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대만, 기관평가인증 법으로 의무화
전문가들 “기관평가인증 의무화 통해 안정성 확보 필요”
대학 관계자들도 기관평가인증 신뢰‧선호…“법제화도 환영”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최대 96개 전문대가 심사를 받는 역대 최다 전문대 기관평가인증 심사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기관평가인증을 모든 대학이 받도록 법으로 의무화한 일본과 대만의 사례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기관평가인증을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받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현재 우리나라의 기관평가인증은 인증을 희망하는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이 대학 설립 인가제와 평가인증제를 함께 실시하는 일본과 대만은 모든 대학이 기관평가인증을 받도록 법으로 정해놓고 있다.

일본은 2004년 학교교육법 개정을 통해 고등교육기관의 외부 기관 인증을 의무화했다. 일본 학교교육법 109조 2항에는 대학이 “문부과학대신의 인증을 받은 자(이하 ‘인증평가기관’이라 한다)에 의한 평가(이하 ‘인증평가’라 한다)를 받는 것으로 한다”고 돼있다. 대학이라면 모두 평가를 받도록 관련법을 통해 제도화 한 것이다. 대만 역시 대학법 제 5조에 대학이 전문 인증기관에 의한 정기적인 평가를 받도록 정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기관평가인증을 받는 것이 의무가 아닌 대학의 자율로 돼있다. 고등교육법 제11조의 2에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인정받은 기관은 학교의 신청에 따라 학교운영의 전반과 교육과정(학부‧학과‧전공을 포함한다)의 운영을 평가하거나 인증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기관평가인증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전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을 지낸 이승근 정화예술대학교 부총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점차 대학 기관평가인증을 의무화하고 있는 추세”라며 의무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평가 준비를 담당하는 기획부서 소속의 대학 관계자들도 기관평가인증의 의무화에 동의했다. 더 나아가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주희 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은 “의무화뿐 아니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법을 제정하는 것도 환영한다”면서 “기관평가인증을 통해 책무성을 다하지 못한다고 판단되는 대학은 ‘아웃’시키고, 그 기준에 충족한 대학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굳이 대학 기관평가인증이 의무화 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전문대학 관계자는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이미 불이익을 받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무화까지 할 필요는 없다”면서 “기관평가인증은 이미 정부 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있다. 특성화전문대학육성(SCK)사업, 사회맞춤형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LINC+)사업, 세계적수준의전문대학(WCC)육성사업, 학사학위전공심화과정 등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사업 신청을 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승근 부총장은 이를 반박하며 “기관평가인증이 정부 사업과 연계가 끊어지면 대학들이 인증을 회피할 가능성도 커진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관평가인증의 순기능이 분명하기 때문에 인증이 와해되면 대학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측면에서 오히려 손해가 일어날 것”이라며 인증의 안정적 유지를 위해서라도 대학의 기관평가인증 의무화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기관평가인증이 의무화‧법제화되려면 무엇보다 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대학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관평가인증이 대학 발전에 있어 순기능을 발휘했다며 인증의 의의를 역설했다.

박주희 회장은 “기관평가인증은 오랜 시간 대학과 소통하면서 평가항목을 개발해왔다. 이 때문에 인증의 결과는 모든 대학이 동의한다”며 기관평가인증에 대한 대학 사회의 신뢰를 확인했다.

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바 있는 이형민 수성대학교 부총장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이형민 부총장은 “기관평가인증이 전문대학의 입지, 대학으로서의 기본 역량과 수준을 상당히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전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장을 지낸 양한주 한국고등직업교육학회 고문은 “인증원장을 할 당시 대학이 준수해야 하는 관련법을 위주로 평가지표를 개발했다”면서 “지표가 까다롭다는 몇몇 대학의 불만도 있었지만 인증을 꿋꿋이 밀고 나갔다. 이제는 인증이 자리를 잡아 대학들도 법을 준수해야겠다는 인식을 갖고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등직업교육평가인증원의 입장도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호웅 원장은 “기관평가인증의 의의는 대학 운영의 책무성을 증진시키고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며 대학 이해관계자에게 인증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면서 “정부의 인‧허가를 통해 설립된 대학은 교육 수요자에게 이 기관이 올바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관평가인증이 의무화될 경우 평가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해온 대학에서 반발이 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기획실‧처장협의회 측은 오히려 기관평가인증이 대학 기본역량 진단을 대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평가의 신뢰성 문제와 더불어 상대평가로 이뤄지는 역량 진단과 달리 기관평가인증은 절대평가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대학 관계자들이 기관평가인증을 보다 선호하고 있어서다.

박주희 회장은 평가자의 질 문제를 통한 평가의 신뢰성 확보라는 관점에서 기관평가인증을 역량 진단보다 선호한다고 밝혔다. 그는 역량 진단 대면평가 당시 일었던 평가위원의 질 논란을 지적하며 “단기간에 평가자를 교육하는 역량 진단과 달리 기관평가인증은 평가자 교육을 충분히 한 뒤 대학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평가자가 대학을 충분히 이해한 상황에서 평가를 한다는 점에서 기관평가인증이 보다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이형민 부총장 역시 “평가가 과중해 줄여야 한다”면서 “대학 구조개혁과 역량 진단은 대학의 역량을 진단하는 것을 넘어 서열화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기관평가인증은 기본이 된 대학을 인증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며 교육부 평가를 없애고 대학 평가는 기관평가인증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강조했다.

양한주 고문은 교육부의 대학 평가와 달리 기관평가인증은 관련법에 근거한 평가임을 역설했다. 그는 “기관평가인증은 고등교육법 11조에 근거해 ‘고등교육기관의 평가‧인증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이뤄지는 심사다. 그러나 교육부의 대학 평가는 그렇지 않다. 근거법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호웅 원장은 5일과 6일 열리는 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동계 연찬회에서 기관평가인증의 개관과 해외사례와의 비교를 통한 개선 방향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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