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형료 인하 여파 이어져…재정여건 ‘무시 못해’
점수상담 불가능한 최상위대학 ‘속사정’…‘해결 요원’

정시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아쉬움도 일부 남긴 모양새다. 최상위대학이 대거 불참했다는 점 때문이다. 전형료 인하 여파로 재정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점수상담이 불가능하다는 속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정시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지만, 아쉬움도 일부 남긴 모양새다. 최상위대학이 대거 불참했다는 점 때문이다. 전형료 인하 여파로 재정문제가 여전한 가운데 점수상담이 불가능하다는 속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올해 ‘2019학년도 정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이하 정시박람회)’는 아쉬움을 일부 남겼다. 본래 정시박람회에 불참해 온 서울대 서강대를 비롯해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까지 수험생 선호도가 높은 최상위 대학이 ‘대거 불참’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갑작스레 이뤄진 전형료 인하 여파가 올해까지 이어지며 대학들의 재정여건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공식 점수상담이 어려운 대학들의 ‘속사정’까지 더해진 모양새다. 

■최상위대학 대거 불참…‘SKY+서성’ = 이번 정시박람회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상위대학이 대거 불참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는 물론이고 서강대와 성균관대도 올해 정시박람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이들 대학 가운데 서강대·서울대·연세대가 불참한 것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이들 대학은 본래 수시박람회에만 참가했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16학년 한 차례 참가한 것을 제외하면 2010학년 이래 정시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2014학년부터 2016학년까지 3회 연속 참가했던 연세대는 2017학년, 2014학년과 2015학년 두 차례 참가한 서강대는 2016학년부터 정시박람회에 나오지 않고 있다.

문제는 고려대와 성균관대다. 이들 대학은 그간 정시박람회에 지속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었기 때문이다. 두 대학은 2014학년부터 2017학년까지 꾸준히 정시박람회에 참가했다. 갑작스레 태도를 바꿔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정시박람회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정시박람회를 ‘보이콧’한 것은 고려대와 성균관대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그간 꾸준히 모습을 드러냈던 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도 지난해 박람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 대학이 지난해 단체로 정시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은 것은 지난해 8월 갑작스레 결정된 ‘전형료 인하 결정’과 관계가 깊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과도한 전형료 부담을 지적하자 국민권익위원회는 전형료 회계관리 투명성을 제고하라는 권고를 냈다. 이후 교육부는 같은 달 대학들에 ‘대입전형료 투명성 제고(인하) 추진계획’을 내려보내며 대학들을 압박했다. 전형료 인하실적을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의 평가지표로 반영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는 사실상의 ‘지시’나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전형별로 전형료 수입을 구분하라는 지시도 ‘독’이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대학들에 정시모집을 통해 받은 전형료는 정시에서만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가뜩이나 전형료를 인하해야 하는 판국에 지원자가 수시 대비 적어 수입이 많지 않은 정시 전형료만 박람회에 활용 가능해지자 서울권 주요대학들은 단체로 정시박람회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올해는 대학들의 판단이 엇갈렸다. 지난해 뜻을 하나로 모았던 대학들 가운데 중대·외대·한대가 올해 박람회에 참가한 것과 달리 고대·성대는 끝내 박람회에 불참했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선호도 높은 대학의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한 고교 진학부장은 “평소 접하기 힘든 대학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있는 장점 때문에 견학 형태로 매년 박람회를 찾고 있다. 학생들 관심이 높은 최상위대학의 불참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인기 많은 대학의 불참은 박람회 ‘흥행’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정시박람회의 장점은 어디까지나 한 자리에서 많은 대학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라는 점에서다. 올해 정시박람회 관람객이 3만3000여 명으로 지난해 6만3000여 명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은 좋지 못했던 날씨와 단체 관람 감소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최상위 대학의 박람회 불참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다만, 박람회를 주관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는 참가 여부를 대학들의 ‘자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박람회 참가 여부를 대학들에 ‘강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참가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행사를 주관하고 있지만 되도록 참가해달라는 독려 수준 이상의 요구를 대학들에게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왜 정시박람회 불참하나…상담불가·재정 문제 ‘발목’ = 최상위대학들이 박람회에 불참한 것은 여러 이유에서 기인한다. 다만, 그 중에서도 실질적인 점수상담이 불가능하다는 점, 재정여건에 문제가 있다는 점 등이 주된 원인으로 손꼽힌다.

특히, 점수상담이 불가능한 최상위 대학들의 ‘속사정’은 박람회 참가를 결정짓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서울대 입학본부 관계자는 “예전에 정시박람회에 참가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수험생·학부모들의 부정적인 반응만 확인할 수 있었다. 점수상담을 제공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몇 점이어야 입학 가능하다는 얘기를 입학본부가 공식적으로 하는 것은 너무 위험성이 크다. 대안으로 전공안내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점수상담을 바라고 온 수요자들은 만족하지 않았다. 이후 정시박람회는 참가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다른 최상위대학도 서울대와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황정원 연세대 입학팀장은 “결국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것은 ‘이 점수면 합격 가능한가’하는 부분이다. 매년 합격선이 동일하게 유지되지도 않을뿐더러 상담에 나서는 순간 왜곡현상이 나올 수 있다고 본다. 컷이 어느 수준이라고 말하는 순간 대규모 이동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현재 점수상담은 하지 않고 있다. 모집요강이나 자료집만 배포하러 갈 것도 아니고, 정시박람회에 참가할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심도 있는 점수상담이 어려운 여건을 지적하는 대학도 있다. 이관택 서강대 입학팀장은 “박람회는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린 곳이기에 심도 있는 상담을 제공할 수 없다. 박람회에 불참하는 대신 지난해에 했듯이 올해도 전화상담 서비스를 통해 내실 있는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했다.

재정문제가 ‘발목’을 붙잡는다고 털어놓는 대학도 존재했다. 올해 수시박람회와 정시박람회는 교육부 지원금이 나와 부스 대여료 절반이 지원되는 등 비용부담이 예년보다 줄었지만, 그럼에도 ‘긴축재정’을 고려하면 참가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는 게 대학들의 설명이다.

연세대 황 팀장은 “정시박람회에 드는 비용이 아주 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형료는 줄어드는 반면, 공교육정상화법 준수 위해 드는 비용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고교 교육과정을 준수하기 위해 출제·검토·평가 등에 더 많은 인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출제 전 미리 문제풀이 하는 재학생 수도 늘렸다. 서류평가전형이 확대되면서 늘어나는 인원들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우리대학은 국고도 받지 못하고 있다. 재정문제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공식적인 답변을 드리긴 어렵다”면서도 “전형료 이슈가 지속적이지 않은가. 여건이 여의치 않아 못 간 것으로 이해 바란다”고 했다.

점수상담이 어렵고, 재정문제가 발목을 잡는 배경을 볼 때 최상위대학들의 정시박람회 불참은 한동안 되풀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와 달리 올해 박람회 참가를 결정한 주요대학들은 이러한 문제들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새다. 한강호 중앙대 입학팀장은 “작년 정시박람회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갑작스레 전형료 인하가 결정돼 연초 잡아놓은 예산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전형료 인하에 맞춰 예산을 편성했기에 박람회에 참가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수험생 친화적인 정보제공에 무게를 두고, 정시박람회 참가 필요성을 느끼는 사례도 있었다. 국중대 한양대 입학팀장은 “현재 우리 대학은 성적결과를 기반으로 최대한 면밀히 분석해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에 지진으로 인한 수능연기 등 상담을 제공하기 어려운 여건이었기에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았다”며 “올해는 작년과 달리 여건이 나쁘지 않았다. 정시박람회를 통해 수험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상담서비스를 제공했다. 대학에 따라 지원자풀에 대한 생각이 다르겠지만, 우리 대학은 박람회에서 실제 정시에 지원할 만한 학생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고 했다.

■최상위대학 불참은 문제?…‘효용성 문제없다’ 반응도 = 최상위대학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정시박람회가 지닌 효용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있다. 수도권 학생들이 평소 접하기 힘든 지방 소재 대학들을 만나볼 수 있다는 장점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지방에 있는 대학들을 서울·수도권 학생들이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박람회의 장점”이라며 “일부 대학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박람회가 지닌 장점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어차피 점수상담을 제공하지 않던 대학들이기에 불참 여부가 박람회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 지방 소재 대학 입학관계자는 “이번에 불참한 대학들은 이전에 박람회에 참가했을 때도 점수상담을 제공하지 않았던 곳”이라며 “수험생 입장에서는 다소 아쉽게 느낄 수 있겠지만, 참가하더라도 제대로 된 상담을 받기 어려운 곳이었기에 의미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대학이 불참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다양한 대학들이 참여했기에 더 내실 있는 박람회가 꾸려졌다는 의견도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올해 참가대학은 확실히 작년보다 많다. 예년보다도 다소 많은 수준”이라며 “충실한 정보 교류가 이뤄지는 데 있어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도 갑작스레 불참대학이 속출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박람회는 ‘풍성’한 면모를 자랑했다. 2010학년 82개교에 불과했던 정시박람회 참가대학 수는 매년 확대되면서 2016학년 131개교까지 늘어났지만, 지난해 129개교로 한풀 꺾였던 상황. 올해는 지난해 불참했던 중대·외대·한대에 더해 창원대·한국교원대·호원대 등도 참가하면서 재작년보다 더 많은 138개 대학이 참가해 자리를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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