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난도에 '국어 수능'이란 말까지…수학 변별력 낮은 자연계열 특히 문제
영어 1등급컷 5.3% 끊겨…'상대평가 맞먹는' 절대평가

역대급 난도를 보인 국어 성적에 따라 올해 대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4일 나온 채점결과에 따르면 국어 표점 최고점은 150점, 1등급컷은 84점을 기록한 상황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역대급 난도를 보인 국어 성적에 따라 올해 대입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4일 나온 채점결과에 따르면 국어 표점 최고점은 150점, 1등급컷은 84점을 기록한 상황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수능의 성패는 ‘고난도’와 31번 문항으로 악명이 자자한 국어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표준점수 최고점이 현 수능체제 도입 이래 ‘역대 최고’인 150점을 기록, ‘국어 수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타 영역을 압도하는 점수를 보이고 있어서다. 국어를 못 본 경우 ‘만회’할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절대평가 2년 차를 맞은 영어도 ‘변수’다. 1등급 비율이 5.3%로 사실상 상대평가 시절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 상대평가로 치러진 2010학년, 2012학년 수능에서의 영어 1등급 비율은 6.53%와 5.31%로 절대평가 체제인 올해보다 높았다.

전 영역이 고루 높은 난도를 보인 ‘불수능’으로 인해 정시는 일대 ‘혼란상’에 빠질 전망이다. 수능 난도 편차가 커 작년 입시결과 등을 참고해 예상 합격선을 만들기부터 쉽지 않다. 소신을 가지고 지원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급격한 난도 향상으로 대입 합격선 예측이 어려워진 상황. 여파는 내년 수능을 치를 고2에게까지 번질 전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험생들은 당장 내년 입시를 대비할 때 국어·영어를 어느 수준으로 공부해야 할지 막막할 것”이라며 “불안감이 확산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수능 채점결과 발표…‘역대급’ 국어 표점 최고점 150점, 원점수 1등급컷 84점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달 15일 실시된 2019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채점 결과를 5일 수험생들에게 통지한다. 하루 전인 4일 교육부는 채점결과와 도수분포표 등을 공개한 상태다.

채점 결과에 따르면, 국어의 높은 난도는 가히 ‘충격’에 가깝다. 표준점수(표점) 최고점이 무려 150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현 수능 체제가 자리 잡은 2005학년 수능 이래 국어 표점 최고점이 150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에는 2009학년과 2011학년 수능에서 나온 140점이 국어 표점 최고점이었다. 

만점자 비율도 상당히 낮다. 국어영역 응시자 52만8595명 가운데 만점자는 148명으로 0.03%에 불과하다. 표점 최고점과 마찬가지로 2005학년 수능 이래 가장 낮은 만점자 비율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전년도 3214명이던 만점자가 148명으로 대폭 줄었다. 아주 어렵게 출제됐다”고 했다.

현재 공개된 표점 등급컷은 1등급컷 132점, 2등급컷 125점 순이다. 원점수로 환산하면 1등급컷은 84점, 2등급컷은 78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평가원은 원점수 등급컷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에 도수분포표 등을 기반으로 추정한 수치다. 

등급컷은 통상 시험 난도가 높으면 낮아지고, 시험 난도가 낮으면 높아진다. 시험이 쉬우면 그만큼 잘 본 학생이 많아 더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84점의 1등급컷은 최근 3년간 치러진 수능은 물론이고 모의평가나 학력평가 등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점수다. 올해 3월학평 1등급컷이 81점에서 끊긴 것이 유일한 사례다. 결국 어떤 지표를 보더라도 국어 난도가 상당하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국어 난도가 높다는 것은 일찍이 예견됐던 터다. ‘교사도 못 푸는’ 문제로 악명이 자자했던 31번 문제를 비롯해 과다한 난도라는 예상이 수능이 끝난 직후부터 나왔기 때문이다. 다만, 입시기관들이 대부분 표점 최고점이 140점대 중반 수준에서 끊길 것이라고 예상했던 점에 비춰볼 때 예상을 뛰어넘는 고난도임은 분명하다.

역대급으로 높은 난도를 보인 국어는 사실상 올해 대입의 성패를 가르는 ‘열쇠’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체 점수 규모가 큰 국어를 못 본 경우 만회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다. 임성호 대표는 “현행 수능체제 이래 역대 최고 수준의 난도다. 사실상 ‘국어 수능’으로 봐도 무방하다”고 했다.

국어에서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자연계열이다. 수학(가) 1등급컷이 원점수 기준 92점을 기록하며 예년 수준의 변별력을 보이는 데 그쳤기 때문. 그나마 인문계열 학생들이 응시한 수학(나)는 1등급컷이 88점으로 변별력이 높아 만회할 여지가 있는 편이다. 

■수학(가) 1등급컷 92점, 수학(나) 1등급컷 88점 '편차 적어' = 급격한 난도 편차를 보인 국어에 비하면 수학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지난해 수능과 편차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다.

자연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학(가)는 표점 만점 133점, 1등급컷 126점, 2등급컷 123점을 기록했다. 만점자는 전체 16만8512명의 응시자 대비 0.39%인 655명이다. 원점수로 환산하면 1등급컷은 92점, 2등급컷은 88점인 것으로 추정된다. 

인문계열 학생들이 주로 응시한 수학(나) 표점 만점은 139점이다. 1등급컷은 130점, 2등급컷은 127점에서 끊겼다.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은 88점, 2등급컷은 84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만점자는 전체 응시자 34만733명 중 0.24%인 810명이다. 

올해 두 영역에서 나온 특징은 표점 최고점이 올랐지만, 만점자는 다소 늘어났다는 것. 수학(가)는 130점에서 133점, 수학(나)는 135점에서 139점으로 표점 최고점이 높아져 전반적인 난도가 높아졌음을 증명했지만, 만점자는 수학(가)의 경우 0.1%에서 0.39%, 수학(나)의 경우 0.11%에서 0.24%로 늘어나는 반대 경향을 보였다. 통상 시험이 어려워지면 만점자 비율이 줄고 표점 최고점이 올라야 하지만, 만점자 비율은 반대 경향을 보인 것이다.

이처럼 표점 최고점과 만점자 비율이 다른 현상을 보인 것은 ‘킬러 문제’ 난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만점 여부를 가르는 30번 문제 등의 난도가 높지 않았기에 최상위권이 다소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상대평가랑 뭐가 다른가’ 영어 1등급 5.3% 끊겨 = 올해로 절대평가 2년 차를 맞은 영어는 대입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1등급 비율이 5.3%를 기록, 상대평가와 별반 차이가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올해 영어는 ‘상대평가보다 어렵다’고 볼 여지도 있다. 상대평가로 치러진 수능 중에서도 올해보다 더 높은 1등급 비율이 나온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다. 2010학년 2012학년 등 일부 수능은 1등급 비율이 5.3%를 넘는 모습을 보였다. 본래 상대평가인 경우 1등급 비율은 4%에서 끊겨야 하지만 동점자가 대량 발생하면 그 비율은 늘어나게 된다.

영어의 높은 난도가 정시에 미칠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탈락하는 학생들이 대량 발생하며, 정시 최종 인원도 늘어날 가능성이 감지된다는 점에서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상위권 대학 지원 수험생들 가운데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해 최종 단계에서 탈락하는 인원이 증가할 것”이라며 “정시로 이월되는 인원이 늘어날 것이므로 27일 이후 발표되는 인원을 확인해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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