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명지전문대학 교수

김현주 교수
김현주 교수

사람이 사는 곳 어디나 쓰레기는 나오지만 어떤 나라나 어떤 마을도 이제는 쓰레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에서는 환경 문제를 고려한 쓰레기 처리 시설을 하고 가능한 자동화 시설을 운영해 사람이 직접적으로 쓰레기 처리에 관여하는 일을 최소화 한다. 그렇지만 저개발 국가로 갈수록 쓰레기는 방치가 된다.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는 쓰레기를 집 앞에 버리기도 한다. 비가 오면 쓰레기가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비가 그치면 동네에 악취가 난다. 쓰레기를 특정지역에 모아서 버리는데 이곳이 시간이 지나면 쓰레기 마을로 변하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쓰레기 마을에 유입되는 쓰레기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 되기도 한다. 비교적 덜 부패한 음식을 가져가기도 하고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재활용 가능한 물품을 찾아내어서 팔아서 생계에 보태기도 한다.

1년 전에 니카라과에 있는 한 마을을 방문했다. 비포장 도로를 한참 가고 있는데 멀리 쓰레기 더미가 있었고 한쪽에는 쓰레기를 태우는 연기가 보였다. 쓰레기 더미 위에는 사람과 함께 까마귀 같이 생긴 이름을 알 수 없는 큰 새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들이 쓰레기를 파헤쳐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무엇인가를 찾아내면 그 틈새로 새들이 먹이를 찾는다고 했다. 작은 동산과 같은 그곳은 정부에서 쓰레기 마을로 지정한 곳이어서 주변 도시의 온갖 쓰레기가 그곳으로 보내졌다. 몇 년 전부터는 정부의 교도소가 부족해 죄수의 일부를 그 동네에서 사는 조건으로 이주를 시키기도 해 쓰레기와 범죄가 공존하는 마을이 됐다.

매캐한 연기를 맡으며 도착한 마을 교회의 부설 방과 후 학교는 매우 깨끗하고 지나온 길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우리가 탄 버스가 도착하자 마을 아이들이 오기 시작했다. 말끔하게 차려 입고 머리에는 기름도 바르고 왔다. 중남미 남자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머리에 기름을 바르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그렇다고 했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해맑은 미소와 기쁨이 있다. 아이들과 같이 두어 시간을 뛰어놀고 아이들이 점심을 먹는 시간에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했다. 이 아이들도 불과 얼마 전까지 그 쓰레기 더미를 파헤치면서 생계를 걱정하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을 자세히 보면 얼굴과 팔에 상처가 많은데, 쓰레기 더미에서 구르고 넘어져서 그렇다고 했다. 자세히 보니 정말 아이들 얼굴에 잔상처가 많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변화됐을까?

마을에 유일하게 있는 교회에서 아이들 교육을 감당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교육이라고 판단하고 방과 후 학교를 시작했다. 후원자를 모집했고 국제 NGO를 통해 후원자들이 연결됐다. 말이 방과 후 학교이지 사실은 정규 학교나 다름없다. 정규 학교는 너무 멀고 비용이 비싸서 실제로 다니는 아이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몇 명 되지 않던 아이들이 200여 명이 됐다. 아이들이 변하는 모습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아직도 쓰레기를 파헤치는 부모도, 범죄를 해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 감옥 속에 살고 있는 부모들도 아이들을 보내고 있었다. 아이들 때문에 마을도 변하고 있다.

교육이 아이들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의 미소를 찾아준다. 우리의 작은 후원이 아이들의 교육에 사용되고 아이들을 아이들답게 만들어 주고 꿈을 찾아가고 있는 것을 보았다. 작은 관심과 후원은 한 아이를 변화시키고 꿈을 찾게 해주는 것이다. 후원하는 한명의 아이가 꿈을 찾고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행복을 그만큼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원조를 받던 수원국에서 이제는 원조를 할 수 있는 공여국이 됐다. 내 급여나 기금에서 자동으로 떼어가는 후원금보다는 관심과 사랑을 함께 나누어 줄 수 있는 후원자가 되고, 내가 후원하는 아이가 성장하고 자라서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작은 열매이고 행복이다.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명의 아이라도 후원을 해보면 어떨까? 크리스마스의 선물을 삶에 지친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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