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훈 광주과학기술원(GIST) 기획처 선임행정원

유상훈 광주과학기술원 기획처 선임행정원
유상훈 광주과학기술원 기획처 선임행정원

대한민국의 성장에 있어 대학은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 선진국의 지식과 기술을 신속하게 수용·응용해 더 높은 가치로 확대·증폭시킴으로써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이끌었다. 오늘날 적지 않은 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각에서는 대학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지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감에 있어 풍부한 지적(知的) 자원을 축적하고 있는 대학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조직이론에서는 대학조직(학교조직)을 다양한 용어로 설명한다. 먼저 ‘조직화된 무질서 조직’ ‘느슨하게 결합된 조직’ 같은 개념이 눈에 띈다. 목표와 목표를 이루는 방법에 대한 기술이 명확하지 않고, 구성원들 간에 상호 관련성은 있으나 각자의 정체성, 자율성, 개별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뜻한다. 아울러 앨버트 허시먼의 이론을 빌리면, 대학은 구성원들의 이탈(exit), 충성(loyalty), 항의(voice)가 그 어떤 조직보다도 다양하고 역동적으로 이뤄지는 곳이기도 하다. 교수, 학생, 연구원, 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이 특정 상황이나 이해관계를 대함에 있어 드러내는 각양각색의 태도와 언행을 떠올려보라.

한편 대학조직은 엄격한 관료제 조직의 특성도 갖고 있다. 사원(대리, 담당)-팀장(과장)-처장(본부장)-부총장-총장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계층제(hierarchy) 구조에, 지고(至高)한 교훈과 미션·비전은 물론이고, ‘학칙’ 등 업무 처리의 근간이 되는 각종 규정과 지침도 수백 개에 이르며, 생산되는 문서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요컨대, 교원·학생·직원·연구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고유한 목적과 이해관계에 의해 행동하고 그것이 존중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철저한 질서 및 규칙에 의해 운영되는 측면도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러한 복잡한 특성을 간파하고 조정과 통합을 통해 구성원들 간의 유기적 협력을 이끌어 낼 총장의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카오스가 이어진다면, 또는 획일적 질서만이 지나치게 강조된다면 - 특히 무한경쟁의 환경에서는 - 대학의 생존과 발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총장에 대한 연구는 적어도 국내에서는 많지 않아 단행본 챕터 정도로 다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는 ‘개론(槪論)’ 수준이나마 첫걸음을 떼는 것이 어떨까 제안해 본다.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분, 총장이 되고자 하는 분, 총장을 보좌하는 분, 대학의 주요 보직을 맡고 있는 분, 고등교육을 전공하는 분, 교육행정을 전공하는 분, 그 밖에 대학행정에 관심이 많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서두에서는 왜 총장학이 필요한지 대학조직의 특성과 대학환경의 변화를 중심으로 다룬다. 다음으로는 총장의 개인적 자원과 제도적 자원에 대해 살핀 후, 교육·연구·성과확산·대외협력·사회공헌·국제화·행정·재정·공간활용 등 대학의 제 기능과 역할을 수행해 나감에 있어 어떻게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자원을 활용할 것인지, 권한은 어떻게 위임하며, 어떻게 최적의 의사결정을 할 것인지, 이사회·평의원회·노동조합·학생회·언론·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체·연구소·시민단체 등 대내외 주요 행위자들과의 소통과 관계맺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을 다룬다. 그리고 마무리로는 총장에 대한 평가와 환류 그리고 총장직의 미래를 언급하면 좋을 것 같다.

사실과 당위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적소에 국내외 우수 사례들을 배치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아야 함은 물론이다.

혹시 ‘총장학개론’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연락을 부탁드린다.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한국대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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