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횡령 등 혐의로 고발…14일 이사회에서 수용여부 결정
의혹 산 美기관도 ‘아니다’ 해명…과학계, “정치적 숙청” 비판 쇄도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을 ‘연구비 비리’ 의혹으로 직무정지 처분한 가운데 신총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과학계 안팎이 시끄럽다. 오늘 카이스트는 이사회를 열고 신총장의 거취를 결정한다. 만약 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결정이 나오면 카이스트 개교 47년 만에 초유의 일이다

■ ‘연구비 횡령’ 혐의 신 총장…“적법절차 진행” 반박= 카이스트 이사회 안건으로 ‘신성철 총장의 직무정지’가 상정된 것은 과기정통부가 신 총장의 비위 의혹을 제기하며 학교에 직무정지를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과기정통부가 검찰에 고발한 사안은 두 가지다. 신 총장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총장 재직 시절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와 공동 연구 계약을 맺으면서 LBNL에 주지 않아도 될 연구장비 사용료를 지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LBNL에 준 연구비 중 일부가 당시 LBNL 연구원으로 있던 신 총장 제자 인건비로 쓰였으며, 이 제자를 DGIST 겸직 교수로 채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신 총장은 “연구 장비에 대한 독자적 사용권한 확보를 위해 LBNL의 요청에 따라 부담한 비용”이라고 반박했다. LBNL도 “계약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는 이메일을 과기정통부에 보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해당 장비는 사전 승인을 통해 무상으로 쓸 수 있는데도 2013년부터 올해까지 9회에 걸쳐 20억원을 부당 집행했고, 일부가 제자의 인건비로 사용된 만큼 업무상 횡령과 배임에 해당한다”며 “LBNL이 보내온 메일은 검토 중”이는 입장이다.

■ 대학·학계 “정치적 결정” 반발…14일 이사회서 최종 결정 = 신 총장 직무정지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카이스트 교수들을 포함한 과학기술계 인사들은 신 총장 직무정지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 운동에 동참했다.

카이스트 교수 205명을 포함한 과학기술인 665명은 “과기정통부가 제대로 된 조사와 본인의 소명 절차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며 신 총장의 직무정지 반대 성명을 냈다.

신 총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장충초 동문으로 영남대 이사를 지냈다는 점을 두고 ‘정치적 숙청’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원장 등 전 정권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이 잇달아 중도 퇴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도 13일 신 총장 관련 의혹과 그에 대한 한국 과학계의 반응, LBNL 측의 입장을 보도했다. 네이처는 ‘한국 과학자들이 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혐의를 받는 대학 총장에 대한 처분에 항의’라는 기사에서 “많은 과학자들이 이번 수사를 전 정부에서 임명한 신 총장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의도로 보고 있다”며 “이들은 신 총장의 직무를 정지시키려는 요청이 충분한 증거 없이 이뤄진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도 이날 신성철 총장 직무정지 결정을 앞두고 신중한 절차와 충분한 소명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신 총장의 직무정지 여부는 14일 열리는 카이스트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신 총장을 포함해 1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참석한 10명의 이사 가운데 신 총장을 제외한 9명 중 과반 이상이 찬성하면 신성철 총장의 직무는 바로 정지된다. 총장의 직위는 유지되지만 더이상 총장으로서 업무는 수행할 수 없다. 또한 과기정통부가 신 총장을 검찰에 고발해놓은 상태기 때문에 신 총장은 검찰조사까지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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