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어려우면 응시율 높아진다?’…수능최저 등 변수 다양

수능최저를 기준으로 논술 응시율의 향방이 엇갈린 가운데 여러 분석이 나온다. 정시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진=한양대 제공)
수능최저를 기준으로 논술 응시율의 향방이 엇갈린 가운데 여러 분석이 나온다. 정시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기회가 더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사진=한양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주요 대학별고사인 논술고사 응시율이 상당수 대학에서 전년 대비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응시율 현황을 전면 공개한 대학 외에도 응시율이 낮아졌다는 대학이 많은 상황이다. 본래 수능이 어려우면 대학별고사 응시 인원은 증가한다는 것이 통설이지만, 수능최저를 충족할 수 있는 수능 상위등급 인원이 줄어들면서 응시율이 예년보다 낮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응시율 하락 현상을 두고 판단은 엇갈린다. 대학별고사에 응시하지 못한 인원들이 정시로 이동하며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의견이 있는가 하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인원들이 늘어난 탓에 대학들이 정해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해 ‘수시이월’이 대량 발생, 오히려 정시에서의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반면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인원들은 정시에서의 경쟁력이 없기에 상위권 입시 경쟁이 두드러지게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는 반박도 존재한다. 

■낮아진 논술 응시율…수능최저 ‘변수’ = 수능 이후 실시된 논술고사가 모두 끝난 시점, 대학가 반응을 취합한 결과 올해 논술고사 ‘흥행’은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대학들의 전언이다. 

올해 논술고사 응시율을 공식 발표한 대학은 경북대·동국대·이화여대·한양대의 4개교. 이 중 논술고사 응시율이 높아진 대학은 한양대뿐이다. 한양대 논술 응시율은 지난해 81.1%에서 올해 81.8%로 ‘소폭’이나마 올랐다. 

나머지 대학은 모두 응시율이 낮아졌다. 경북대는 44.3%에서 42.9%가 됐고, 동국대는 44.7%에서 39.2%로 응시율이 떨어졌다. 이화여대도 63.7%에서 49.3%로 지난해와 비교하면 차이가 컸다. 

수능이 어려울 때면 대학별고사 응시율은 높아진다는 게 정설이다. 수능을 잘 못 본 학생들이 대거 발생, 수시 합격의 마지막 동아줄인 대학별고사에 대거 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점에서다. 

올해 이처럼 논술고사 응시율이 반대 방향으로 내달린 것은 ‘수능최저’가 변수로 작용해 발생한 일로 보인다. 수능최저를 적용하는 대학들을 중심으로 응시율 하락 기조가 엿보인다는 점에서다. 공교롭게도 응시율을 공개한 4개 대학 가운데 수능최저를 적용하지 않는 한양대만 응시율이 오른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응시율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수험생 선호도나 인식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식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이다. 예년과 비슷한 수능최저를 유지한 대학들은 응시율이 하락했다는 반응이다. 서울권 A대학은 인문계열과 자연계열에서 모두 3%p가량 응시율이 낮아졌고, B대학도 계열과 관계없이 응시율이 낮아졌다. 올해 인문계열 수능최저를 그대로 유지하고 자연계열 기준은 낮춘 C대학의 사례를 보면 보다 명확하게 나타난다. C대학의 논술 응시율은 인문계열 하락, 자연계열 상승으로 수능최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대비 수능최저를 전반적으로 완화한 D대학은 응시율이 다소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9 정시 전망은?…평가 엇갈려 = 낮아진 대학별고사 응시율을 두고 평가는 엇갈린다. 정시 경쟁이 한층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정시 입학의 문이 넓어지는 ‘기회’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경쟁 격화·완화 등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정시 경쟁이 심해질 것이란 주장은 대학별고사에 나타나지 않은 ‘결시’ 인원들이 정시로 이동한다는 데서 시작된다. 대학별고사를 포기하고 정시에 뛰어드는 인원들이 늘어나면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도 있다. ‘결시’ 인원 대부분은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이기에 정시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수시 수능최저는 정시 합격선에 비해 낮게 설정돼 있다. 수능최저 충족조차 어려운 인원들은 상위권 정시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실제 논술 수능최저는 결코 높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3개 영역 1등급이나 4개 영역 등급합 5이내 등을 요구하는 의대 등 의학계열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학에서 논술 수능최저는 2등급 이내 선에서 설정된다. 서울 상위권 대학들조차도 3개 영역 등급합 6이내나 2개 영역 등급합 4이내 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능최저를 두고 있다. 이 정도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인원들은 정시에서 상위권 대학에 지원하기 쉽지 않다. 

여타 전망 가운데 정시 입학의 문이 넓어질 것이란 예상은 ‘수시이월’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대학별고사 응시율이 줄어들었기에 정해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로 인해 수시이월이 대량 발생, 정시 모집인원이 예상보다 많아질 것이란 의미다. 

다만, 논술 응시율과 수시이월 대량 발생 간 연관관계는 적어 보인다. 논술 응시자가 줄어든다 하더라도 정해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응시율이 낮은 경우는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올해 논술선발을 실시하는 한 대학 입학 관계자는 “논술전형은 여타 전형에 비해 추가합격이 상당히 적은 전형이다. 수능최저를 충족한 인원이 적다거나 결시자가 많다고 해서 정해진 인원을 선발하지 못할 정도의 열악한 환경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물론 논술이 아니라 대학별고사 전반으로 눈을 돌리면 얘기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에서 상위등급이 줄어든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흔히 수능최저로 쓰이는 2등급 이내를 기준으로 볼 때 지난해 대비 국어영역은 4977명, 수학(가)는 6032명, 수학(나)는 1만724명의 인원이 줄어든 상황이다. 지난해 10.02%에서 올해 5.3%로 사실상 1등급 비율이 ‘반타작’난 영어도 2등급 이내 인원이 15만6739명에서 10만3507명으로 5만3232명이 줄었다. 

이처럼 상위등급이 줄어들면서 수능최저 충족자 감소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들은 있다. 3개 영역 2등급 이내를 수능최저로 둔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전형, 인문계열은 4개 영역 등급합 6이내, 자연계열은 4개 영역 등급합 7이내를 둔 고려대 일반전형, 영어 2등급을 별도의 최저 조건으로 내건 연세대와 성균관대 논술전형, 3개영역 등급합 5이내의 조건을 둔 중앙대 학생부교과전형 등에서는 수시이월이 상당히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오종운 종로학원하늘교육 평가이사는 “올해 수능에서는 상위 등급을 받은 인원이 대폭 감소했다. 절대평가로 시행하는 영어영역이 전년보다 어렵게 출제되면서 3등급 이내 인원이 9만여 명 감소하는 등 상위등급 전반이 감소한 영향 때문”이라며 “상위 등급을 요구하는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전년보다 크게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전형에서는 교과 내신 합격선이 하락하거나 수시이월이 상당수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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