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불균형은 경제적 문제 누구든지 동일한 기회 누려야
계층간 격차 줄이는 포용정책으로 혁신적 교육모델 개편

애리조나주립대(Arizona State University;이하 ASU)는 4년 연속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World Report)가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 1위를 차지하며 혁신 성공사례로 확고히 자리매김했다.

ASU 혁신의 시작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임 총장으로 선임된 마이클 크로(Michael Crow) 총장은 특유의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ASU를 근본부터 바꾸기 시작했다. ‘New American University’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조직‧교육‧강의 등 대학 전반에 강한 변화를 주는 것이 목표였다.

비전에서 알 수 있듯 크로 총장이 구상한 것은 ‘혁신’이란 표현에 걸맞은 완전히 새로운 대학 모델이었다. 이를 위해 학문 간 경계를 무너뜨리는 등 기존 대학들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을 깨는 데 집중했다. 기존 학과들은 통폐합돼 새로운 학과나 단과대학으로 재구조화했고, 새로운 학위과정을 만들기도 했다.

크로 총장은 학교 곳곳에서 교수ㆍ직원들과 끊임없이 토론한다. 변화하고 발전하는 ASU의 미래와 교직원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대화를 끊임없이 했다. 총장의 비전과 열정은 고스란히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전달되고 있었다. 현재의 ASU를 만든 것은 '적응형 학습'이라는 ‘도구’가 아니라 도구를 다루는 교직원들 하나하나의 열정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ASU의 성공비결은 교육을 철저한 서비스 관점에서 접근하는 시각에서 찾을 수 있다. 크로 총장이 취임하고 가장 먼저 한 고민은 “어떻게 해야 애리조나주 내에 있는 ‘교육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을까”였다. 그 결과물이 ASU가 표방하는 ‘지식 기업(Knowledge Enterprise)’이다. ASU는 철저히 서비스 관점에서 지식을 포장하고 전달하면 소비자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본지는 2019년 새해를 맞아 크로 총장과 서면인터뷰를 진행했다. 혁신의 아이콘 크로 총장이 2019년을 시작하는 한국의 대학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 US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선정하는 ‘가장 혁신적인 대학(The most innovative schools)’에 4년 연속 1위에 선정됐다. 그 배경과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SU는 변화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장려하는 문화적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기 때문에 혁신의 최전선에 서있다. 우리는 20개가 넘는 학제 간 학교 개설, 온라인 학습의 기술 향상과 선진 교육을 위한 선구적인 진보, 스타벅스·아디다스·메이오 클리닉·우버와 같은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개발하고 우리의 입지를 국가적ㆍ전 세계적으로 넓혔기 때문에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 교육철학을 듣고 싶다.

“나의 교육철학은 사람들 사이의 교육 불균형이 주로 능력보다는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근거한다. 사람들은 스스로 재능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 현실이 무엇이든 간에 올바른 조건에서 누구든지 배울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오래된 교육 설계(Education Design)는 갖고 있는 잠재력을 육성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다. 개인, 가족 및 국가의 이익을 위해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교육적 접근을 확대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 ASU를 혁신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는 공립대학교가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사회에 더 큰 공헌을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공립대학교는 사회경제적 배경과 민족유산 측면에서 인구의 다양한 계층에 고등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더 큰 서비스와 더 깊은 영향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애리조나주는 점차 인종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라틴계 이민자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가 국가의 요구에 부응 할 수 있는 교육받은 인력을 확보하는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중요해졌기 때문에 혁신을 하게 됐다. 내가 2002년 ASU에 와서 주변 공동체와의 관계를 촉진하고 심화시키며, 소외 계층을 위한 새로운 통로를 창출하는 비전으로 ‘새로운 대학(New American University)’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된 교육에 대한 접근성은 탁월함과 세계 수준의 교육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그렇다면 대학혁신을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를 했고 또 무엇을 이뤘는가.

“나는 13세 어린나이에 우리 사회가 일부 사람들은 매우 가난하고 일부는 그럭저럭 괜찮고 또 다른 사람들은 사회의 정점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특별히 배운 바도 없이 깨달았다. 그래서 계층 간 격차를 좁히고 미래를 위해 돕는 것이 나의 열망이 됐다. ASU에 온 후, 나는 포용 대 배제의 개념으로 대학을 재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의 성공은 우리가 특별한 사람들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포용하고 결국 그들이 성공한 결과에 의해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대학에 들어올 수 없었던 그룹에 교육의 문을 열었다. 우리는 학생들이 그동안 엄격하게 구조화되고 고정된 방식으로 학습하고 있던 오래된 교육 모델을 개편했다. 자체적으로 성공적이지 못한 학과는 해체시켰고, 이를 다른 학과들과 결합시켜 학제 간 방식으로 기능을 발휘토록 했다. 목표는 기후 변화, 사회적 형평성, 기술 변화에 대한 사회 적응 등과 같이 전 세계가 직면한 문제를 수행할 수 있는 진화하고 적응 가능한 기관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모든 미국의 사회 경제적 그룹, 인종, 그리고 전 세계 200개 나라의 학생들과 함께 모든 것을 수행하고 있다.”

- ASU는 학제적 융합 과목 신설, 맞춤형 학생 관리, 온라인 학위과정 도입 등 대학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이유는.

“간단하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가장 성공적인 혁신 분야 중 하나는 고등 교육이 소수의 특권층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바꾼 것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문화, 경험, 민족 및 성별의 학생들을 모아 다양한 관점에서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획기적인 작업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다학제적 단과대학인 지속 가능 경영 및 엔지니어링 분야의 성장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기술 개발이 급속히 가속화되면서 일자리와 노동력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학생들이 적응하고 혁신하는 데 필요한 종류의 교육을 재고해야 한다. 이는 18세에서 22세 사이의 전통 인구를 위한 고등 교육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는 존재할 수 없는 직업을 갖기 위해 자신의 지식과 기술을 확장해야 하는 평생 학습자를 위한 고등 교육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미국 경제의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 한국대학신문에서 지난해 10월 주최한 '프레지던트 서밋 at ASU'에 참석했던 대학 관계자들은 크로 총장의 리더십에 감명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총장의 리더십은 어디에서 나왔는가.

“나는 군 출신 가정에서 자라면서 항상 지식에 대한 강한 열정과 인생에서 가능한 것을 알아내는 것에 갈증을 느꼈다.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에 다녔고 고등 교육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길로 인도할 것이라는 것을 믿었다. 이런 것들이 내 리더십의 뿌리가 됐다고 생각한다”

-대학 혁신 과정에서 학내 구성원들 설득이 처음부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설득의 요체는 무엇인가.

“지도자는 스스로의 지렛대가 있다. 교직원들은 지도자를 따르거나 아니면 그만두거나 둘 중 하나다. 그래서 일부는 그만뒀고 일부는 변화에 저항했지만 대부분의 교직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교직원들에게 본인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그 이유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면 지도자는 방해 없이 주도권을 갖고 원하는 곳으로 이끌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ASU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된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뛰어난 교수진과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 해외진출의 목적과 향후 계획은.

“ASU는 아시아·유럽·라틴아메리카 및 중동 지역의 전 세계 대학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우리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연구하고 가능한 다른 것을 상상한다는 목표로 지식 교환, 학생과 교수진을 위한 기회 창출을 위한 새로운 파트너를 끊임없이 찾고 있다.”

- 마지막으로, 한국의 대학 경영자들에게 미래교육을 위해 어떠한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은가?

“지평선 너머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으며 오늘을 기반으로 미래는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지 상상해보기 바란다. 그러고 나서 현재 교육 시스템의 설계 전반을 잘 살펴보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볼 것을 권한다. ‘우리는 준비가 돼 있는가?’”

■ 마이클 크로 총장은...

시러큐스대에서 행정학(과학 기술 정책) 박사 학위를 받았다. 콜럼비아대 Earth Institute 창립 이사를 역임했으며 1998년에는 과학, 기술 및 성과를 위한 컨소시엄을 설립해 과학과 기술을 최적의 사회 경제적 및 환경적으로 연결하는 데 전념했다. 콜럼비아대 수석 부사장으로 재직하면서 International and Public Affairs 학교의 과학 기술 정책 교수를 역임했다. 2002 년 7 월 1 일 애리조나 주립 대학 (Arizona State University)의 제 16 대 총장에 취임한 후 현재까지 재임하고 있다.

<번역ㆍ정리=강지연 프레지던트서밋 사무국>

 

저작권자 © 한국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