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이상락 전주비전대학교 국제교류부 센터장

교육부가 8월 27일에 발표한 2018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의하면 2017년 2학기 이후 학교 폭력을 목격한 초·중·고교생은 13만3000명이며 학교 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5만 명으로 전체 학생의 1.3%다. 매년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 폭력에 대한 다양한 원인과 해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어디서 살 것인가》의 저자 유현준 교수는 교도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학교 환경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유 교수는 “전국 어디서나 똑같은 크기와 모양의 교실로 구성된 대형 교사(校舍)에서 똑같은 옷, 똑같은 식판, 똑같은 음식, 똑같은 교실에서 12년 동안 키워지는 아이들은 자신과 조금만 달라도 이상한 사람처럼 취급하고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난 사람은 나와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게 되는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세상이 변하면서 모든 게 변했지만 학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통계를 보면 지난 40년간 학생 1인당 사용하는 실내 면적은 7배가 늘어났는데 학교 부지 면적은 그대로다. 그렇다 보니 학교는 점점 고층화돼 운동장만 남겨 놓고 나머지 땅에는 4~5층 교사가 들어서있다.

교사가 고층화 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쉬는 시간 10분 만에 네 개 층 계단을 뛰어 내려가서 운동장에서 2, 3분 쉬고 다시 올라올 아이는 없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교실에서 지낸다. 1년 열두 달, 무려 12년 동안 실내 공간에서만 지낸다. 항상 똑같은 교실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변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 변화를 게임이나 왕따, 폭력에서 찾는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접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넓은 운동장을 숲 공원으로 만들어 그 안에서 뛰놀 수 있게 해야 한다. 운동장을 공원으로 활용하면 넓어진 공간에 저층 교실을 지을 수 있다. 관리 효율성만 고려한 규격화된 고층 건물은 저층화되고 분절돼야 한다. 그래야 인격 형성이 이뤄지는 시기를 학교에서 보내는 아이들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가진 정상적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다.

똑같은 공간에서 12년을 지내는 아이들이 정상적인 인격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아이들이 같은 반 친구를 왕따 시키고 폭력적으로 바뀌는 것은 학교 공간이 교도소와 비슷해서다. 1, 2층 저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들은 고층 주거지에 사는 사람보다 친구가 세 배 많다고 한다. 만남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처럼 고층 학교 교실에 갇혀 지내는 아이들에게 정상적이고 다채로운 교우 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저층에서 자연을 벗하며 지내다보면 친구는 세 배 많아지고, 세 배 많은 생각들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는 사람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학교 건물은 저층화되고 자연이 있는 숲이 조성돼야 한다. 그래야 쉬는 시간 잠깐이라도 자연과 함께 숨을 쉬면서 하늘을 볼 수 있다. 쉬는 시간이라도 자연을 접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한국대학신문>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