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진 기자

[한국대학신문 이현진 기자] 10여 년 전 일이다. 천재 소년을 대학 기숙사에서 만났다. 만 여덟 살에 최연소 대학생이 되며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던 송유근씨다. 다섯 살 때 미적분, 일곱 살 때 양자역학을 이해하고 중·고등학교 코스를 1년 만에 모두 뗀 IQ187의 천재라며 대한민국이 떠들썩했다. ‘잘 키워 노벨상  수상자 배출 국가에 이름 올리자’는 포부도 나왔다

동문이 된 송씨에게 여러 가지 궁금증과 함께 우려가 들었다. 그가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어야 할 나이였기도 했지만 해외 연구중심 유수대학이나 영재교육 코스가 아닌 4년제 일반대를 선택한 이유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기숙사 축제에서 드럼을 치던 모습과 우연히 캠퍼스에서 단 한 번의 마주침 이후 결국 송씨는 부적응 등의 이유로 대학을 자퇴했다. 입학 2년 만에.

이후 송씨는 몇 차례 이슈가 되며 포털 사이트에 왕왕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군대에 입대했다. 대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아오며 논문 표절 시비, 박사 획득 좌절 등의 아쉬움을 남긴 채 말이다. 지난해에는 “내 나라에서는 어떤 것을 해도 안티가 생길 것이다. 해외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싶다”는 말로 한국에서의 연구 활동에 회의감을 드러낸 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 미타카 국립천문대에서 초청 연구원으로 지냈다.

송씨의 다사다난한 행보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영재교육’에 대한 제도적 미비와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 부족이 한 천재소년의 가능성을 지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 영재 교육 시스템을 돌아보자. 영재를 선발해 성장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영재교육원’이 특목고나 대학 입시를 위한 코스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다. 영재교육원 입시를 준비하기 위한 선행학습과 사교육도 횡행하고 있다. 정작 ‘진짜’ 영재 지원에는 허술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이어지는 이유다.

가까운 나라 일본을 보자. 우리나라처럼 주입식 교육과 시험 점수 경쟁을 치르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어느 선진국 못지않다. 자체적으로 기초과학 분야 육성에 묵묵히 힘써오며 반세기 이상을 투자한 가시적 성과라는 게 학계의 평이다.

교육계가 변해야 한다. 과학영재 발굴과 양성을 위한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하고 보다 적극적인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 장기적 안목으로 차근히 실천하는 국가 정책과 ‘한 우물 정신’으로 파고드는 연구자에 대한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 영재들이 반짝 주목받고 정작 재능을 꽃피우지 못한 채 사장되는 비극은 끝나야 한다. 한국에서도 ‘아인슈타인’이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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