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차관發 "정시 늘려라"…대입전형 시행계획 마감 앞두고 '돌출' 행동
1년 유예 끝 나온 2022학년 대입 개편안…수능·대입전형 전반
'역대급 불수능'에 평가원 공식 사과…과도한 수능 난도 원인

[한국대학신문 박대호 기자] 2019학년 입시가 진행된 2018년 대입界를 뜨겁게 달군 뉴스는 뭘까. 매년 시끌벅적한 대입이지만, 올해는 유독 대학가와 교육계를 뜨겁게 달군 뉴스가 많아 보인다. △교육부의 정시확대 돌출 발언 △마침내 발표된 2022학년 대입 개편안 △과도한 난도가 문제로 지적된 역대급 불수능 등이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사안이다.

■교육부 차관發 유례 없는 정시 확대 주문 = 올해 대입에서는 유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박춘란 전 교육부 차관이 대학들에 직접적으로 ‘정시 확대’를 주문하는 돌출행동에 나선 것이다. 올해 3월말 박 전 차관은 서울대·고려대 총장과 가진 면담 자리에서 정시를 늘려달라고 주문했으며, 경희대·이화여대·중앙대 총장에게는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요청했다.

교육부가 정시확대를 요구한 3월 말은 대학들이 2020학년 대입전형 시행계획(이하 전형계획)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제출해야 하는 때다. 이를 대교협이 심의해 4월 말까지 최종 전형계획을 발표하게 된다. 

갑작스런 요구에 대학들은 숨 가쁘게 대입전형 비율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울 9개 대학 입학처장협의회는 곧장 가진 회동을 통해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가닥을 잡고, 2020학년 전형계획 수정에 나섰다. 대교협은 전형계획 제출 마감기한을 보름가량 연기하며 정부 요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박 전 차관이 대학들에 요구한 정시 확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대학 관계자들의 증언도 엇갈린다. ‘30% 선으로 확대’해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낮은 비율을 제시 받았다는 대학도 있다. 당시 발표돼 있던 2019학년 전형계획을 볼 때 정원 내 기준 고려대가 15.8%, 서강대가 20.2%, 성균관대가 21%, 이화여대가 22.9% 등으로 낮은 정시비율을 보인 반면, 한양대는 30.3%, 한국외대는 34.8% 등으로 30%를 웃도는 정시 비율을 지니는 등 대학별 여건이 다르다보니 교육부의 주문도 달리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제는 정시확대 요구의 ‘명분’을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당시 교육부는 “대학 자율 영역이지만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시·정시 모집 비율이 차이 나는 상황이 생겨 구두로 우려를 전달했다. 급격한 수시 확대와 정시 축소는 수험생의 기회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비판은 꺼질 줄 몰랐다. 정시·수시 비율을 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학이 지닌 ‘자율권’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정부재정지원사업 등과 연계해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한다거나 ‘권장’할 수는 있어도 명시적으로 전형 비율을 높이라거나 낮추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입 사전예고제를 뒤흔들어 ‘혼란’을 일으킨다는 지적도 있었다. 현행 대입 사전예고제의 핵심 내용은 고2 4월 말까지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발표한다는 데 있기 때문이다. 대입 시점 기준 3년 반 전인 중3 8월 말까지의 대입정책 변화 예고는 말 그대로 ‘큰 틀’의 변화를 예고하는 데 지나지 않으며, 이후 발표되는 대입전형 기본사항도 대학들이 전형계획을 작성하는 데 참고하는 것일 뿐 수요자들이 직접 얻을 수 있는 정보와는 거리가 멀다. 수요자들이 향후 자신들이 맞닥뜨릴 대입전형의 모습을 살필 수 있는 것은 전형계획 발표 시점부터라고 봐야 한다. 이토록 중요한 역할을 하는 탓에 대학들이 고심 끝에 만든 전형계획 ‘초안’을 급박하게 뒤집은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란 지적이 이어졌다.

‘정책 일관성’도 문제였다.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을 통해 ‘학생부위주전형’의 확대를 대학가에 권장해오던 정책기조가 갑작스레 뒤집힌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 기조에 따라 대입전형을 꾸려온 대학들로서는 불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비판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주요 대학 대부분은 교육부 요구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정지원사업이란 ‘당근’을 쥐고 있는 교육부의 요구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직접적인 주문을 받은 대학들 중 경희대·고려대·이화여대·중앙대는 모두 정시 비율을 늘렸다. 일찌감치 예고한 내용이 아니면 전형변화를 거의 주지 않는 서울대는 직접적인 주문을 받은 대학 가운데 유일하게 정시확대에 나서지 않은 대학이었다. 하지만 동국대·서강대·서울시립대·성균관대·연세대·한국외대·한양대 등 직접 요청을 받지 않은 대학들도 행렬에 동참하며, 정시확대 분위기에 올라탔다.

대학들이 정시확대에 나섰지만 논란이 끝난 것은 아니다. 대학들에 정시확대 요구를 한 박 전 차관은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을 당했다. 검찰에 고발장을 낸 자유한국당은 “정시·수시 축소나 확대는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를 통해 도출돼야 한다”며 “고등교육법에 명시된 법 절차를 무시하고 직권을 남용한 박 전 차관에 대한 엄중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했다.

■마침내 확정된 2022 대입개편안 = 8월에 발표된 ‘2022학년 대입개편안’은 올해 대입에서 단연 첫손에 꼽힐 만한 뉴스다. 대입전형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다. 

2022개편안이 나오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본래 정부는 지난해 7월 말 수능 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현 고1부터 적용된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 출제 체제를 손봐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달라지면 그에 따라 평가체계도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그에 맞춰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제2외국어·한문까지 절대평가를 확장하는 1안, 전 영역에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2안을 내놓고 고심에 고심을 더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7월 31일 끝내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해·입장 차이가 첨예해 국민적 공감과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합리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개편을 유예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정부는 수능 개편을 1년 미루면서 대입전형 전반에 대한 수정도 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입전형 전반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후 대입개편은 숨 가쁘게 진행됐다. 교육정책 전반의 담론을 이끌어나갈 국가교육위원회를 만들기 전 ‘징검다리’인 국가교육회의가 중책을 떠맡았다. 교육부가 자문과 정책포럼 등을 통해 모은 의견을 바탕으로 국가교육회의에 논점들을 전달했고, 국가교육회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최종 권고안을 교육부에 다시 전달했다. 

최종 권고안을 바탕으로 교육부가 8월 17일 발표한 ‘2022학년 대학입학제도 개편방안 및 고교교육 혁신방향’은 본래 계획했던 수능 개편안과 대입제도 개편안을 모두 포괄한다. 수능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발 맞춰 국어를 공통·선택과목 체제로 바꾸고, 사회탐구·과학탐구의 계열 구분을 없앴다. ‘로또 아랍어’를 인식, 제2외국어·한문에도 추가로 절대평가를 도입했다. 

앞서 박 전 차관이 문제를 일으켰던 ‘정시 확대’도 개편안에 담겼다. 수능전형을 30%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 대학들에 권고된다. ‘강제’는 아니지만 이를 어길 경우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참가 자격을 제한할 예정이다. 대학별 여건 차이를 고려해 수능전형 30% 확대가 어려운 경우에는 학생부교과전형으로 대체하는 예외 조항도 만든 상태다. 이외에도 대입전형 공정성 확보 목적으로 자기소개서와 학생부 항목·기재방법, 면접·구술고사를 개선하는 등의 내용이 개편안에 들어갔다. 

개편안이 지닌 가장 큰 문제점은 교육정책을 사실상의 ‘인기투표’로 결정했다는 점. 국가가 인재성장 방향을 정하고 그에 맞춰 교육정책을 정해야 하지만 공론화라는 명분으로 여러 안들을 놓고 다툼을 조장했다는 점은 차후에도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발표된 2022개편안이 재검토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년 유예라는 과정을 밟아가며 가까스로 결정이 난 개편안을 뒤집기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수험생 ‘충격’ 빠뜨린 ‘역대급 불수능’ = 올해 대입에서 나온 주요 이슈에는 ‘역대급 불수능’으로 평가받는 2019학년 수능도 이름을 올릴 만하다. 한때 수능은 너무 쉽게 출제돼 변별력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는 이와 반대로 너무 난도가 높아 문제가 됐다. 

특히 난도가 높은 과목은 국어다. 4일 발표된 채점결과에 따르면 올해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무려 150점이다. 현 수능 체제가 자리 잡은 2005학년 수능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만점자도 148명으로 전체 국어영역 응시자 대비 0.03%에 불과했다. 원점수 1등급컷도 84점으로 상당히 낮았다. 국어에서 획득 가능한 점수가 상당하다보니 2019수능은 ‘국어 수능’이라는 평가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수학도 만만치 않았다. 원점수 기준 1등급컷이 가형은 92점, 나형은 88점에서 끊겼다. 국어만큼 급격한 난도 편차를 보이진 않았지만, 수험생들로부터 ‘어렵다’는 평을 듣기에는 충분한 점수다. 절대평가 2년 차를 맞은 영어도 전년 대비 상당히 난도가 오른 모습을 보였다. 1등급 비율이 10.03%에서 5.3%로 대폭 축소, 상대평가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출제 오류도 없었지만 결국 수능을 주관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과한 난도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를 표명했다. 채점결과를 발표한 날 성기선 평가원장은 “송구하다”며 “적절한 난도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왔지만, 이번 수능에서 출제위원단 예측과 실제 결과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현재 수능은 최상위권 수험생들 간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초고난도 문제인 ‘킬러문항’을 활용하고 있다. 이번 수능에서 나온 대표적인 킬러문항은 국어 31번이었다. 성 원장은 “논란이 됐던 국어 31번과 같은 초고난도 문항은 지양하겠다”며 향후 출제방향을 시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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