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결산④] 소외된 전문대학, 여전히 갈 길 먼 '능력중심사회'
[2018년 결산④] 소외된 전문대학, 여전히 갈 길 먼 '능력중심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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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신문 김의진 기자] 2018년도 어느덧 이레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 현실은 여전히 춥기만 하다. 수도 없는 차별적인 교육정책과 ‘전문대도 대학이냐’라는 사회적 무시, 전문가 집단에서 ‘소수의견’이라는 이유로 배제된 일들이 올 한 해 전문대에 대한 헤드라인을 수없이 달궜다. 이제는 전문대학 구성원은 ‘투명인간’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며 ‘능력중심사회’ 구현에 걸었던 희망도 거품이었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점차 터져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집권 임기 3년 차를 앞둔 현재 우리나라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 현실이 조금이라도 바뀌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지만, 번뜩 떠오르는 일들이 없다. 올해 고등교육계에 있었던 굵직한 일들을 취재하면서 겪게 된 느낌을 적어보고자 한다.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 “그나마 지방 일반대의 의견이 있었기에…”

올해 4월 교육부는 브리핑을 통해 상대평가와 절대평가, 원점수제와 학생부종합전형, 수능 비율 등을 제안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을 국가교육회의로 이송했다. 이송 개편안에는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며, 교육부는 수능 이후 입시를 실시하는 안과 현행유지 등 2개의 큰 틀 안에서의 5가지 세부 예시 모형을 국가교육회의에 제안했다.

전문대는 즉각 반발했다. 직업교육 현장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인학습자 입학, 학력 유턴자 증가 등 그간 쌓아온 전문대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한 번에 무너뜨릴 수 있다며 개편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공론화 과정에서도 전문대를 위한 의견은 철저하게 외면을 받았다. 대입제도 개편 논의과정에서 상위권 수험생과 주요 일반대만을 위한 입시 위주의 이야기만 반복됐다.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위 위원장은 8월 교육부에 개편 권고안을 전달했다.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전달받은 교육부는 서울청사에서 김상곤 당시 부총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대입개편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 부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위 위원장은 8월 교육부에 개편 권고안을 전달했다. 국가교육회의 권고안을 전달받은 교육부는 서울청사에서 김상곤 당시 부총리 주재로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대입개편안에 대한 후속 논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김 부총리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이후 전남대 컨벤션홀에서 진행된 ‘국민제안 열린마당’에 참여한 호남‧제주권 전문대학 관계자들의 발언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김진경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위 위원장도 공론화 자리에서 더 이상 소외‧배제되는 당사자는 없어야 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결국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내용은 공론화 범위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가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에 대해 전문대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전문가는 드물다.

수도권 전문대학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는 “전문대뿐 아니라 지방 소재 일반대에서도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는 것을 우려하는 경향이 강했었다”며 “만일 일반대가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전문대만의 의견이었다면 묵살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세계 흐름 살펴야 한다는 건의가 ‘전문대만의 의견’?”

전문대만의 피해의식, 열등감으로 비롯된 낭설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올해 하반기 초에 있었던 ‘평생직업교육훈련 마스터플랜’ 논의과정에서도 역시 같은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민관합동추진단이 지난 5월 대림대학교를 방문했다. 이날 추진단은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직업교육 마스터플랜 민관합동추진단이 지난 5월 대림대학교를 방문했다. 이날 추진단은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초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교육부는 올해 초 여러 부처와 민간기관이 참여하는 민관합동추진단을 꾸리고, 전문가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거쳐 마스터플랜 초안을 마련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따른 일자리 변화가 예측되면서 직업교육도 패러다임을 변화해야 할 시점에 나온 정부의 교육정책 가이드라인이라는 점에서 현장 전문가들은 반색했다. 정부는 공청회를 통해 마스터플랜 초안에 대해 각계각층 국민들의 목소리를 폭넓게 듣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무늬만 공청회’였을 뿐 실상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예라고 대답만 해)’의 장이었다.

부산과 광주에 이어 국회에서 제3차 공청회가 열렸다. 직업교육현장의 전문가들은 마지막 공청회에서라도 현장의 요구사항을 최종발표안에 넣기 위해 마지막 힘을 내는 모습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업교육의 획기적 변화를 갈망했던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탄식으로 바뀌어 갔다.

사업 추진에 필요한 예산확보 방안과 이를 뒷받침할 법‧제도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평생직업교육훈련’이라는 말과는 달리 고등직업교육과 중등직업교육을 어떻게 연계할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했다.

한 직업교육 전문가는 “정부가 조금이라도 고등직업교육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해 봤을지가 의문인 상황”이라며 “선진직업교육모델을 검토해달라는 의견에 대한 교육 당국자들의 답변은 ‘왜 전문대만 이러한 것을 요구하느냐’였다. OECD 선진국은 고등직업교육을 중심으로 평생직업교육훈련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교육개혁의 트렌드를 봐야 한다는 건의인데, 이것이 어떻게 ‘전문대만의 의견’으로 평가절하될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교육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우리의 것을 발전시킬 때”라는 말로 일축했다. 직업교육에 대해 현 정부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세계의 흐름을 외면하고 ‘신토불이’라는 말로 ‘쇄국’하는 모습에 직업교육 전문가들의 씁쓸함이 깊어지는 한 해다.

시간강사법 개정, 산업체 겸임교원 절대적인 전문대는 ‘소수니까 묵살’

11월 강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11월 강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시간강사법 개정안은 지난 10월 10일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바른미래당)이 대표발의하고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다. 대학들은 강사제도 개선안의 기본 취지는 이해하고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지만,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지원이 없으면 대학의 교육여건 악화와 고등교육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대학에서는 겸임‧초빙교원 등 비전임교원의 범위로까지 강사법을 확대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대학은 학과의 교육과정을 직업교육과정으로 편성하고, 겸임교원을 통해 산업체 현장의 직무경험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현장중심의 직무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대학에서 겸임교원 제도는 분리할 수 없다는 게 전문대의 입장이다.

박주희 한국전문대학기획실처장협의회 회장(삼육보건대학교 기획처장)은 “산업체가 요구하는 교육과정 개발과 학생 현장실습, 졸업생 취업지도 자문 등 겸임교원이 수행해야 하는 영역을 강사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전임교원의 시수를 늘리는 것은 미봉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인 대학교육의 질 관리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대의 이와 같은 의견은 강사법 개정안 논의에서 철저히 배제됐다. 소수의견이라는 이유로 회의록에서 아예 삭제됐기 때문이다.

논의에 참여했었던 강석규 한국전문대학교무입학처장협의회 회장(충북보건과학대학교 입학처장)은 “전문대학의 교육환경과 시행 시 겪게 될 어려움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지만 전문대에 대한 이해 부족과 회의 구성원 절대 다수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며 “매번 소수라는 답변만 받을 뿐이었고 전문대학의 목소리는 회의록에조차 담기지 못한 채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몰라서 못하는 것인지, 알려고 안 하는 것인지

지금 세계는 직업교육 육성을 국가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하고 고등직업교육기관을 중심으로 고등교육을 개혁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국내를 돌아보면 고등직업교육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인식을 찾아보기 힘들다.

교육부로 대표되는 관련 정부기관이 전문대학의 현 상황과 고등직업교육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많은 연구를 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최근 5년간 국책 연구기관이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정책연구를 얼마나 했는지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전문대학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련된 연구를 한 것은 5년간 단 한 건밖에 없었으며,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도 8건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정규교육 전반을 연구하는 교육개발원과 국민 전체에 대한 직업교육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직업능력개발원에서의 전문대 연구가 5년간 10건도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다.

연구기관 내에 전문대학 전담 부서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교육개발원에는 고등교육연구본부 아래 △고등교육정책연구실 △고등교육제도연구실 △대학역량진단센터가 있다. 일반대 중심의 연구만 이뤄질 뿐 전문대학은 연구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부가적인 연구대상 정도로만 다뤄진다.

직업능력개발원에는 직업교육과 관련된 다양한 부서가 존재하고 있지만, 고등직업교육에 대한 부서는 찾아볼 수 없다. ‘평생직업교육연구본부’에는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 중등직업교육에 대한 부서만 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전문 직업인력 양성과 고등직업교육의 100년 대계를 이룰 구체적인 정책연구는 앞으로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해외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직업교육’을 ‘학문‧연구’와 동등한 선상에 놓고 교육 시스템을 개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대학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알렸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자 대학들은 일제히 환영 의사를 알렸다. (사진=한국대학신문DB)

하지만 우리 정부는 직업교육의 중요성을 입으로는 말하면서도 정작 걸맞은 교육정책은 실현되지 않고 있다. ‘학문‧연구 중심’의 일반대와 ‘직업교육 중심’의 전문대가 명백히 다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여전히 전문대를 일반대의 하위교육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

‘능력중심사회’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이 공정하며 결과가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이 또 한 해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전문대학과 고등직업교육 전문가들에게 우리나라는 여전히 ‘학력중심사회’ ‘기회는 차별적이고 과정은 일방적이며 결과는 정해져 있는 사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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