 추진했다.

김진숙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은 “과학기술교육의 강조가 교육과정 개정에 포함됐다는 것은 북한의 변화된 동향”이라며 “통일을 대비했을 때, 남북한 간 공통점의 발견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특히 직업능력개발 분야에서도 북한의 변화가 일어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술교육에서 주체적인 기술인재 양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기술교육에서조차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정치성을 띠는 점은 우리와 다른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강일규 직능원 선임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직업교육훈련체계를 강조하는 교육체계로 개편했다.

현재 북한 내 전문학교와 단과대학을 비롯해 특성화 대학 성격의 종합대학과 중앙급 대학 등 여러 교육기관에서 해마다 고등교육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직업능력 향상과 정치교양 함양을 위한 공장대학과 농장대학, 어장대학 등 산업체를 기반으로 한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제생활에서의 응용능력을 중심으로 교육과 노동의 결합을 추구하고 있으며, 학습활동과 실생활의 연관성을 강조하는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같은 북한의 고등교육체계와 기술인력 양성에 대해 지원‧협력할 수 있다면 통일 시대 이후 직업훈련과정에 투입될 시간과 행정력 등을 상당수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강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주의교육학의 원리를 철저히 구현하고, 기술인재양성 사업에서 기술교육과 함께 학생들에 대한 정치사상교육을 강화, 혁명화‧노동계급화 할 것을 주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학업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체계와 일하면서 공부하는 ‘반공반독(半工半讀)’ 형태의 교육체계로 나눠 실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신년사를 통해 농업생산의 과학화와 집약화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방송공사 영상)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 신년사를 통해 농업생산의 과학화와 집약화 수준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한국방송공사 영상)

■ 직업교육훈련분야, 국내 고등직업교육과 만나려면 = 국내 직업능력개발을 연구하고 있는 직능원 등 국책기관과 고등직업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대학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기우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은 “평화통일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지금, 머지않은 미래에 남북 왕래가 자유롭게 된다면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의 수요는 지금보다 더욱 급증할 것”이라며 “전문대학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와 평화통일 시대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낙후된 농업기반시설을 극복하기 위해 북한이 향후 농‧수산업의 현대화에 역점을 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국내 전문대학이 이에 대한 인력을 개발할 수 있는 교육‧훈련 내용, 장비와 시설 등에 협력할 수만 있다면 북한 인력의 전문화에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농업 특성화 전문대학인 연암대학교 전경.
충남 천안에 위치한 농업 특성화 전문대학인 연암대학교 전경.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통일을 대비해 지금부터 북한주민에 대한 직업교육훈련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북한 고등교육체계에 대한 연구가 계속 진행돼야 함은 물론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교육훈련 법‧제도가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영역에서 협력체계가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북한 주민 대상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법‧제도의 제‧개정 및 재정 확보 △북한 주민 대상 다양한 직업능력 개발 프로그램(훈련과정)의 제공 △북한 주민 대상 구직 상담 및 지원 서비스의 제공 등이다.

통일 시 북한 지역 주민의 안정적 정착이 중요한 사안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 북한 현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직업능력개발 관련 정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임정빈 성결대 교수는 “북한의 직업교육훈련분야를 지원할 수 있는 지원공단이 있어야 한다. 체제전환기 북한의 경제운영구조가 시장경제 체제와 유사할 것이므로, 지원공단의 운영은 남한의 직업교육체계와 비슷하게 운영돼야 한다”며 “남한의 교육훈련 전문인력에 의한 설계를 기반으로 선진화된 교육을 실시해야 하며, 한국과 북한의 전문교육인력이 공동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북한 직업교육훈련 교류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와 관련된 연구는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 직능원 역시 내년 ‘남북협력 추진에 따른 북한 인적자원개발 마스터플랜 연구’를 확대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추가적인 교류협력 방안에서 계층별‧기능별 맞춤형 지원과 관련된 내용이 담길 수 있는 만큼 국내 전문대학의 현장맞춤형 교육의 역할 확대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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