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 대학에 ‘국가장학금 2유형’ 박탈…재정지원도 막혀
“인상률 상한선 2.25%라도 할 수 있게 해 달라”
대학, 정부의 고등교육 책무성 강화 요구

대학 재정난은 대학교육의 질까지 위협하는 한계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DB
대학 재정난은 대학교육의 질까지 위협하는 한계상황을 불러오고 있다. 한국대학신문 DB

[한국대학신문 김준환·이현진·이하은 기자] “십 수년째 이어진 정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 압박은 대학 재정난으로 이어져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힘든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2019년이면 거의 한계점에 도달하는 수준이다. 이대로 가면 대학은 고사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고등교육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지역 A대학 기획처장)

교육부의 대학 등록금 동결·인하 압박에 대학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하면 국가장학금 Ⅱ유형 지원 배제 등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10년째 이어지면서 대학들이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이 2.25%로 정해졌지만 ‘동결’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게 대학가의 중론이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이라도 허용해 달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 대학들, 정부 재정지원 바라보며 10년 째 등록금 ‘동결’ = 교육부는 2019학년도 등록금 인상률 상한선을 2.25%로 정했다. 하지만 정작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은 연간 4000억원에 달하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에 신청하지 못한다. 또한 다른 정부 재정지원사업에서도 제약을 받는다. 교육부가 등록금 인상폭을 제시했지만 사실상 동결이나 인하를 하라는 무언의 압력인 셈이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10년 동안 해마다 반복되는 정부의 엄포에 대학들은 어쩔 수 없이 등록금 동결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하보다 그나마 동결이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대학 알리미에 따르면 실제 국내 사립대 학생 1명당 연간 등록금은 2010년 754만원에서 지난해 743만원으로 8년 새 1.5%인 11만원 떨어졌다.

대학들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2019학년도 등록금도 동결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건국대 관계자는 “등록금을 인상하면 재정지원 사업과 국가장학금에 제한이 따르는데 대학들이 쉽사리 등록금을 인상하기는 어렵다”며 “대학 입장에서 입학금 폐지와 더불어 부담이 가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호 중원대 기획처장은 “이변이 있지 않는 한 올해도 동결”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대학의 불만이 상당하지만 입학 자원이 없다 보니 감내하고 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등록금을 올리는 건 포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등록금 통제는 고스란히 대학의 재정 부담으로 돌아왔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규모 구조조정, 물가상승 등으로 인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학은 부족한 예산을 대학적립금을 털어 쓰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에 직면했다는 입장이다. 동국대 관계자는 “총체적으로 학교 수입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상황인데 학생교육이나 교수 연구 투자 등은 포기하기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설상가상으로 경기도 안 좋아 대학 발전기금도 전보다 줄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B대학 기획처장은 “대학들이 등록금도 인상이 묶여 정부 재정지원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강사법 시행으로 당장 올해부터는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 대학가 ‘눈치싸움’…일부 대학 그래도 올려 = 매년 이맘때, 한 학기 등록금이 정해지는 기간에는 등록금 ‘인상·동결·인하’ 결정을 두고 대학가에 전운이 감돈다. 정부에서는 등록금 동결·인하 압력을 넣고 있지만 일부 대학 현장에서는 재정난을 벗어나기 위해 등록금 인상도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다른 대학 분위기를 살피는 ‘눈치싸움’은 정부 재정지원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대학가에서 흔한 일이다. C여대 관계자는 “대학 재정이 힘들어 등록금 인상이 필요하지만 정책 방향이 그렇다 보니 동결로 이뤄질 모양새”라며 “우선 대학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다. 각종 평가와 연결된 이후에는 대학 자체적인 정책 결정도 타 대학의 분위기를 살피게 된다”고 밝혔다.

D대학 관계자도 “경쟁 대학이 등록금을 올려서 교육인프라 확장에 투자하는데 우리만 제자리면 격차가 더 심해진다는 우려 때문에 경쟁 대학의 등록금 인상 여부 동향을 살피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대규모 대학이 등록금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포기하더라도 인상하는 게 낫지 않느냐”는 지역 A대 기획처장의 제안이다. 대규모 대학에서는 등록금을 인상해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받지 못하더라도 등록금 수입이 국가장학금 수입을 보전할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상 제재 완화 요구… “차라리 ‘공영형 사립대’ 추진” 목소리도 = 정부는 2011년부터 대학 등록금 인상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넘지 못하도록 법으로 묶었다. 올해는 2.25%다. 정부가 정해준 ‘상한선’까지만이라도 등록금 인상을 풀어달라는 게 대학의 요구다.

D대학 관계자는 “자그마치 10년째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며 “법에서 보장하는 2.25%까지 만이라도 인상하게 두고 재정지원 평가나 국가장학금에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E대학 기획처장도 “지난해 12월 기획처장협의회에서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의견이 각 대학에서 터져 나왔다”며 “최소한의 인상이라도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해법은 정부의 고등교육 책무성 강화라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부담금을 OECD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지역 F대학 사업단장은 “등록금 논의보다 더 근원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며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예산이 여기에 맞춰 늘어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은 초·중·고 12년은 대학 4년에 누가 들어가는지 소팅(sorting)하는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며 “이를 위해 60조원을 쓰고, 실질적으로 국가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고등교육기관에는 10조원밖에 안 쓰는 형국”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초·중·고는 사교육에게 잡아먹히지 않았나. 고등교육은 사교육이 넘보지 못하는 시장인데 대학에 좀 더 투자하는 게 우리나라 교육을 위해서도 더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경기 지역 G대 기획처장은 “어려운 환경에서도 국립대는 물가상승률만큼 급여가 상승하지 않느냐”며 “반면 사립대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 기조로 대학 재원이 부족해 8년째 임금이 동결 상태인데, 정부가 물가상승률만큼은 보전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공영형 사립대’가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역 H대 기획처장은 “유럽 등 선진국과 다르게 우리나라는 대학의 80%가 사립”이라면서 “나라가 어려운 시절 사립대학이 국가 발전에 큰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한계가 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일부 사립대를 국가가 공영화해서 운영해야 지방대학이 다시 살 수 있고 지역도 고르게 발전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교육부는 전국 대학별 평균 등록금과 계열별 평균 등록금 등 세부 정보를 4월 말 대학정보공시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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