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선기 입학사정관

송선기 입학사정관
송선기 입학사정관

전문직으로서 일정 이상의 소득과 직업 안정이 보장되는 약대는 의대처럼 6년제이다. 그런데 의대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입학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약 2년 이상 학부 수료 또는 이와 동등한 학력 및 관련 학점 이수를 한 이후 약학대학입문자격시험인 PEET(Pharmacy Education Eligibility Test)를 치러야 지원이 가능한 2+4년제이다. 즉, 화학추론(일반화학)과 화학추론(유기화학), 물리추론, 생물추론 등 4개 영역(과목)으로 이루어진 PEET는 현재로서는 약대 지원의 출발이며 기본인 것이다.

그러나 약대가 설치된 전국 35개 대학의 입학정원은 2019학년도 기준 1693명에 불과한 반면(참고로, 의・치・한의대는 의대 2929명, 치대 630명, 한의대 725명으로 합계 4284명), 지난 8월 19일 치러진 2019학년도 PEET 응시자는 1만4892명이었다. 그리고 11월 14일부터 16일까지였던 약대 입시 원서 접수 결과 이 중 1만512명이 입학원서를 접수해 평균 6.21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26.17 대 1의 차의과대 경쟁률이 가장 높았으며 서울대는 2.56 대 1로 가장 낮았는데, PEET 난이도가 높아지는 현실에서 PEET 성적 반영비율이 낮거나 아예 반영을 하지 않는 대학들로의 쏠림현상이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였다. 즉, 어렵사리 PEET를 치러도 높은 경쟁을 뚫어야 약대에 입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경쟁이 치열한 약대는 전형요소와 반영비율도 대학별로 큰 차이가 있으므로 지원자는 대학별 전형요소와 반영비율을 잘 살피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 전형요소는 보통 PEET 성적, 전적 대학 성적(GPA), 공인영어 성적, 서류, 면접 등으로 구성되며, 요소별 반영비율은 대학별로 차이가 많다. <표 1>은 성균관대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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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모집요강에 공표된 전형요소 중 PEET 성적의 반영비율이 명목비율과 실질반영률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고 이것이 지원자들의 대학 선택을 위한 판단에 착각을 유발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형요소별 반영비율이 PEET 성적 100점 만점, 전적 대학 성적 100점 만점, 공인영어 성적 100점 만점, 서류 100점 만점, 면접 100점 만점이라고 가정을 할 때, 총점은 500점이며 각 요소별 반영비율은 20%이다. 따라서 PEET 성적을 만점 맞았으면 명목상으로는 100점, 즉 합계 100% 중 20%를 감점 없이 득점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다른 항목들은 100점 만점을 명확히 환산할 수 있지만(예를 들면, 공인영어인 TOEIC은 900점 이상을 100점으로 환산), PEET의 경우 이것이 여의치가 않다. 이유는 4개 영역 합으로 반영되며, 응시자 상대평가 개념으로 산출되는 표준점수는 영영별 만점을 받아도 100점이 되지 않는다. 2019학년도 PEET를 기준할 때 각 영역별 최고점은 71.1점(화학추론-일반화학)에서 75.2점(물리추론)까지인데, 전형요소 반영에서는 이 점수를 환산 또는 보정 없이 그대로 반영하는 대학들이 많기 때문이다. 화학추론을 예로 들면 표준점수 71.1점이므로 PEET 4개 영역 중 해당 영역 100점이 아닌 71.1점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PEET 성적 실질반영률은 전체 100% 중 20%가 아니라 14.22%(20% x 71.1점 / 100점)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4개 영역 합산으로 산출되지만 최고점 표준점수가 가장 높은 물리추론 역시 75.2점이므로 합산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결국 지원자의 계산 또는 예상보다 한참이나 낮은 비율로 반영되는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 대학들의 입학전형은 1, 2 단계로 나눠 실시한다. 즉, 1단계에서 PEET, 전적 대학 성적, 공인영어 성적, 서류 등을 평가해 모집정원보다 일정 비율 이상의 인원을 선발한 다음 1단계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시행한다(우선선발은 예외). 따라서 실제로는 PEET 성적 반영비율이 더 높다. 동덕여대는 PEET 성적을 90% 반영하기도 한다. 이렇게 PEET 성적 반영비율이 높을수록 명목비율과 실질반영률의 간극은 더 벌어진다.

<표 2>의 사례의 경우 명목상으로는 PEET 성적이 전체 반영 비율의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나 실제로는 29.38%로서(40% x 4개 영역 최고점 평균 73.45 / 100점) 약 10% 이상 차이가 있으며 그만큼 다른 요소의 비중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것을 단계별로 보면 간극은 더 벌어진다. 즉, 1단계 전형에서 PEET 성적의 명목비율은 800분의 400으로 50%이지만 실제는 36.73%가 된다. 반면에 25%였던 공인영어 성적과 서류평가는 31.64%가 돼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도표 1>은 명목비율과 실질반영률의 비교이다.

일반적으로 약대 전형은 다른 전형에 비해 전형 과정에 대한 대학별 내부 기준의 외부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관련 학원 등에서 실시하는 전형 결과 분석에서 납득이 되지 않아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보다 더 ‘깜깜이 전형’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이는 전형요소의 실질 반영비율이 명목비율과 상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대학이 그런 것은 아니다. PEET 성적은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 두 가지로 산출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표준점수 반영을 택한 반면, 서울대와 연세대 등은 백분위 점수를 반영한다. 이는 응시자 전체의 성적을 백분위로 하는 환산이므로 PEET 성적의 실질반영률이 명목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따라서 동일한 비율이라도 백분위 점수를 택한 대학의 PEET 성적 반영비율은 표준점수를 택한 대학보다 월등히 높다. 다만 이들 대학들도 PEET 성적에 기본점수를 부여하므로 실제의 백분위 성적보다는 편차가 다소 줄어든다.

한편, 약학대학 입시 관문인 PEET는 2022년에 폐지된다. 그러나 학년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2년간 현행대로 PEET를 통한 2+4년제와 6년제 대학입시를 병행해 이후는 대학입시로만 신입생 선발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따라서 향후 몇 년은 더 PEET 성적이 약대 입시의 전형요소로 작용할 것이므로, 해당 대학들은 입학전형 설계에 있어서 그 취지와 목적을 살리되 지원자가 지원 단계에서 반영비율 수치에 현혹되거나 착각을 유발할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 또는 환산 방식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모집요강에 기재하는 등의 보완을 해야 할 것이다. 지원자는 해당 대학들의 PEET 성적 채택 유형과 실질반영률 개념을 명확히 이해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을 선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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