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전문대학 정책연구 과제 발표

양광호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이 7일 열린 '전문대학 정책포럼'에서 연구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양광호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 소장이 7일 열린 '전문대학 정책포럼'에서 연구 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김의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허지은 기자] 직업교육의 기반과 시대적 요구에 대응한 직업교육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법령으로 직업교육의 개념과 근거,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제언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인력양성 모델 소개가 진행됐다. 학습경험인정제의 운영 방법도 안내됐다.

한국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직업교육법제 정비 방안 △학습경험인정제 △4차 산업혁명 시대 전문대학 대응 방안을 연구했다. 고등직업교육연구소는 지난 7일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개최한 ‘2018 전문대학 교육포럼’에서 1년여 간 진행한 전문대학 정책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헌법에 근거한 직업교육의 권리, 관련 법령 정비로 수호해야” = 이병규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위원(동의과학대학교 교수)는 ‘직업교육법제 정비 방안’ 발표에서 현 직업교육 관련 법령과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고 법령 정비 방안을 제시했다.

흩어져있는 직업교육 관련 법령을 한데 모아야 한다는 지적은 전문대학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앞서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이 만들어질 당시에도 이를 뒷받침 할 직업교육 관련 법령이 미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 직업교육 관련 법령은 ‘교육기본법’에 근거한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산학협력법’,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으로 산재하고 있다.

이병규 연구위원은 직업교육 관련 법령 정비 방안으로 △직업교육의 학교교육 영역과 사회교육 영역을 구분하는 법령 제정 △직업교육 관련법을 통합한 새로운 법 제정 △교육 단계별 학교 영역의 직업교육에 대한 새로운 법 제정을 제안했다.

이 방안을 제시한 이유로 이병규 연구위원은 먼저 직업교육 관련 법령에서 ‘직업교육’에 대한 개념 및 용어 사용이 직업교육·직업훈련·직업교육훈련 등으로 혼재돼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교육부와 고용부의 직업교육과 직업훈련의 연계를 목적으로 제정된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에 대해 “직업교육 영역의 통합법이라 볼 수 있으나 ‘산학협력법’과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이 각각 효력을 발휘하는 동안 사문화 됐다"며 직업교육 영역의 거버넌스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문제점이 직업교육의 혼란을 일으켰다고 지적하며 관련 법 정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명칭이 혼재돼 있어 직업교육 대상자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다고 말했다. 이어 “직업교육훈련 촉진법이 결국 직업교육 영역에서도, 직업훈련 영역에서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직업교육 영역은 사실상 법제 없이 실시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면서 “직업교육 관련 정책 및 사업은 교육부, 고용부 등 각 부처에서 제각각 실시돼 유사 사업의 중복과 혼란이 초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관련 법령의 미비와 내용적 한계는 정부가 직업교육 관련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어려움을 겪게 했다. 이 연구위원은 “교육부 직업교육 담당 조직은 정부 교체와 함께 매번 변경돼 왔다. 또한 학교 영역에서 특성화고와 전문대학 등 직업교육 영역이 또 다른 한 축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이를 담당하는 교육부 조직의 규모는 약체화 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기본법’ 제21조는 직업교육의 구체적 근거 규정이라 할 수 있으나 이를 제대로 구현한 구체적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 “현재 교육기본법을 근거로 한 직업교육 관련 법률들은 일반교육과 근로자 중심의 직업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직업교육 관련 정책이 구체적 법제 마련 없이 추진돼 정부의 직업교육 관련 정책의 체계성·일관성·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면서 “역대 정부별 직업교육정책이 마련돼 왔으나 정부 교체와 함께 추진력을 잃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는 헌법에 기반한 것인 만큼, 직업교육의 직접적 근거 규정을 마련해 직업교육기관에 관한 국가의 교육정책 마련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국민은 헌법에 의해 누구든지 균등하게 직업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직업교육 선택자가 일반교육 선택자에 비해 사회경제적·법제도적으로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은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의무다. 이를 국가가 해결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 의무를 회피하는 것”이라며 직업교육 법령의 정비가 필요함을 재차 강조했다. 

■변화에 발맞춘 교육과정 연구 = 학령인구 감소와 고졸취업자 수 증가, 4차 산업혁명 등 사회 및 산업의 변화에 따른 전문대학의 교육체계 및 과정 변화에 대한 제언도 쏟아졌다.

주홍석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고졸취업자의 학습 기회 확대와 성인 학습자 확대를 위해 추진된 학습경험인정제의 구체적 시행 방안을 담은 가이드 안을 발표했다. 학습경험인정제는 직업경험이나 정규·비정규 교육 및 훈련을 통해 미리 습득한 지식과 기술을 평가를 통해 학점으로 인정해 주는 제도다.

학습경험인정제의 핵심은 학점 인정 심의의 공정성이다. 주홍석 연구원이 이번에 발표한 가이드에는 ‘학점인정심의회’를 단일 또는 대학 단위 및 학과 단위로 구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단 주 연구원은 “반드시 대학 및 학과에 심의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요건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심의 과정에서 서류 평가는 필수적으로 실시돼야한다. 서류평가 이후 면접, 실기, 지필평가는 상황에 다라 선택적으로 실시 가능하다. 향후 학사진단 및 점검 등에 대비해 심의 과정과 관련된 증빙서류를 누락 없이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신청자가 서류 작성 시 교수와의 상담도 이뤄져야 한다. 신청자가 제출하는 서류는 학습경험인정 신청서와 과목별 학습경험인정 신청서, 학습경험 기술서다. 주 연구원은 “지원자가 했던 업무에 대해 어떤 교과의 학점을 인정받을 것인가를 작성하는 내용이 있는데,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작성하기 어려운 부분이므로 교수의 상담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이드에는 서식 예시도 함께 첨부됐다.

또 다른 발표에서는 전문대학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 소개됐다. 양광호 고등직업교육연구소 연구소장(한국영상대학교 교수)은 ‘4차 산업혁명시대 전문대학 대응방안’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양광호 소장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대학의 부문별 방안들의 대응수준과 각 대응방안이 대학에 미칠 효과를 분석하고 이를 세 그룹으로 구분했다. 이 가운데 가장 효과성이 높은 그룹의 특징으로 △실험실습실, 기자재, 무선인터넷 환경 및 스마트 장치를 갖춘 스마트 교육환경 구축 △4차 산업 핵심역량 중심 전공교과 △교원 연수 종류 및 방법 다양화 △4차 산업 인재상 기반의 발전계획 수립·운영 △정규·비정규 학습자 교육프로그램 다양화를 들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대응 방향으로 신유형 대학 체제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고, 4차 산업혁명 인력양성 시범 추진 모델로 네 가지 안을 제시했다.

제시된 시범 추진 모델은 △창의적 문제해결력과 4차 산업 핵심기술 등의 교과를 개설하는 ‘창의융합 트랙 △학과 간 융합모델 △전공 및 교양 교과 간 융합모델 △대학 간 융합모델이다.

양 소장은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방향을 토대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고등교육체게 개편방안, 교육과정 개편 방안, 교육환경 조성 방안, AI 기술을 활용한 교육 및 평가 방안 등 부문별 후속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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