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최저 적용' 지균 원인…144명 '선발 못해'
합격생 배출 고교 849개 '역대 최다'
8개학교 '원년' 맞은 영재학교…10% 넘기며 '선전'

'역대급 불수능'으로 인해 서울대 수시모집에도 '구멍'이 뚫렸다. 계획한 인원보다 139명 적은  2523명의 인원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지균에서 무려 144명의 결원이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높아진 수능 난도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서울대 제공)
'역대급 불수능'으로 인해 서울대 수시모집에도 '구멍'이 뚫렸다. 계획한 인원보다 139명 적은 2523명의 인원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지균에서 무려 144명의 결원이 발생했다는 점을 볼 때 높아진 수능 난도로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서울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서울대 수시모집에서는 ‘역대급 불수능’으로 인해 가장 큰 ‘구멍’이 뚫렸다. 지역균형선발전형(이하 지균)에서 144명의 미선발 인원이 나오면서 전체 139명의 인원을 선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 본래 서울대가 선발하려던 인원은 2662명이지만, 실제로 선발된 인원은 2523명이었다. 지균에서 나온 144명, 전체 현황에서 나온 139명이라는 미선발 규모는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을 수시에 전면 도입한 2014학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수능 난도가 치솟으며 상위등급이 대거 감소, 2등급 3개인 지균 수능최저를 충족하지 못한 인원이 대량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도’ 통계 자료 발표…합격생 배출 고교 ‘역대 최다’ = 서울대는 13일 2019학년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를 발표하며 ‘수시모집 선발 결과’를 함께 발표했다. 서울대가 발표한 ‘선발 결과’는 올해 수시모집에서 선발한 2523명의 합격자를 △고교유형 △지역 △성별 등의 기준으로 구분한 통계 자료다. 서울대는 매년 수시 최초 합격자를 발표하는 시기에 맞춰 합격자 통계 자료를 발표해 오고 있다.

집계 결과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합격생을 한 명이라도 배출한 고교가 늘어났다는 점. 올해 서울대 지원자를 1명 이상 보유한 전국 1726개 고교 가운데 849개교가 합격자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서울대 수시가 학생부종합전형 체제가 된 2014학년 이래 ‘최다’ 수치다. 

합격자 배출 고교 수에 눈길이 쏠리기 쉽지만, 지원자가 나온 고교가 늘어났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만큼 서울대 입시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 올해 수시에서 기록된 지원자 1명 이상 1726개교라는 수치는 합격자와 마찬가지로 학생부종합전형 도입 이래 가장 많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문턱’이 낮아지며 오랜만에 서울대 합격자 배출이라는 ‘기쁨’을 맛보게 된 고교들이 많았다. 최근 3년간 없었던 합격소식을 듣게 된 일반고는 전국 95개교에 달했다. 특히, 경북 의성군의 의성여고, 전남 구례군의 구례고, 충남 태안군의 태안고와 태안여고는 군 지역 전체를 놓고 보더라도 3년간 합격자가 나오지 않았던 곳이다. 

이번에 발표된 수시 합격자들의 등록기간은 17일부터 19일 오후 4시까지다. 해당 기간 동안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 인원이 발생할 경우 21일에 전형별로 충원합격자가 발표될 예정이다.

■‘불수능’에 지균 탈락 ‘우수수’…‘역대 최다’ 144명 미선발 = 올해 서울대가 수시에서 계획한 모집인원은 일반전형 1742명과 지균 756명, 여기에 정원 외 전형인 기회균형선발전형Ⅰ(이하 기균) 164명까지 총 2662명이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서울대가 실제 선발한 인원은 2523명으로 계획보다 139명이 적었다. 기균은 계획한 인원을 모두 채웠고, 일반전형은 계획보다 5명 많은 1747명을 선발했지만, 지균에서 ‘구멍’이 났다. 756명을 선발할 계획이었지만, 실제 선발인원은 612명에 그쳐 144명의 미선발 인원이 발생했다.

지균에서 ‘구멍’이 난 것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균은 매년 계획한 인원을 채우지 못하는 전형이다. 서울대가 학생부종합전형 체제로 완전히 전환한 2014학년에 80명의 미선발 인원이 나온 것을 시작으로 많게는 130여 명, 적게는 80여 명을 선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균에서 매년 미선발 사례가 나오는 것은 ‘수능최저학력기준(수능최저)’을 통해 학업역량을 검증하는 구조에서 비롯된 일이다. 서울대는 지균 수험생들에게 3개 영역 2등급으로 대학 선호도 대비 비교적 낮은 수능최저를 적용하고 있지만, 수능최저를 채우지 못하는 인원들이 항상 나와 계획한 인원을 선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지균에서 나온 144명의 결원은 2014학년 이래 최다 인원. 유난히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수능 난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상위등급을 받은 인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지균 수능최저를 충족하는 인원도 줄어들었다고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영역별로 보면 지균 수험생들의 ‘고난’을 짐작할 수 있다. 높은 수능 난도로 인해 영어영역 1등급 인원은 10.02%에서 5.3%로 지난해 대비 거의 ‘반토막’ 났고, 2등급 이내 인원도 지난해 대비 5만3232명이 줄었다. 국어·수학에서도 2등급 이내 인원이 국어 4977명, 수학(가) 6032명, 수학(나) 1만724명 줄어들었기에 지균의 ‘구멍’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줄어든 서울권 합격자…광역시 ‘두각’ = 지역별 현황을 보면 서울권 수험생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2552명의 합격자 중 35.2%인 898명이 서울권 수험생들로 채워졌지만, 올해는 2503명 중 840명으로 33.6%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서울 출신 합격자가 줄어든 것이 ‘시골’ 학교의 선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정작 두각을 나타낸 것은 광역시 출신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584명으로 22.9%에 그쳤던 광역시 출신 합격자는 올해 631명으로 늘어나며 25.2%로 비중이 커졌다. 

이외 시군 지역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는 편이었다. 군 출신 합격자는 127명으로 지난해 대비 3명 줄었지만, 전체 선발인원과 대비해 보면 5.1%로 비중 차이가 없다시피 했다. 시 지역 합격자도 905명(36.2%)으로 지난해 940명(36.8%) 대비 소폭 줄어든 수준에 불과했다.

■‘완전체’ 영재학교 10% 넘겨…일반고 출신 ‘소폭 감소’ = 올해 고교유형별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영재학교의 ‘선전’이다. 6개 과학영재학교, 2개 과학예술영재학교로 총 8개교 체제인 영재학교는 올해 276명의 합격생을 배출, 10.9% 비중을 보이며 처음으로 10%를 넘겼다. 

이처럼 영재학교가 선전한 것은 학교 수 변화에서 비롯된 일로 봐야 한다. 2016년 개교한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가 처음 대입실적을 내는 것이 올해이기 때문이다. 현재 영재학교는 고입에서 사실상 ‘특차’의 지위를 누리고 있어 우수자원 확보가 쉽다. 단 1개 학교만 늘어나더라도 합격자 수가 대폭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지기 쉬운 셈이다.

영재학교가 몸집을 키운 탓에 대부분의 고교유형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는 물론이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예술고·체육고(예고·체고) 등 대부분의 고교유형은 올해 서울대 합격자 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일반고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298명의 합격자를 배출, 전체 합격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0.5% 비중을 보인 일반고는 올해 1244명의 합격자를 내며 49.3%로 1.2%p 비중이 낮아졌다. 다른 고교유형과 마찬가지로 영재학교가 늘어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결과물로 보인다. 

반면 자율형 공립고(자공고)는 예년 대비 선전하는 모습으로 눈길을 끈다. 지난해 81명(3.1%)에서 99명(3.9%)으로 합격자가 소폭이나마 늘어났다. 지난해 유독 적은 2명의 최초합격자가 나왔다가 예년 수준인 7명의 합격자를 낸 검정고시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합격자 증가폭을 보인 몇 안 되는 고교유형이다. 

자공고 합격자가 늘어난 것은 서울권 자공고들의 ‘정상운영’이 시작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공고와 자사고는 대입정보공시 등에서 ‘자율고’로 한데 묶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공고는 취약지역에 주로 분포한 ‘사실상의 일반고’지만, 마치 자사고처럼 대우를 받아왔다. ‘자율’이란 이름만 주어졌을 뿐 서울의 경우 일반고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았던 곳이 자공고다. 서울권 자공고들이 지난해 초 교육청에 항의하면서 일반고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뤄지게 됐고, 그 결과 올해 대입에서 예년보다는 좋은 성과를 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자공고와 더불어 과학고(과고)도 지난해 대비 합격자 비중이 늘어난 고교유형이다. 큰 폭은 아니지만, 지난해 146명에서 163명으로 합격자가 늘며 비중도 5.7%에서 6.5%로 커졌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부분은 2014학년 이래 처음으로 지균에서 특성화고 출신 합격자가 나왔다는 점이다. 고교별 2명까지 추천 가능한 지균은 실제 고교유형에 대해 아무런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일반고·자공고나 자사고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며 여타 고교유형 합격자가 한동안 나오지 못했다. 지난해 처음 예고·체고에서 9명의 합격자가 나온 데 이어 올해 예고·체고 4명, 특성화고 1명의 합격자가 나온 것은 일반고가 아니더라도 지균 지원을 검토하는 사례들이 늘어날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 같은 ‘고교유형별 현황’은 서울대 통계자료가 발표되면 가장 관심을 모으는 지표 중 하나다. 학생부종합전형 100% 체제로 수시모집을 실시하는 서울대의 ‘정책’에 대해 여러 말을 얹기 좋다는 점에서다. 국정감사 등에서도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대가 일반고를 배려했다느니, 가혹하게 대한다느니 하는 말들이 나오곤 한다. 

하지만 고교유형별 합격현황이나 비율 변화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특정 고교유형이 늘어나고 줄어드는 것은 그 해 수능 난도, 고교 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일이다. 수능이 어렵게 출제돼 수능최저 충족자가 줄어드는 현상 등은 서울대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일반고 비율만 놓고 대학 입학정책의 ‘배려’를 운운하거나 ‘개선’을 얘기하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고 봐야 한다.

같은 의미에서 ‘성별’ 현황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서울대가 통제 불가능한 현황이라는 점에서다. 남학생 진학률이 높은 자연계열 모집규모가 더 크기 때문에 항상 ‘남학생 강세’가 이어진다는 사실은 매년 변하지 않는 부분이다. 올해 남학생 합격자는 1393명으로 지난해보다 6명이 줄었지만, 전체 합격자가 49명 줄어들면서 도리어 비중은 54.4%에서 55.2%로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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