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애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연구원

4차 산업혁명 시대, 융합교육의 필요성과 함께 기본 핵심역량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양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고등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에서의 교양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전공교육과 교양교육 사이에서 비중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등은 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거기에 지난 9월 강사법 개정안으로 대학들이 오는 1월 시행에 대비해 졸업학점 축소 등을 검토하고 있어 교양교육에 얼마나 시수를 할애할 수 있을지는 더욱 복잡한 문제가 됐다. 이에 본지는 전문대학이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대에 필요한 역량을 갖춘 전문 직업인을 양성할 수 있도록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정책제언 시리즈’를 7회에 걸쳐 연재한다.

<글 싣는 순서>

①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현황과 과제
② 전문대학 교양교육 확대의 필요성
③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정체성과 방향
④ NCS와 전문대학 교양교육
⑤ 해외사례로 본 직업교육에서의 교양교육
⑥ 교양교육 질 제고를 위한 방안
⑦ 전문대학 교양교육 혁신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 

전경애 박사
전경애 박사

지난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는 ‘지금 준비해야 하는 미래 능력(Preparing For The Skills Future, Now)’이라는 주제로 세계 단과대학 및 폴리테크닉 연맹(WFCP; World Federation of Colleges and Polytechnics) 연차 총회가 열렸다. 총회에서는 140여 명이 주제 발표를 하고 800여 명 참가자가 열띤 토론을 벌였는데, 무엇보다 미래의 노동시장을 예측하고 그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핵심주제였다. 참가자들은 미래의 노동시장에서는 특별한 기술보다는 연계된 지식(harness knowledge) 의 활용능력이 중요해질 것이므로 창의력(Creativity), 혁신(innovation) 그리고 문제해결능력(problem solving ability) 등에 보다 큰 가치가 부여될 것이며, 고용주는 이러한 능력을 바탕으로 팀과 공동작업(team work)을 할 수 있는 노동자를 구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체적으로 동의했다. 그들은 또 이러한 노동 시장의 변화는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에 관련 교육기관은 앞으로 학생들에게 협소하게 정의된 직업을 위한 기술보다는 학생들이 미래에 대비할 수 있도록 더 일반적인 기술(generic skills)을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러한 공감대는 이제 미래는 단기간에 습득한 특수한 전문 분야의 지식을 학습하는 것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 지식·기술·산업 모두 전문화보다는 융합과 통합이 필요한 시대가 됐고 우리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들도 총제적·통합적으로 이해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에 기초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세계미래보고서 2055(Jerome Glenn, 2017)>는 2030년이 되면 사람들은 일생 동안 6번 정도 직업을 바꿀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미래학자인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인공지능과 로봇의 발달로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20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겠지만, 새로 생길 미래 일자리 중 60%는 아직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보고는 미래에 인간은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할 것을 요구받게 될 것이며, 적응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개발능력의 함양이 대단히 중요한 과제가 될 것임을 추론 가능케 한다.

이러한 예측은 각급학교의 교육 내용과 교수법의 일대 혁신을 요구한다. 특히 직업 전문 교육을 목표로 설립된 우리나라의 전문대학은 2030년을 바라보며 종전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대학은 학생들이 특정 전문기술을 습득하는 데 교육의 중점을 두고 수업 시간의 대부분을 그 교육에 할애했다. 또한 직업교육 훈련에 있어서 기초적이며 일반적인 기술 강화와 함께 급변하는 시대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전이 가능한 핵심능력을 강조하는 직업기초능력 NCS(National Competency Standards)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NCS 직업기초능력 교육의 효과성을 검증한 한 논문에 따르면, 전문대 교육에서 직업기초능력들 중 문제해결능력, 정보능력, 기술능력 등은 전공교과를 통해 반영돼 교육되고 있지만,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자기개발능력 등은 거의 반영되고 있지 못하다(최윤경, 2017). 이는 전공에서 책임지고 실시하고 있는 직업기초능력 교육의 한계이기도 하다. 의사소통능력과 대인관계능력은 WFCP 총회에서 지적한 팀워크를 위한 핵심적인 능력이며, 자기개발능력은 6번 이상 직업을 전환하는 직업인이 가져야 할 필수능력이기에 교육에서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능력들의 함양을 위한 교육이 시행되지 않고 있음은 커다란 문제라고 아니할 수 없다. 결국 전문대학의 교육은 그간 소홀히 해 온 이러한 능력을 함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비록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부차적인 교육으로 인식돼 철저히 전공교육의 그늘에 가려 있었지만, 대학이 교양과정을 교과과정으로 편성한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아니더라도 위와 같은 교육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인식한 결과였다.

한국교양기초교육원에서 제시하듯 교양기초교육이란 대학교육 전반에 요구되는 기본적 지식 및 자율적 학구능력의 함양을 포함해 인간, 사회, 자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세계관과 건전한 가치관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는 교육으로, 다양한 전문성을 넘어서서 모든 학생들에게 요구되는 보편적 교육이다. 특히, 글로벌 정보사회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맞아 비판적‧창의적 사고와 원활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공동체의 문화적 삶을 자율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자질을 함양하는 교육이다(<대학 교양기초교육의 표준 모델(2016)>). 그리고 교양교육의 목표로 △평생학습을 위한 보편적 문해능력 함양 △비판적 사고능력, 합리적 의사소통능력 함양 △인간과 세계에 대한 바람직한 가치관 정립 △융합적 사고 및 창의적 문제해결 능력 함양 △공동체의식, 시민정신 함양 △심미적 공감 능력 함양을 설정했다.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21~22일 ‘변화의 시대, 교양교육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2018 국제 교양교육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사진=한명섭 기자)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11월 21일부터 22일까지 ‘변화의 시대, 교양교육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2018 국제 교양교육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사진=한명섭 기자)

교양교육의 의의가 이러하기에 대학은 전공교육과 더불어 교양교육을 교육의 양대 축으로 삼았던 것이다. 교양교육의 의의가 그러하다면, 교양교육을 보는 눈이 일반 대학과 전문대학이라고 해서 다를 수 없다.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다만 수업 연한에 기인하는 시간 배분상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 차이를 넘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이 극도로 위축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자기개발능력의 함양은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이 미래 사회의 핵심능력임을 고려하면 한시바삐 해당 능력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을 도외시할 수 없다.

대학은 고유한 교육목적 및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맞추어 바람직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다양한 교과목을 개설한다. 그리고 교육과정은 전공교육과 기초교양교육의 두 축으로 구성된다. 그렇다면 두 과정을 균형 있게 편성해 교육할 때 교육 목표에 도달할 수 있고 바람직한 인재를 배출할 수 있을 것이다. NCS 직업기초능력 또한 전체 대학의 교육목표 아래 전공교육과 기초교양교육과정에 적절히 안배해 체계적으로 함양할 필요가 있다. 앞서 연구에서 밝혔듯이 전공교육에서 키우기 어려운 의사소통능력, 대인관계능력, 자기개발능력 등은 교양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문대학의 교양교육과정은 어떤 분야의 능력을 함양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2017년 4월 한국교양기초교육원이 전문대학교 교무처장 91명을 대상으로 전문대학 기초교양교육 현황과 관련해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문대학의 교무처장들은 전문대학의 기초교양교육이 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할 바를 △원활하고 개방적인 의사소통능력 △평생학습을 위한 기초능력 함양 △인간·사회·자연에 대한 폭넓은 이해라고 답했다. 바꾸어 말하면 △의사소통능력 △문제해결능력 △공감과 협력의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 답변을 보면 전문대학에서 요구하는 교양교육도 전통적인 교양교육의 의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는 또한 WFCP 총회에서 논의한 방향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리고 처장들은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전체 졸업학점 중 20% 내외의 교양교육을 시행해야 한다고 답변 했다.

이미 일부 전문대학은 올바른 인성을 갖춘 전문 직업인 양성을 위한 인성·인문 중심의 교양교육 방향을 연구했으며, 일부 대학은 새로운 교양교육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한국대학신문, 2016년 4월 10일자).

전문대 졸업생들이 변화하는 시대에 능동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전문대학 교양교육의 일신이 필요하다. 교양교육의 일신은 교양교육의 의의를 바로 세우고, 능력함양을 위해 가장 적합한 교과목을 편성하며, 교재를 개발하고,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한 교수법의 개선을 동시에 추구해야 할 것이다. 다른 대학에 앞서 기초교양교육의 강화를 시도한 대학들의 사례와 성과를 널리 공유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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