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간소화, 진로선택 절대평가, 관리 강화 등
과도한 제한사항 '우려'…학생부 하향평준화, 학종 평가요소 대폭 감소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수상경력은 학기당 1회, 자율동아리는 연 1회 등 기재 횟수가 대폭 준다. 방과후학교나 소논문 등은 기재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사진=중앙대 제공)
교육부가 발표한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에 따르면 내년부터 수상경력은 학기당 1회, 자율동아리는 연 1회 등 기재 횟수가 대폭 준다. 방과후학교나 소논문 등은 기재 대상에서 아예 빠졌다. (사진=중앙대 제공)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내년 고1부터 학생부에 기재 가능한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로 제한된다. 자율동아리는 한 학년에 1개만 기재할 수 있다. 방과후학교와 소논문 등은 학생부에 더 이상 기재할 수 없다. 진로선택과목은 고교학점제를 염두에 두고 석차등급·표준편차를 산출하지 않는 ‘절대평가’ 체제로 운영한다. ‘셀프 학생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3회 이상 교차점검이 의무화된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을 17일 발표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8월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의 내용들을 토대로 한다. 교육부가 같은 날 공개한 ‘교육청 감사결과’를 반영한 ‘학생부 신뢰성·투명성 향상 방안’도 포함됐다. 이번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거쳐 내년 1월 최종 확정된다.

개편안을 통해 이미 알려진 내용들이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학생부 기재사항을 대폭 줄이면서 ‘하향 평준화’와 ‘학생부종합전형 평가 약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일반고에서 여타 고교유형과의 교육 프로그램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과후학교 기재를 막은 점이나 교내상·자율동아리를 과도하게 제한한 점 등이 특히 문제로 지적된다.

■학생부 작성·관리 지침 일부개정안 행정예고 = 교육부는 17일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 지침’ 일부개정안을 행정 예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지난 8월 발표한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방안’과 ‘2022학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에 포함된 개선사항들을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교육부는 시·도 교육청 감사결과를 분석해 학생평가와 학생부 신뢰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방안도 개정안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예고된 개정안은 내년 1월8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후 확정된다. 당장 내년 3월부터 전국 초·중·고에 적용될 예정이다. 박백범 교육부 차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단위학교의 학생평가와 학생부 공정성이 강화돼 공교육이 신뢰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며 “향후 개정안이 현장에 안착될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함께 단위학교와 교사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부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학생부 간소화 △진로선택과목 절대평가 △학생평가·학생부 관리 강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학생부 간소화에 관한 내용이 가장 많다. 이번 제고방안의 주요 골자가 학생부 기재수준 격차를 줄이고,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이유로 ‘제한사항’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학생부 간소화’ 제한사항 대폭 확대 = 개정안 내용 중 학생부 간소화 조치는 다시 △학부모 정보 삭제 △진로희망사항 삭제 △수상경력 개수 제한 △자율동아리 개수 제한 △봉사활동 특기사항 미기재 △방과후학교 미기재 △소논문 미기재 △정규교육과정 활동 중심 기록 △기재격차 완화와 책무성 제고 등으로 구분된다. 

교육부는 학생부 간소화 조치의 근간인 ‘학생부 신뢰도 제고방안’은 “정책 숙려제를 통해 국민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것”이라며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 유발 요소를 정비하고 정규교육과정 중심으로 학생부를 간소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소화 조치의 일환인 ‘부모정보 삭제’는 학생부 ‘인적사항’ 항목에 들어있던 부모의 성명과 생년월일 학부모 정보를 없애는 조치다. 기존 인적사항 항목과 학적사항을 인적·학적사항으로 통합하며 해당 내용을 뺐다. 공론화 과정에서 굳이 학생부에 학부모 정보를 담을 필요가 없다는 건의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진로희망사항’도 사라진다. 초·중·고 학생 모두 재학 과정에서 얼마든지 진로가 바뀔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기존 진로희망사항은 △특기 또는 흥미 △학생 진로희망 △학부모 진로희망의 3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 중 학생의 진로희망 분야는 창의적체험활동(진로활동) 특기사항에 기재토록 했다. 단, 대입과정에서 이를 반영하지 않도록 상급학교에는 제공하지 않는다.

‘수상경력 개수 제한’은 그간 별다른 제한이 없던 수상경력을 학기당 1개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간 국정감사 등에서 학교 간 편차 문제로 말 많던 ‘교내상’ 문제를 정면 겨냥한 조치로 볼 수 있다. ‘자율동아리 개수 제한’도 수상경력과 같은 맥락이다. 학교마다 개설 여건이 다른 자율동아리 관련 문제를 없애겠다며, 학년당 1개만 학생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논문 미기재’도 지적사항을 반영했다는 점에서는 수상경력·자율동아리 등과 그 배경이 별반 다르지 않다. 학부모 직업에 따라 좌우되기 쉽고, 학원 ‘대필’ 등이 성행, 학생의 학업역량 측정에 적합하지 않고, 사교육과 경쟁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앞으로 학생부 기재를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봉사활동은 앞으로 활동실적만 기록한다. 특기사항은 기재하지 않도록 지침을 바꿨다. 방과후학교 참여 내용도 학생부 기재 대상에서 빠진다. 방과후학교 스포츠클럽이나 학교 교육계획에 포함된 청소년단체는 클럽명과 단체명만 기록하도록 했다. 단, 교육과정에 편성된 청소년단체 활동은 단체명과 활동내용을 모두 기재할 수 있다.

학교 간 나타나는 학생부 기재 수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서술식 기재영역 분량 축소 △교원연수 강화 △기재도움자료 확대 보급 등의 조치가 시행될 예정이다. 단위학교와 시도교육청의 학생부 점검계획 수립·시행 의무화 방안도 병행된다.

교사 업무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창의적 체험활동상황(창체)’과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행특)’의 누가기록 방법은 시·도 자율로 결정토록 할 예정이다. 이번 제고방안의 목적 가운데 ‘교사 부담 완화’가 있다는 점을 보면 누가기록 분량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이외에도 일부 학생부 항목을 정돈했다. 부정적 어감이 짙던 ‘무단’ 등의 용어는 ‘미인정’ 등으로 순화하며, 현 학생부Ⅰ과 학생부Ⅱ의 보존기간은 모두 ‘준영구’로 통일할 예정이다. 

■대입제도 개편방안, 고교교육 혁신방향 반영 = 이번 일부 개정안을 통해 변경되는 내용 가운데 또 다른 중심축은 대입제도 개편방안과 고교교육 혁신방향을 반영한 부분이다. 교육부는 이번 개정안에 “지난 8월 발표한 개편방안과 혁신방향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현장 안착을 위한 방안도 포함했다”고 했다.

대입제도 개편방안에 따라 고교 3년 동안 3개 과목 이상을 이수하도록 돼 있는 진로선택과목에서는 당장 내년 1학년부터 석차등급과 표준편차를 산출하지 않기로 했다. 성취도별 분포비율만 산출·기재한다. 사실상 ‘절대평가’로 평가체제를 바꾼 것이다. 학기당 1단위로 이수단위가 작은 실험 중심 과목인 ‘과학탐구실험’도 석차등급을 산출하지 않을 예정이다.

진로선택과목에서 석차등급 등을 산출하지 않도록 한 조치는 정부 공약사항 중 하나인 ‘고교 학점제’와도 맞물려 있는 조치다. 현 상대평가 체제로 성적을 매기는 경우 학생들의 자유로운 과목선택이 방해된다는 생각에서 진로선택과목의 석차등급 등을 산출하지 않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성적 부담없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른 과목을 선택 이수할 수 있게 된 것”이라며 “2022년부터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셀프 학생부’ 근절될까…학생평가·학생부 관리 강화 = 이번 방안에는 학생평가와 학생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육부는 “교육의 공정성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라며 “초·중·고 감사결과 공개와 연계(한 것)”이라고 배경을 밝혔다. 

학생평가 강화를 위해서는 자녀와 같은 학교에 재직 중인 교원의 평가업무 배제 조항과 부정행위 처리 절차와 기준 마련을 위한 조항 등을 신설한다. 지필·수행평가의 이의신청 절차를 마련하고 답안지 보관기간은 5년으로 늘린다. 평가 공정성 제고를 위해 학교에 설치된 ‘학업성적관리위원회’ 관련 규정은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으로 상향 조정했다.

평가 관련 비위 발생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평가단계별 보안점검을 정례화한다. 출제·인쇄·시행·채점의 각 단계마다 보안 점검이 이뤄질 예정이다. 

학생이 기재 내용을 제출하는 ‘셀프 학생부’ 근절을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학생부 마감 전에는 3회 이상 교차점검 여부를 확인하며, 해외 활동내용,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암시 내용 등 학생부에 기재할 수 없는 기재금지 사항 기재도 엄격히 점검한다. 현재 학원가 등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학생부 컨설팅’이 줄어들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무엇으로 평가하나’ 과도한 제한 향한 ‘우려 여전’ = 공론화 과정을 거쳐 확정된 제고방안이지만 우려는 남아있다. 제한 사항들로 점철된 조치라는 점 때문이다. 학생부를 ‘하향 평준화’ 시키며, 정성평가를 기반으로 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평가 요소를 대폭 줄였다는 비판은 여전히 유효하다.

물론 모든 조치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17일 교육부가 공개한 ‘학생평가·학생부 관련 중대비위 현황’을 보면 최근 4년간 발생한 시험지 유출 현황은 13건이나 됐다. 교사·학생·행정직원 등 비위 행위자들의 면모도 다양했다. 

일부 학교에서 발생한 일이긴 하지만, 학생부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보관기간을 늘리고 보안절차를 확대한 것, 상피제 등을 명확히 한 것 등은 합당한 조치로 보여진다. 부정적 학적용어를 정비하고, 교원연수를 강화하는 등의 조치들도 의미가 있다. 학부모 정보나 진로희망사항을 없앤 것도 바뀐 대입 평가체제에 발맞춘 조치로 볼 수 있다.

문제는 기재수준의 격차를 좁히는 과정에서 과도한 제한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수상경력이나 동아리활동을 극히 일부만 기재할 수 있도록 하고, 방과후활동의 내용도 기재 대상에서 뺀 것은 대입의 관점에서 보면 평가요소가 대폭 줄어드는 것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보고 평가하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공론화 과정을 거쳤다지만, 이번 제고방안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근거도 미약하다. 수상경력의 경우 국정감사 등에서 많게는 100여 개 이상의 상을 받은 사례 등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정작 서울대 수시 합격자를 낸 고교 교내대회를 전수조사한 결과 상 개수와 합격 간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같이 개수 제한으로 묶인 자율동아리도 마찬가지다.

소논문도 ‘대필’ 등을 이유로 기재 금지 조치를 당했지만, 정작 대입에서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인 진동섭 한국진로진학정보원 이사는 “대학에서 소논문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다. 한 고교 교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이 탐구활동인데 보고서는 쓰지 말라는 얘기”냐며 반문을 남기기도 했다. 

‘덮어놓고 제한’하는 조치들은 또 다른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당장 ‘소논문’을 기재 금지하자 학원가에서는 ‘탐구 보고서’ ‘보고서’ 등의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란 단어를 막더라도 “조사하고 발표·정리함” 등의 대체어를 통해 우회 기재하는 것까지 제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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