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이애란 울산과학대학교 학술정보운영팀장

방송 출연 요청이 연이어 들어왔다. ‘울산을 말한다’는 칼럼 책 발간 때문이다. 평범한 시민의 눈으로 바라본 울산 이야기를 진솔하게 적은 21명의 글이 화제가 됐다.

나는 올해 한국도서관협회가 주관하는 ‘길 위의 인문학’ 사업 지원으로 도서관에서 칼럼 쓰기 강좌를 개설했다. 수강생은 퇴직자, 직장인, 주부, 학생 등 중장년층이었다. 대부분 남의 글을 읽기만 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평소 생각하던 것이나, 평소 ‘이게 아닌데’ 하는 일을 소재로 글을 썼다. 시민들의 의식과 걱정 위를 가로지르는 관심은 ‘내 집’에 대한 애정과 궤를 같이한다. 부박한 습작이라도 현실감 100%다. 나름대로 현안의 앞뒤, 인과를 따져보고 문제해결까지 궁리했기에 무릇 관계기관의 무사안일과 책임회피를 되돌아보게 하고, 그들의 잠재된 창의력을 채근”한 책이란 평가다(윤지영 칼럼니스트).

칼럼을 보자. ‘Y시청홈페이지는 시의 얼굴이다’란 글은 시의 홈페이지 화면이 자주 바뀌는 것을 본 수강생이 이를 중국 전통극인 변검에 비유했다. 홈페이지는 기관 안내나 시민이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용하므로 변검처럼 현란한 화면은 즐겁기보다 당황스럽고 불편하다는 지적이었다. 나도 교육문화행사 정보를 알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곤 하는데 비슷한 경험이 있어 공감했다.

‘개가 우선인 동네’란 글은 개 짓는 소음과 악취로 3년여 고통받은 수강생이 관련 기관을 찾아다니며 해결되기까지 힘겨웠던 점을 꼬집고 있다. 글 속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개 키우기는 또 다른 형태의 타인에 대한 폭력이다’란 구절이 정말 가슴에 와 닿았다.

이외에도 ‘오디세이, 그들만의 잔치’ ‘운행 중 카톡카톡’ ‘가깝고도 먼 도서관’ ‘쓰레기에 묻힌 낭만’ 등 직접 참여해 체험한 글이었기에 신뢰와 공감도 컸다. 지난여름, 시민이 찍은 현장의 태풍 영상이 TV에 실시간 방영되는 것을 보며, 그들의 참여가 중요함을 느꼈었다. 오늘 방송 출연 섭외가 들어온 것도 시민이 쓴 지역의 여러 곳 이야기가 담겨 있어 주목한 것이 아닐까?

수강생들은 칼럼 수가 증가할수록 지역의 일과 사물을 보는 눈이 예리해졌고, 시민 의식도 강직해졌다. 특히, 글쓰기 실력이 두드러졌다. 수업 시간에 합평회를 거친 상당수의 칼럼은 각종 신문에 게재돼 널리 읽혔다.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통찰하고 칼럼을 기고할 정도로 향상된 실력은 자기 계발의 좋은 사례이자 지역 자원개발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것이 바로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강좌의 힘이다.

도서관 강좌는 시정 관계자와 시민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매개자가 됐고 칼럼 글은 지역 공동체 형성에 필요한 하나의 ‘매체’가 됐다. 이렇듯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추진축이 도서관인 것이 자랑스럽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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