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실시된 2019학년 수능은 엄밀히 따졌을 때 ‘실패작’이다. 변별력 확보 측면에서 보면 ‘불수능’이 무조건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지만, 올해 수능은 논란을 일으킬 만한 높은 난도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교사들조차 버거워하는 ‘킬러문제’를 통해 최상위권 변별력만 일부 확보했을 뿐이다. 

수학의 경우 고작 표점 3점 구간에 2등급 전체가 몰려 있다. 동점자가 대량 양산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변별력을 위해 어렵게 출제했지만, 정작 대입에서는 변별력이 크지 않은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사탐은 또 어떤가. 한 문제만 틀려도 백분위가 크게 내려앉는 과목이 부지기수다. 백분위를 반영하는 대학은 물론이고, 변환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도 ‘실수’를 저지른 수험생을 구제해줄 방법이 없다. ‘실수’도 실력이라지만 이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과목 선택을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유불리가 엇갈리는 문제는 선택형 수능이 떠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이다.

채점결과가 발표되고 정시모집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수능에 대한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변별력 확보 목적으로 낸 ‘킬러문제’를 놓고 시민단체가 주축이 돼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이번 소송은 수능 문제가 고교 교육과정을 위반했다는 것을 이유로 한다. 공교육정상화법에 따라 대학별 고사의 교육과정 위반 여부를 판정하는 정부가 정작 수능의 교육과정 위반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은 뼈아프다. 

이쯤 되면 ‘줄세우기’ 시험이 내세울 수 있는 최대 장점인 ‘공정성’을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과목 선택에 따른 ‘복불복’, 푸는 게 아니라 찍어서 맞히는 문제 등이 과연 학업역량을 면밀히 측정하는 도구라고 누가 얘기할 수 있을까. 

물론 이 같은 문제들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난이도가 쉬우면 쉬운 대로,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변별력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는 항상 있었다. 난이도 조절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수능 자체에 대한 근본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올해 8월 ‘국민들의 염원’이라며 2022학년 대입에서는 수능위주전형이 30% 이상이 될 수 있도록 대학들에 권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능이 실시되면 어느 대학이 이를 달가워할까. 수능성적이 높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정말 괜찮은 인재를 뽑은 것이라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대학이 있기는 할까. 정부가 지금처럼 ‘재정’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안일한 생각을 이어나가서는 수능전형 확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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