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애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윤지애 을지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영츠하이머’란, ‘젊은(Young)’과 ‘알츠하이머(Alzheimer)’가 만나 탄생한 신조어이다. 말 그대로 젊은 나이에 겪는 심각한 건망증을 뜻한다.

건망증은 뇌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다 과부하가 생긴 탓에 일시적으로 저장된 기억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문제가 생긴 경우를 일컫는다. 사실, 엄연히 이야기하면 질병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이 빠지고 근육이 점점 약화되는 것처럼, 건망증도 노화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20대에 이 같은 현상을 겪고 있다면, 어떤 이유 때문인지 정확히 진단해볼 필요가 있다.

▲ 스마트폰 때문일까?

젊은이들의 건망증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스마트폰’ 일지 모른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뇌를 대신해 ‘기억’이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매체다. 흔히 주변 사람들의 연락처나 생일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필요한 작은 기억도 메모기능이 대신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아주 간단한 계산까지도 스마트폰이 대신 해주고 있다. 이렇게 생활 전반적인 영역에서 디지털기기에 의존하게 되면서 두뇌가 둔화되는 상황까지 온 것인데, 의존도가 높은 젊은층에서는 증상이 더욱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윤지애 교수는 “인터넷 검색창을 띄우자마자 자신이 뭘 검색하려 했는지 생각이 안 난다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말을 하려고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것들도 건망증의 일부로 볼 수 있다”며 “스마트폰 과의존에 따른 기억력 감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사용빈도를 의식적으로 줄이고, 기억해둘 만한 일을 할 때는 그 일을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말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 우울증 때문인가?

직장이나 학교생활에서 겪는 우울감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건망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기억력이 저하되고 생활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며 무기력함까지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이 있을 경우 일시적으로 주의집중력과 기억력이 감소하는 것은 매우 흔한 일이다.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판단하는 사람의 뇌는 지속적으로 활성화 되지만, 우울증이 있을 경우, 사고의 흐름이 매우 느리고 단조로워지고, 정서적인 요인이 처리속도를 늦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인지기능을 효율적으로 발휘하지 못한다.

일 또는 공부의 효율이 떨어지고 집중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우울감과 무기력감 등의 정서적 요인이 관련되어 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 술 때문일지도?

음주 후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 ‘블랙아웃(Blackout)’은 지나친 음주로 인한 단기 기억상실을 뜻한다. 기억의 입력과 출력을 관장하는 해마는 과음 시 마비가 될 수 있는데, 이때 단기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이 저하돼 블랙아웃 현상이 발생한다.

특히 블랙아웃은 단시간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마셨을 때 대부분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혈중 알코올 농도 0.15% 정도부터 기억력 장애가 나타나는데, 심할 경우 술을 마시는 동안 일어났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전면 블랙아웃 증상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

블랙아웃은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 쉽지만, 젊은 나이에 자주 경험하면 훗날 건망증을 넘어 치매로 발전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윤지애 교수는 “흔히 술을 마시면 간 손상을 많이 걱정하지만 가장 먼저 타격받는 부위는 다름 아닌 뇌”라며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하고 뇌와 신경계에 필수 영양소인 비타민 B1의 흡수를 방해할 뿐만 아니라 뇌를 손상시켜 알코올성 치매의 위험을 높인다”고 경고한다. (자료=을지대학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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